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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드라마'의 하이라이트, 아일랜드 국경 문제를 쉽게 풀어봤다

브렉시트는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아직 풀어야 할 쟁점이 많다.

  • 허완
  • 입력 2018.10.12 17:53
ⓒReuters

유럽연합(EU)과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은 드라마틱한 전개와 반전을 거듭해왔다. 등장 인물들의 변심, 혼돈, 배신, 좌절내분, 비극, 절망, 후회일침, 그리고 약간의 코미디까지. 이제 이 ‘브렉시트 드라마’는 서서히 1부의 결말을 향해가고 있다. 누구도 그 결말을 아직 알 수 없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17일부터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담에서는 브렉시트가 회의 안건에 올라 집중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애초 EU와 영국은 회담 개최 전까지 협상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으나 논의가 지연되면서 11월에 특별 회의를 다시 소집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남아있는 가장 큰 쟁점이 무엇인지, 또 당사자들의 입장은 무엇인지 허프포스트가 정리했다.

ⓒASSOCIATED PRESS

 

키워드 : 단일시장, 관세동맹

EU와 영국의 협상이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개념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바로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이다.

단일시장(single market)은 문자 그대로 ‘하나의 시장’이라는 뜻이다. EU 회원국들끼리는 국경을 초월해 똑같은 시장을 공유한다. 단일한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4가지 요소의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되어야 한다. 상품, 노동력, 서비스, 자본이다. 

일례로 독일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은 ‘독일산’ 자동차를 다른 EU 회원국에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다. 노동력이나 자본도 마찬가지다. 프랑스인이 영국으로 이주해 일할 수 있고, 영국 자본이 이탈리아 투자처로 이동할 수 있다.

다만 서비스의 경우 상대적으로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측면이 있다. 언어의 장벽이나 문화적 차이 때문에 다른 국가로의 이동이 쉽지 않기 때문. 그러나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다.

EU 블록 내 단일시장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규제 일치(regulatory alignment)다. 회원국들은 EU가 정한 규제들을 공통으로 시행해야 한다. 하나의 시장에서 서로 공정하게 경쟁하기 위해 하나의 규칙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만약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를 판단할 기구도 필요하다. 유럽재판소(ECJ)는 EU 법에 근거해 무역이나 규제 해석에 대한 이견을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요약하면, 이 모두는 단일시장이 작동하기 위한 필요조건인 셈이다.

관세동맹(custom union)도 EU의 경제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다. 핵심은 두 가지다. EU 회원국이 아닌 제3국에 대해 똑같은 관세율을 적용하고, EU 회원국들끼리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것.

일례로 한국산 자동차가 독일로 수출된다고 가정해보자. 이 때 독일은 정해진 관세(실제로는 한-EU FTA에 따라 관세가 면제되고 있다)를 한국산 자동차에 매긴다. 일단 독일 땅에 한 번 도착한 자동차 물량이 다른 EU 회원국으로 넘어갈 때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EU 회원국들 사이에는 통관 절차가 없다. 관세를 부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 회원국들은 EU가 제3국들과 맺은 무역협정을 자동적으로 적용받는다. 개별 국가가 나서지 않아도 된다. 다만 어느 한 회원국이 제3국에 대해 별도의 관세를 부과할 수는 없다. 

ⓒChristopher Furlong via Getty Images

 

EU를 완전히 떠난다는 것 

영국이 EU를 떠난다는 건,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앞에서 언급한 모든 시스템들로부터 떠난다는 뜻이다.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다. 그게 애초 테레사 메이 총리가 밝혔던 원칙이었고, 지금도 상당수 ‘강경 브렉시트파(Brexiters)’들이 고수하고 있는 원칙이다. 

그러나 메이 총리는 협상 과정에서 ‘소프트 브렉시트(soft Brexit)’로 돌아섰다. 공산품과 농식품 분야는 EU 단일시장에 남고, 서비스와 노동력 분야는 별도 협상을 맺는다는 구상이다.

