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영화 '스타 이즈 본'의 음악과 소리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영화를 보고 나면 궁금해진다.

ⓒWarner Bros

*‘스타 이즈 본’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스타 이즈 본‘은 음악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영화다. 가수 레이디 가가가 출연하고 그녀가 배우 브래들리 쿠퍼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의 스틸이 이 영화의 대표적인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1937년 제작된 영화 ‘스타탄생‘이 1954년 뮤지컬 영화 ‘스타탄생‘으로, 다시 1976년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주연의 영화 ‘스타탄생‘으로 리메이크됐고, 이 영화의 주제가인 ‘에버그린‘(Evergreen)이 당시 오스카 주제가상을 받았다는 사실도 ‘스타 이즈 본’의 음악을 기대하게 만든 부분이다. 그리고 영화를 본 관객은 충분히 만족했을 것이다.

ⓒWarner Bros

‘스타 이즈 본’은 유명 가수와 무명 가수의 로맨스를 그냥 로맨스로 그리지 않는다. 유명 가수 잭슨 메인(브래들리 쿠퍼)와 무명 가수 앨리(레이디 가가)는 음악적인 영감을 주고받으며 다가간다. 앨리가 드랙바에서 부르는 ‘La Vie En Rose’에 끌린 잭슨은 앨리를 기다리며 다른 드랙퀸들에게 ‘Maybe It’s time’이란 노래를 불러준다. ”이제 낡은 방식을 놓아야 할 때인가봐~.” 술을 마신 두 사람은 서로의 속내를 꺼내고, 그렇게 알게 된 잭슨의 이야기에 영감을 얻은 앨리는 ‘Shallow’란 노래의 일부분을 즉석에서 만든다. “Tell me something, boy. Aren’t you tired tryin’ to fill that void? (나에게 말해봐 소년아. 공허함을 채우려고 하니 지치지 않니?”) 이에 대한 잭슨의 화답은 매우 크고 감동적이다. 주차장에서 들은 가사와 멜로디를 편곡한 잭슨은 앨리가 자신의 무대에서 이 노래를 직접 부르게 한다. 레이디 가가는 이 장면에서 처음으로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떨림과 흥분을 사실적으로 연기해냈다. 그녀를 보는 관객들도 함께 숨이 멎을 정도다.

‘스타 이즈 본’은 이외에도 브래들리 쿠퍼와 레이디 가가가 부르는 여러 노래를 들려준다. 마지막 노래인 ‘I’ll Never Love Again’까지 듣고나면 브래들리 쿠퍼가 이렇게 노래를 잘했던 사람인가 놀라울 것이고, 영화에 수록된 노래들을 누가 어떻게 만들었나 궁금할 것이다. ‘스타 이즈 본’의 프로덕션 노트와 배우 및 제작진의 인터뷰, 이를 정리한 IMDB의 트리비아 페이지를 통해 찾은 이야기를 정리했다.

ⓒWarner Bros

1. 배우들은 촬영 현장에서 노래했고, 그 노래를 영화에 담았다.

주연뿐만 아니라 제작, 연출, 각본을 맡은 브래들리 쿠퍼는 레이디 가가의 이야기를 듣고 모든 노래를 촬영현장에서 직접 불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가는 평소 영화 속 배우들이 노래장면에서 립싱크를 정확하게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싫었다고 한다. 전문 가수가 아닌 브래들리 쿠퍼는 더 많은 보컬 트레이닝을 받아야 했다.

2. 브래들리 쿠퍼는 약 1년 동안 기타를 배웠다.

쿠퍼에게 기타를 가르쳐 준 사람은 컨트리음악의 거장인 윌리 넬슨의 아들 루카스 넬슨이었다. 넬슨과 쿠퍼는 약 1년 동안 거의 매일 밤 쿠퍼의 집 지하실에서 만났다. 영화 속 잭의 목소리도 쿠퍼의 평소 목소리가 아니다. 수개월에 걸쳐 보컬 코치의 지도를 받은 쿠퍼는 평소 목소리보다 한 옥타브 낮은 음색을 개발했다. 6개월 동안 매주 5일씩 수업을 받았다고. 레이디 가가도 쿠퍼가 특정 모델이 있는 뮤지션처럼 보이지 않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3. ‘스타 이즈 본’의 노래들을 만든 사람이 있다.

