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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4년차에 아내에게 트랜스젠더라고 커밍아웃했다

결혼이 흔들렸다.

갤런 미첼과 로라 그론제스 미첼은 2005년에 처음 만났다. 둘 다 미네소타의 작고 진보적인 예술 학교 신입생이었다. 점심을 먹을 때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었는데, 로라는 갤런이 자기가 좋아하는 무명 밴드 티셔츠를 입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집에 돌아온 로라는 페이스북에서 갤런을 찾아 그날 밤에 캠퍼스 수목원을 같이 산책하지 않겠느냐고 메시지를 보냈다. 당시 남성이던 갤런은 수락했다. 그 날 밤 그들은 몇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가 정말 쉽게 이루어졌고 우리는 밤새 이야기를 나누었다.” 로라가 허프포스트에 말했다. 그들은 현재 결혼한지 7년째이고, 두 아이를 키우며 덴버에 살고 있다.

“처음부터 우리의 관계는 훌륭한 대화와 신뢰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COURTESY OF LAURA AND GALEN MITCHELL

이 커플에겐 길고 개방적이며 솔직한 대화가 당연한 것이 되었다. 젠더 롤이 대화의 주제로 자주 등장했고, 갤런은 자신이 사회가 생각하는 남성의 틀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초기부터 갤런은 로라에게 자신이 ‘여성으로 태어났어야 했다’, 혹은 요즘 쓰는 말로 하자면 ‘태어났을 때 여성 성별을 받았어야 했다’(assigned female at birth)로 말했다. 하지만 ‘트랜스젠더’라는 단어를 쓴 적은 없었다.

“만약 그랬다면 아마 내가 더 행복했을 것이고, 내가 ‘남성’보다는 ‘여성’에 더 가까운 것 같다고 느낀다고 로라에게 말했다. 그렇지만 그에 대해 뭔가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갤런의 말이다.

활달한 여자아이로 자랐던 로라는 전형적인 젠더 기준에 맞지 않는 것 같다는 갤런의 감정을 어느 정도는 공감했다. 그리고 갤런이 전형적인 시스젠더 남성이 아니라는 것은 로라도 이미 알고 있었다.

“내 몸을 바꿀 수 있는 마법의 버튼이 있다면 누를 것, 과 같은 말들을 했다. 하지만 트랜스가 되겠다, 세라피스트를 만나겠다, 정말 실용적인 것 같은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는 말은 전혀 하지 않아서 ‘음, 상황이 달랐길 바라지만 지금 이대로도 괜찮은가 보구나, 이 세상에서 자기가 지낼 수 있는 작은 틈을 찾아냈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대학 시절 로라 역시 자신의 섹슈얼리티에 의문을 품었고, 자신이 이성애자보다는 양성애자에 가깝다는 것을 깨달았다.

ⓒCOURTESY OF LAURA AND GALEN MITCHELL

결혼 후 4년이 지나 로라가 첫 아이를 임신하고 있던 2015년에 갤런은 로라에게 자신이 트랜스젠더라고 커밍아웃했고 성전환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이로 인해 결혼이 흔들렸다. 가족들은 뭐라고 할까? 성전환 후에도 서로에게 매력을 느낄까? 다른 아이를 가질 수 있을까? 하지만 이제 그들은 두 사람 사이의 유대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된 과정은 다음과 같다.

 

혼란스러운 성장 과정

갤런은 4살 때부터 자기가 여성이길 바랐다고 기억한다. 자기 또래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같은 야구, 보이스카우트 등에 갤런은 흥미가 없었다. 트랜스젠더라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처음 안 건 중학교 때였다. 하지만 당시는 1990년대말~2000년대 초기였고, 매체와 대중 문화에 트랜스젠더는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등장한다 해도 매력적이거나 공감이 가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당시 모든 정보는 ‘진짜’ 트랜스 여성은 남성에게만 끌린다고 말했고, 나는 남성에게 끌리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트랜스가 아닐 거라 생각했다.” 갤런의 말이다.

ⓒCOURTESY OF LAURA AND GALEN MITCHELL

17세 때 갤런은 어머니에게 자신의 젠더에 대해 혼란스러우며, 세라피스트를 만나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도와주려 했지만, 갤런은 어머니가 불편해 하고 겁을 먹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몇 주 뒤에도 어머니는 세라피스트를 구해주지 않았고, 갤런은 이 문제를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나중에 아직 걱정하고 있느냐는 어머니의 질문에 갤런은 “해결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물론 내 감정이 실제로 사라진 건 아니었다. 나는 그저 부정하려 애쓰고 있었다.”

