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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이 강다니엘 닮았으면 좋겠다!

[이 나이에 덕질이라니]

ⓒmnet
ⓒhuffpost

여기, 마흔 넘어 아이돌에 빠진 워킹맘이 있다. 일하랴 애 키우랴 하루 24시간이 모자라지만, 없는 시간을 쪼개가며 ‘강다니엘’을 검색한다. 가족들에게, 회사 동료들에게 웬 주책이냐는 구박을 받으면서도 그 와중에 행복한 덕질 이야기. 현직 기자가 쓴 강다니엘 덕질 에세이 ‘이 나이에 덕질이라니’가 매주 연재된다.

“선배, 강다니엘이 실검 1위네요.”

회사 단톡방. ‘강다니엘’이란 이름이 처음 등장했다.

강다니엘?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민감한 부서 소속이다 보니 잽싸게 노트북 자판에 ‘강다니엘’ 단어를 두들겼다. 타다다다다다닥. 분홍머리가 눈에 확 들어온다.

“프로듀스 101 참가자네.”

원체 호기심이 많은 나. 관련 검색에 들어간다. 디지털 세상에 누리꾼 수사대가 많은 이유는 아마 나 같은 사람들이 많아서일 것이다. 무슨 궁금증이 그리 많을까. 그냥 다른 이들의 삶이, 다른 이들의 생각이 궁금한 것일 수도 있다. 잠시 후 단톡방에 뜨는 강다니엘 사진. 다른 후배가 대화에 끼어든다.

“귀엽게 생기기는 했네.”

또 다른 후배도 단톡방 참전.

“그 윙크하던 애(박지훈)가 뜨는 것 같던데….

“외국에서 살다 왔나?”

“그러게요.”

“‘분홍머리 걔’랴, 분홍머리가 튀기는 하네.”

이 와중에 상황 파악 못하는 남자 선배가 끼어든다.

“<하이킥>(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죽은 그 안경 낀 남자?”

일순간 단톡방에 짧은 침묵이 흐른다.

“걔는 최다니엘이고요~”

남자 후배도 타닥타닥 자판을 친다.

“다니엘 헤니까지는 아는데….”

 

‘남자들은 가랏!’이라고 쓰려다 포기한다. 강다니엘 관련 몇몇 기사를 공유한 뒤 대화는 중단되었다. ’○○○ 검찰 출두’ 속보가 떴다. 다시 정상적인 업무 복귀.

하지만 나의 손가락은 멈추지 않는다. 괜히 ’호기심 끝판왕’이겠는가. 모르는 것이 생기면 반드시 끝을 봐야 한다. 그래서 “도대체 넌 궁금한 게 왜 그리 많냐”라는 핀잔이 날아오기도 하지만 나는 참 꿋꿋하다.

어린 시절부터 궁금한 건 절대 못 참는 성격이었다. 아주 사소한 것도 곧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옛날 같으면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펼쳐보거나 도서관을 찾아가 관련 서적을 뒤져봤겠으나 요즘은 ‘자판’이라는 최고의 무기가 있다. 앉아서 모든 호기심이 해결된다. 어떻게 찾느냐의 문제일 뿐, 두들기면 정보는 다 나온다. 그저 정보의 부스러기를 쫓고 쫓으면 된다. 뉴스와 블로그 등을 통해 단시간에 폭풍 수집한 강다니엘 정보는 이랬다.

 

부산 영도 출신 토박이

나이는 22세

MMO 소속 연습생 2년차

분홍머리

고양이 두 마리 키우는 집사

고교 때 현대무용을 배운 비보이

강다니엘 인스타그램
강다니엘 인스타그램

현역 아이돌도 아니고 그저 연습생일 뿐인데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라 있다. 꽤 신선하다. 프로그램 인기가 많은데 나만 몰랐던 걸까. 시청률 추이를 살펴보니 딱히 높지는 않다. 마니아 층이 두터운 것 같다. 아무래도 팬덤은 남자보다 여자가 강하니까 여자 아이돌 그룹을 만들었던 <프로듀스 시즌 1> 때보다 화제성을 더 이끌어내는 듯하다.

구글링은 계속 이어진다. 이런저런 잡다한 정보들이 쏟아진다. 이번 동영상은 정말 귀엽다. 강다니엘이 고양이 귀를 깨문 뒤 배시시 웃는다. 너무 짧은 영상이라서 여러 번 클릭을 한다. 단톡방에 공유하니 “귀엽다”는 반응이 쏟아진다. 대형견처럼 생겨서 고양이를 좋아한다니 의외다.

그리고 이 녀석, 웃는 게 꽤 자연스럽다. 단독샷을 많이 받기 위해 방송 카메라 앞에서만 짓는 억지웃음이 아니다. 그냥 평소 몸에 밴 자연스러운 웃음이다. 눈은 감기고 입은 함지박만 해진다. 카카오 프렌즈의 아기 어피치를 닮았다는 평이 나오는데, 단순히 분홍 머리색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언뜻 보면 아이돌처럼 생기지 않았는데 다시 보면 천생 아이돌 같다.

‘웃는 게 참 예쁘네.’

그걸로 합격. ‘넌 데뷔해라’라고 눈도장을 콱 찍는다. 순정만화 속 주인공 같은 ‘꽃미남과’가 아닌 것도 덜 부담스럽다. ‘만찢남’은 너무 비현실적이다. 천상계에 있어 결코 ‘내 것’이 될 수 없고 ‘내 것’을 해도 안될 것 같다. 인간적으로 보여야 곁을 내줄 마음도 생긴다.

 

담당 일과 별개의 검색이 끝 모르게 이어진다. 몹쓸 호기심이다. 디지털 세상은 굳이 알지 않아도 될 것들을 알게 만든다. 몰라도 될 텐데 모르면 뒤처지는 것 같아 조바심이 난다. ‘아는 게 힘’이라는 논리는 디지털 세상에서 엉뚱하게 진화한다. 나조차도 나를 못 말리고 클릭, 클릭, 계속 클릭이다.

프로그램 초반 자기소개 때 영화 <해리포터>의 마법사로 변신한 모습에 흐뭇해하고, 2인 미션을 하면서 큰 덩치에 “동물이 무섭다”면서 화들짝 놀라는 모습에 웃는다. 검색 횟수가 늘어날수록 참 매력 있는 스물두 살의 청년이다. 잠깐, 내가 요즘 그 나이의 청년을 가까이서 본 적이 있던가? 곰곰이 생각하다가 포기했다. 없다는 결론에 도달해서다. 그래서 더 궁금한 건지도 모르겠다. 20대 초반 남자어른에 대해, 아니 21세기 소년에 대해.

 

그의 존재를 반나절 전에야 알았지만, 문득 우리 아들이 강다니엘처럼 잘 웃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돌을 통해 아들의 미래를 그려본다. 물론 노래나 춤에는 재주가 없다. 아이돌을 꿈꿔본 적도 없다.

그래도 우리 아들이 나중에 크면 키 180센티미터에 어깨 넓이가 60센티미터였으면 좋겠다. ‘해피 바이러스’를 품은 건강한 청년이었으면 좋겠다. 11년 후면 그리 멀지도 않았다.

* 에세이 ‘이 나이에 덕질이라니(21세기북스)’에 수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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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강다니엘 #프로듀스101 #덕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