영화 속의 노래는 거의 대부분이 오리지널곡이다. 쿠퍼에게 기타를 가르쳐 준 루카스 넬슨은 ‘스타 이즈 본’에 담긴 노래를 함께 쓰고 프로듀싱했다. 영화의 첫 부분, 쿠퍼가 공연에서 부르는 노래 ‘Black Eyes’도 루카스 넬슨이 곡을 쓰고, 쿠퍼와 함께 가사를 써서 만든 노래다. 또한 ‘Music to My Eyes’, Diggin’ My Grave’ 등의 수록곡도 그가 함께 만들었다.

ⓒWarner Bros

4. 레이디 가가가 함께 만든 노래들도 많다.

레이디 가가는 영화 속에서 앨리가 사용한 작곡노트를 사용했다.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의 타이틀 곡인 ‘Shallow’역시 그녀가 가사를 쓰고 벤자민 라이스와 함께 작곡한 노래다. 이 밖에도 잭의 공연 마지막에 부르는 ‘Always Remember Us This Way’와 애리조나를 여행하며 작곡한 것으로 설정된 ‘Look What I Found’도 직접 만들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부르는 ‘I’ll Never Love Again’도 마찬가지다.

 

5. 영화 속 공연장면은 실제 공연장에서 촬영했다.

‘스타 이즈 본’은 실제 공연장에서 뮤지션이 느끼는 감각을 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무대 밖이 아니라 무대 안에서 배우들의 표정을 잡아낸 촬영이 눈에 띄는 이유도 그 때문. 또한 실제 공연장에서 실제 음악팬들이 있는 가운데 촬영한 장면도 많다. 제작진은 코첼라 뮤직페스티벌과 유럽 뮤직 페스티벌을 비롯한 여러 공연장을 찾아다니며, 실제 뮤지션이 잠시 쉬는 시간에 무대에 올라 촬영을 감행했다. 배우들은 아무런 소개도 없이 무대에 올라서 노래를 불렀고, 관객들이 브래들리 쿠퍼를 알아보았을 때는 이미 노래가 끝난 이후였다.

ⓒWarner Bros

6. 레이디 가가의 팬들이 만든 소리도 영화에 담겼다.

제작진은 대규모 엑스트라 배우를 동원하는 대신, 실제 레이디 가가의 팬들을 초청하기도 했다. 촬영이 예정된 공연장에서는 따로 티켓을 판매한 후 이 수익금을 가가가 만든 재단을 통해 기부했다고 한다. 가가는 또한 자신의 공연장도 촬영장소로 제공했다. 보스턴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 가가의 콘서트에서는 사운드만 녹음하기도 했다. 공연장 곳곳에 마이크로폰을 설치한 후, 가가의 팬들에게 ‘엘리’를 연호하게 했다고 한다.

7. 잭슨의 투어밴드를 연기한 이들도 실제 뮤지션이다.

영화 속 잭슨에게는 함께 무대에 서는 동료들이 있다. 이들도 실제 뮤지션이다. 쿠퍼에게 기타를 가르치고, 영화의 음악을 맡은 루카스 넬슨의 밴드 ‘프로미스 오브 더 리얼’의 멤버들이라고. 하지만 실제 노래를 한 브래들리 쿠퍼, 레이디 가가와 달리 이들은 촬영현장에서 실제 연주를 하지 않았다. 배우들이 노래를 부르며 들은 반주 트랙은 미리 녹음된 것이었다. 이들은 두 배우가 노래를 부르는 동안 연주를 하는 척만 했다.

ⓒWarner Bros

8. 영화 속 공연장면에 영감을 준 기억이 있다.

브래들리 쿠퍼는 영화 속 공연장면을 연출할 때 ‘메탈리카’의 콘서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가 6살 때 본 콘서트라고 한다.

9.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앨리의 공연장면은 레이디 가가에게 특별했다.

극중의 앨리가 ‘I’ll Never Love Again’을 부르는 이 장면은 지난 2017년 5월에 촬영됐다. 해당 장면의 촬영날, 레이디 가가는 유방암 투병을 하던 절친인 손자 더럼의 남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촬영을 앞둔 상황에서 가가는 직접 차를 운전해 그녀를 찾아갔지만, 더럼은 이미 사망한 이후였다. 더럼과 더럼의 남편, 더럼의 아들과 강아지까지 함께 누워 그녀를 보내주었다고 한다. 이후 가가는 다시 세트장으로 돌아와 ‘I’ll Never Love Again’을 불렀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가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절대 그날을 잊지 못할 거예요. 그 장면은 정말 나에게 특별해요. 나는 앞으로도 항상 그 순간을 기억할 겁니다.” ‘스타 이즈 본’의 마지막 시퀀스에서 이 장면을 본다면, 당시 레이디 가가의 감정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음악 #레이디 가가 #브래들리 쿠퍼 #스타 이즈 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