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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지구를 구하려면 원자력을 이용해야만 한다

원자력이 너무 위험하고, 비용이 많이 들고, 무섭지 않느냐고?

  • 김도훈
  • 입력 2018.10.11 16:43
  • 수정 2018.12.11 10:06
ⓒRelaxFoto.de via Getty Images

이번 주에 전세계 최고의 기후 변화 전문가들로부터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들려왔다. 좋은 소식은 지구의 평균기온이 1.5도 이상 올라서는 안되는 이유를 고통스러울 정도로 자세히 설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나쁜 소식은 700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쓴 132명의 저자들은 여러 아이디어를 제시했으나 실행 가능한 계획을 내놓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의 부의장의 표현을 빌자면 “이 보고서는 실현 가능성의 질문에 답하려고 시도하지 않았다”.

2015년 파리 협약에서 정한 목표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2도 이하로 묶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각 국가들이 세운 목표들을 보면 그 목표는 달성이 불가능하며, 이를 위해 제대로 노력하고 있는 주요국가도 없는 상황이다. 1.5도는 더욱 야심찬 목표지만, 현재 지구 에너지 시스템의 현실에서도 더 멀다.

21세기 초,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한 에너지원은 석탄이었다. 에너지 사용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가난한 국가들은 부유해지길 원하기 때문이고, 그들에겐 그럴 권리가 있다. 기후 목표와 현실이 서로 맞지 않는 것이다.

IPCC 새 보고서의 주요 감소 시나리오는 풍력과 태양 에너지 사용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 두 가지 모두 해결책의 중요한 일부이지만, 이들이 전력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많아지며 배치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풍력과 태양 발전의 전력 생산은 낮과 밤이 다르고, 겨울과 여름이 다르고, 예측하기 힘들 때가 많다. 재생가능 에너지를 저렴한 비용으로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은 꼭 필요하지만 아직 발달 단계다. 게다가 재생가능 에너지는 분산되어 있으며, 생산 전력당 많은 땅, 철, 콘크리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IPCC가 제시한 급박한 시점에 맞추어 빠른 속도로 대규모 확대하기가 힘들다.

옳은 방향이긴 하나 목표에 다가가지는 못할 다른 조치들도 있다. 사람들이 육류 소비를 끊고 대중 교통을 이용하게 될 수도 있다. 에어컨의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다. 비료 사용 관행을 바꿀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조치들을 다 합쳐도 목표를 맞추기엔 크게 부족하며,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다른 아이디어가 있다. 탄소 배출을 성공적으로 줄인 국가나 지역들을 보자. 웹사이트 electricitymap.org는 정말 중요한 전기 부문에 대해 생산하는 1킬로와트-시간의 전력 당 배출하는 탄소 오염물의 양을 보여준다. 현재 전세계 평균은 500그램 정도다.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앞으로 몇십 년 안에 이 수치를 50그램 이하로 낮추어야 한다.

전세계는 전반적으로 세 가지 그룹으로 나눠진다. 폴란드, 인도, 중국, 오스트레일리아 등 주로 석탄을 사용하는 곳(탄소 배출량은 약 700~800그램), 미국과 독일 등 석탄을 천연가스와 일부 재생가능 에너지로 거의 대체한 곳(약 500그램. 캘리포니아는 큰 노력을 기울여 200~300그램까지 낮추었다), 그리고 기적적으로 50그램 이하로 낮춘 곳들이다.

사실이다. 이미 이 목표를 달성한 곳들이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발전 방법은 두 가지 뿐이다. 노르웨이와 우루과이 등은 운좋게도 방대한 수력 발전 능력을 갖추었다. 대부분의 나라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또한 새로운 수력 발전소 건설은 생태계에 막대한 부담을 준다.

다른 곳들은 프랑스, 스웨덴, 캐나다의 온타리오주 등 원자력 발전을 쓰는 곳들이다. 원자력 발전은 탄소 오염물을 내지 않는다. 집중도가 높아 광업과 폐기물 등에 비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된다. 배터리 없이 24시간 내내 가동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속도로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 IPCC의 목표를 환상의 영역에서 현실로 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런 특징이다. 여러 국가들을 경험으로 한 우리의 분석에 따르면 재생가능 에너지만으로는 한 세기가 걸릴 일을 원자력 발전으로는 20년 안에 이룰 수 있다.

원자력이 너무 위험하고, 비용이 많이 들고, 무섭지 않느냐고? 그렇지 않다. 매년 수만 명을 죽이는 석탄에 비해 수천 배 안전하다. 사실 에너지 양 대비 사망자수를 보면 원자력은 인류가 사용한 에너지 중 가장 안전한 에너지다.

재생가능 에너지 등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폐기물도 훨씬 적게 발생한다. 미국인 1명이 평생 사용하는 평균 전기량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원자력 연료 폐기물은 음료수 캔 하나에 들어가는 분량이다. 언젠가는 매립해야 하지만, 지금은 안전한 건식저장소에 넣어두면 된다. 1백 년은 안전이 보장된다. 그동안 우리는 지구를 구하는 것 같은 더 큰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원자력이 핵무기 확산에 기여하지는 않느냐? 아니다. 핵무기 프로그램은 민간 원자력에 의존하지 않는다. 민간 원자력은 엄중한 국제 안전기준에 따라 운영된다. 북한 등 가장 문제시되는 핵무기 국가들에는 민간 원자력 발전소가 아예 없다. 원자력 발전은 사실 군비 축소를 가능하게 했다. 최근 20년간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의 10% 가량이 해체된 러시아 탄두에서 왔다.

꼭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미국 전기의 5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현재 미국의 원자력 발전소들은 석탄이나 가스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전력을 생산한다. 한국의 원자력 발전 비용은 1킬로와트-시간 당 4센트(약 46원)으로, 그 어떤 에너지원보다 낮다. 한국의 낮은 비용은 표준화된 디자인의 원자력 발전소를 계속 건설해서 이룬 것으로, 기가와트 당 필요한 비용이 20억 달러까지 내려간다. 미국 천연가스 발전소 자본비용의 약 두 배 정도이지만, 미국의 석탄 화력발전소의 절반, 같은 양의 전기를 생산하는 풍력과 태양 발전 시설 비용의 절반 이하이다.

북미와 유럽의 문제는 기술이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낡은 원자력 발전소들의 비용이 새 원자력 발전소보다 훨씬 낮다는 점이다. 가장 최근 미국이 원자력 발전소를 지으려 했을 때의 비용은 기가와트 당 120억 달러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수십 년 동안 원자력 발전소를 짓지 않았다.

스웨덴과 프랑스는 수십 년 동안 저렴한 원자력 발전으로 성장하는 경제에 전력을 공급해 왔다. 두 국가가 화석연료 발전을 버리는데는 20년도 걸리지 않았다. 지금 전세계가 같은 일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IPCC는 기후 재앙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전세계의 비탄소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우리에겐 현실적 계획이 필요하다. 재생가능 에너지가 크게 늘어나야 할 것이고, 에너지 효율 제고 및 농업에서의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매년 전세계에 100~200개의 원자로를 건설해야 한다. 효과가 없는 옳은 행동만 할 게 아니라, 전세계는 검증되었고 실현 가능한 이 방법을 통해 지구를 구해야 한다.

*허프포스트US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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