메이 총리는 또 관세동맹을 대체할 ‘관세 파트너십’을 구축하자고 주장해왔다. 사실상 EU 관세동맹에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내용이다. 하드 브렉시트로 인한 경제적 충격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EU는 메이 총리가 제시한 이 계획을 일축했다. 한 마디로 ‘회원국도 아니면서 회원국 혜택 중 좋은 것만 누리려고 하지 말라‘는 이유에서다. 영국 내 강경파들도 메이 총리를 비판하고 있다. ‘깨끗하게 완전히 EU를 떠나야 브렉시트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논리다. 

일각에서는 결국 영국이 터키처럼 EU와 별도의 관세동맹을 맺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오래 전부터 EU 가입을 시도해왔던 터키는 일찌감치(1995년) EU와 관세동맹을 맺은 바 있다. 

EU는 ‘노르웨이 모델‘과 ‘캐나다 모델’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입장이다. 노르웨이 모델은 단일시장 접근권은 갖되 관세동맹은 아닌 형태다. EU의 규제를 따라야 하고, 일정 규모의 분담금도 내야 하며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해야 한다.

캐나다 모델은 관세에 초점을 맞춘 체계다. 저율 관세 또는 무관세를 적용받는 대신, 상품에 대해서는 통관 절차가 필요하다. 금융서비스의 EU 시장 접근도 제한된다. 노르웨이 모델보다는 EU와의 결합 수준이 낮다고 할 수 있다. 

ⓒCharles McQuillan via Getty Images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EU와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에는 또 하나의 난제가 있다. 바로 아일랜드섬이다. 영국연방 소속인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는 국경을 마주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두 나라 간 이동을 통제하는 어떤 장치도 없는 상태다. 

그러나 영국이 EU를 떠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론적으로는 이제 ‘남남‘이 되기 때문에 국경을 통제해야 할 필요가 생기게 된다. 서로 수입 품목에 관세도 부과해야 하고, 노동력의 이동도 통제해야 한다. 이른바 ‘하드 보더(hard border)’다. 

EU와 영국은 협상이 1년 넘게 이어지는 동안 이 문제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아일랜드는 하드 보더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EU도 같은 입장이다. EU는 하드 보더를 피하기 위해 북아일랜드는 EU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 남길 것을 제안했다. 사실상 EU에 그대로 남게 되는 셈이다.

이럴 경우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이번에는 아일랜드해를 사이에 두고 북아일랜드와 나머지 그레이트브리튼섬(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사이에 사실상의 국경 장벽이 놓이게 되는 것. 한 나라 안에서 국경선이라니!

당연히 브렉시트 찬성파인 북아일랜드 자치정부는 이같은 구상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북아일랜드 보수정당 민주연합당(DUP)은 메이 총리를 압박하는 중이다. 메이 총리로서는 하원 다수당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연정 파트너인 DUP를 잃을 여유가 없는 처지다.

이에 따라 애초 북아일랜드만 관세동맹에 남기기로 EU와 잠정 합의했던 영국 정부는 입장을 수정했다. 그 대신, 메이 총리는 추가 협상이 끝날 때까지 영국 전체가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종의 안전장치(backdrop)를 두겠다는 것. 

메이 총리는 11일 ‘전시 내각(war cabinet)’ 회의를 소집해 자신의 협상안을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내각 구성원들은 브렉시트 전환기간(2020년 말까지) 동안에만 관세동맹에 남는 것이라는 메이 총리의 설명을 믿지 못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관세동맹 잔류가 끝나는 시기를 명확하게 못 박지 않았다는 것.

그렇지 않아도 이미 강경 브렉시트파 의원들은 메이 총리의 관세동맹 잔류 계획을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DUP는 메이 총리가 EU에 설득당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영국 정부의 협상안은 의회와 EU의 문턱을 모두 넘어야 한다. 이래저래 영국 정부의 선택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브렉시트는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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