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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11일 18시 37분 KST

다른 우주영화에는 있지만, '퍼스트맨'에는 없는 장면들(리뷰)

'라라랜드' 데미미언 셔젤 감독의 신작이다.

*이 리뷰에는 ‘퍼스트맨’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하지만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처음 발을 디딘 인류라는 건, 스포일러가 아닙니다. 

Universal Pictures

‘라라랜드‘의 감독은 왜 우주로 향했나. 데이미언 셔젤의 차기작이 NASA의 달 탐사를 소재로 한다고 했을 때, ‘위플래시‘와 ‘라라랜드‘를 본 관객들은 의아했다. 셔젤은 2009년 ‘가이 앤 매들린 온 어 파크 벤치’ 이후, ‘그랜드 피아노’(2013)의 각본, ‘위플래시(2014)와 ‘라라랜드’의 연출까지 음악을 소재로 했거나, 음악이 중요한 영화들에 주로 참여해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혹시 우주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그것도 아니다. ‘퍼스트맨‘은 1969년 7월 20일, 인류 최초로 달에 발자국을 남기며 ”이 한걸음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일 뿐이나 인류에게는 거대한 도약이다”라는 말을 남겼던 닐 암스트롱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이미 누구나 아는 이야기. 하지만 ‘퍼스트맨’은 그동안 우주를 그렸던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시점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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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죽는다. ‘퍼스트맨‘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감정은 ‘죽음‘이다. 사실 영화 전체를 휘감고 있는 감정의 시작이 ‘죽음‘이다. 책 ‘퍼스트 맨 : 닐 암스트롱의 일생’(First Man: A Life of Neil A. Armstrong)을 원작으로 한 ‘퍼스트맨‘은 1961년부터 1969년까지 달 탐사를 위해 NASA가 추진한 프로젝트를 배경으로 하지만, 닐 암스트롱이 당시 느꼈던 실제 감정은 무엇이었는지를 탐구한다. 딸의 죽음, 과거에 함께 일했던 조종사들에게 있었던 추락사고, 이후 NASA에서 만났던 동료들의 사고사까지. 영화 속 닐 암스트롱은 그들의 죽음이 가져온 상실감과 자신도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싸우는 사람이다. 암스트롱 자신에게 닥쳐올 죽음은 곧 그의 가족이 겪을 비극이기도 하다. ‘퍼스트맨’은 암스트롱을 비롯한 우주비행사 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이 견디는 두려움까지 함께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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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맨‘은 우주를 다루는 영화에 기대할 법한 스펙터클 또한 공포와 두려움의 감정 위에 쌓아올린다. 영화 속의 우주선은 꿈과 희망의 대상이 아니고, 우주는 경이로움으로 가득한 곳이 아니다. 우주에 다가가려 하거나, 우주의 실체를 탐험하려는 사람들을 그린 영화들, 예를 들어 ‘가타카‘나 ‘아폴로13’, ‘마션‘에서 경험한 우주는 ‘퍼스트맨‘에 없다. 우주에서 홀로 두려움과 맞서는 사람의 이야기인 ‘그래비티‘에 비견될 수 있지만, ‘퍼스트맨’이 드러내는 공포는 그보다 더 직접적이다. 우주선을 이루는 합금과 나사의 삐걱거림, 고도와 회전수를 알리는 계기판의 긴박한 움직임, 비행사의 눈을 찌르는 빛과 우주선 전체를 뒤흔드는 진동, 그 모든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굉음 속에서 우주비행사가 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우주비행사들을 우주탐험에 나선 용감한 사람들이 아니라, 우주선에 갇힌 사람들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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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의 우주는 미국과 소련이 경쟁을 벌인 운동장이었다. 미국에서 공개된 직후, ‘퍼스트맨‘에 성조기를 꽂는 장면이 없다며 비난한 사람들 또한 그 시대의 우주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퍼스트맨‘에는 성조기만 없는 게 아니라,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순간 휴스턴의 수많은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장면도 없다. ‘퍼스트맨‘은 이 냉전시대의 운동장을 고독하게 달리는 남자의 심상을 그리기 때문이다. ‘위플래시‘의 앤드류가 스스로를 채찍질하듯, ‘라라랜드‘의 미아가 불확실한 미래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듯, ‘퍼스트맨‘의 주인공은 지구 밖으로 자신을 몰아부치면서 두려움과 마주한다. 데이미언 셔젤이 달을 묘사하는 태도 또한 닐 암스트롱의 시선을 따른다. 달 착륙선 ‘이글‘의 해치가 열린 순간, 닐 암스트롱에게 보인 달은 어떤 공간이었을까? 죽음의 공포를 견디며 도착한 탐험가에게 달은 어떤 위로가 되어주었을까? 로스앤젤레스의 매직아워를 담아낸 ‘라라랜드‘의 감흥과는 다르지만, ‘퍼스트맨’ 또한 영화적인 순간으로 가득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