 

커밍아웃

2015년 12월로 가보자. 로라가 임신한 것을 보자(갤런이 무척이나 해보고 싶던 경험이었다) 억눌렀던 여러 감정들이 표면으로 떠올랐다.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가 된다고 생각하자 갤런은 너무나 두려웠다. 로라는 임신에 대해 점점 더 흥분했지만 갤런은 물러서기 시작했다. 로라는 갤런이 우울증으로 고생했던 것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 사이가 소원해졌다.

결국 갤런이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이렇다 할 계획을 세우지 않고 갤런은 로라에게 자신이 태어날 때 지정된 젠더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세라피스트를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로라의 반응이 어떨지 굉장히 두려웠지만, 더 이상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기란 불가능했다.”

로라는 갤런을 응원했지만, 그때도 갤런이 얼마나 비참한 상태인지 전적으로 깨달은 것은 아니었다.

“나는 당신이 무슨 결정을 하든 응원한다, 보다 젠더 중립적으로 되고 싶다면 그것도 응원한다는 등의 말을 했던 게 기억난다.” 로라의 말이다.

며칠 뒤 두 번째 대화에서 갤런은 한 발 더 나아갔다. “트랜스가 되면 어떨까 한다.”며 성전환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로라는 충격을 받았다. 갤런이 ‘트랜스젠더’라는 단어를 쓴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로라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알면서도 내내 나한테 숨긴 것은 아니었다. 자기 자신조차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다. 이 마음이 너무 심해져서 마침내 이를 언급하고 내게 알려야 할 정도까지 다다른 것이다.”

“돌아보면 모든 퍼즐 조각들이 다 있었다. 갤런이 내게 보다 명확하게 말할 때까지 내가 그 조각들을 합쳐보지 않았던 것뿐이다.”

ⓒCOURTESY OF LAURA AND GALEN MITCHELL

로라는 사랑과 지지의 말로 답했다.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같이 잘 해결해 보자.” 등이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들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괴로워했다.

“곧바로 가장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온갖 의문들이 떠올랐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나? 우리가 둘째 아이를 가질 수 있나? 갤런이 성전환을 마치면 가족과 친구들이 받아들여 줄까? 나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때도 나는 갤런에게 매력을 느낄까?”

갤런은 로라가 겁을 먹었음을 알 수 있었지만, 로라가 차분하고 애정을 담아 대처했다고 말한다. 자신이 행운아라고 느꼈다. 커밍아웃을 선택하는 트랜스젠더가 파트너, 가족, 친구들에게 이렇게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는 정말 많다. 경제적 안정, 육체적 안전에 대한 우려도 뒤따른다.

“로라는 최소한 나와 이야기할 때는 굉장히 많은 배려와 이해를 가지고 접근해 주었다. 내가 우울하고 지지를 필요로 한다는 걸 알고 자신의 두려움과 걱정은 뒤로 미뤄두었다.” 갤런의 말이다.

 

타격

2016년의 첫 몇 달은 그들이 함께 한 시간 중 가장 힘든 시기였다. 아이의 출산을 준비하는 동시에, 성전환에 관련된 모든 것들에 대한 생각과 대화를 엄청나게 나누었다.

당시 갤런과 로라 두 사람 모두 처음으로 앞으로도 함께 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었다. 그러나 갤런은 로라의 감정을 걱정했다. 로라가 양성애자라 해도, 여성이 된 갤런에게 매력을 느낄지는 알 수 없었다. 로라는 남성과 지내고 싶다고 결론내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몇 달 뒤에 그런 걱정은 사라졌다.

“처음 몇 달 뒤, 내가 트랜스라고 해서 우리가 헤어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다시는 들지 않았다. 곧 ‘우리 vs 온세상’ 같아졌다. 로라는 내가 남성이었을 때보다도 여성인 내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COURTESY OF LAURA AND GALEN MITCHELL

불안함을 많이 느끼는 A형 성격이라고 말하는 로라에게 있어 임신과 성전환이 함께 찾아오는 것은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완벽히 계획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이를 통해 배웠다고 말한다.

“내 배 안에서 발버둥치는 작은 인간은 우리가 함께 가족을 이루고 싶다고 원하게 만들게 된, 갤런과 내가 여러 해에 걸쳐 했던 선택들을 끊임없이 일깨워주었다. 우리가 서로를 전적으로 사랑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다른 모든 것들을 뚫고 볼 수 있게 해주었다.”

 

계획

갤런의 세러피스트는 이 부부에게 성전환의 여러 가지 면에 대한 일정을 짜두라고 제안했다. 친구들과 가족에게 커밍아웃하기, 호르몬 요법 시작하기, 보다 여성적인 옷 입어보기, 헤어 및 메이크업 실험하기 등이었다. 매 단계마다 갤런은 로라가 편안하게 느끼는지를 확인했다.

“내게 있어 로라는 내 삶에서 옳은 모든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달랐으면 좋았겠다 싶은 것도 있다. 예를 들어 내게 버튼만 누르면 여성이 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로라와 계속 함께 할 수 있다는 조건 하에 나는 그걸 선택하겠다. 로라를 많이 아끼고, 잃고 싶지 않아서다.”

로라는 이런 논의들이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복잡한 춤’이었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로라가 매력적이라고 느꼈던 갤런의 외모들이 바뀌는 걸 보기가 힘들었다. 수염을 제거하는 것 등이었다. 드레스를 입은 갤런의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도 익숙해지기 위한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응원하는 파트너로서 나는 모든 것에 즉시 예스라고 답했다. 하지만 나도 확인해야 했다. 내가 정말로 이걸 편안하게 느끼나? 아니라면, 얼마나 강하게 반대해야 하나? 내가 정말로 반대를 하는 것인가, 아니면 늦추려 하는 것인가?”

변화는 로라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욱 컸다.

“우리 삶의 모든 것이 변화를 겪어야 했다. 그래서 완전히 달라졌다, 나빠졌다, 좋아졌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변화가 있었고, 내 생각보다도 훨씬 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현재 이들의 관계

지금 로라와 갤런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가깝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들의 경우가 드물다는 것은 안다. 이러한 변화를 겪어내지 못하는 커플이 많다. 그들의 로맨틱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로라가 양성애자라는 것이지만, 그들 역시 결코 확신할 수 없었다는 걸 안다.

“나는 양성애자이고, 세상에는 양성애자가 아주 많지는 않다. 그러니 트랜스와 양성애자가 만나서 커플이 된다는 건 정말 드문 확률이다. 양성애자라고 해서 파트너가 성전환하는 걸 무조건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절대로 이성애자라고 하는 사람의 경우보다는 아마 확률이 높을 것이다.”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 터놓고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는 것 또한 주요했다.

“‘내가 원하는 건 이거고,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선은 여기까지고, 네가 원하는 것은 이거고, 네가 편안하게 느끼는 선은’ 등의 대화를 터놓고 나눌 수 없는 커플들도 알고 있다. [그들에겐] 기본적인 신뢰의 기반, 상대의 행복함을 바라는 마음이 없었다.” 갤런의 말이다.

ⓒCOURTESY OF LAURA AND GALEN MITCHELL

“내가 원하는 것, 내게 필요한 것,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모습에 대한 내적 성찰을 많이 하게 된다. 그리고 나와 다른 결정을 내린 사람들을 전적으로 존중한다. 내가 내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는 것이 정말 기쁘지만,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제대로 맞아떨어져야 했다고 생각한다.” 로라의 말이다.

 

해주고 싶은 충고

비슷한 상황에 처한 다른 커플에게 해주고 싶은 충고가 있다면? 참을성. 아주 많은 참을성. 자기 자신과 파트너를 향한 참을성이다.

“이것이 파트너가 당신에게 하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라. 두 사람이 함께 맞설 수 있는 어려움임을 알라. 잠시 어느 정도 선까지 견뎠다가 결국 헤어지게 된다 해도, 사랑하는 사람의 지지는 성전환을 거치는 걸 돕는데 아주 중요하다.” 로라의 말이다.

자기 돌봄을 잊지 말라. 두 사람 모두의 삶에서 큰 도전이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일 시간과 공간을 스스로에게 넉넉히 허락하되 긴장을 풀라. 묘한 일이지만, 로라는 글렌이 커밍아웃했을 때 임신 중이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다. 몸 안에서 자라는 아기를 돌보기 위해 자기 자신도 돌보아야 했기 때문이다.

“정신적, 감정적, 육체적으로 스스로를 돌보지 않는다면 이 작은 인간을 잘 돌보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우리는 대화를 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떨어져 보내는 시간도 가졌고, 그럴 때 나는 목욕을 하고 멍청한 TV 드라마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취미 활동을 하거나 나만을 위한 일을 하며 우리 두 사람에게 일어나는 이 중대한 일에 집중하지 않았다.”

거의 3년이 지났다. 이 커플은 그동안 함께 겪은 일들 때문에 각자 개인으로, 또한 커플로 성장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우리는 훨씬 더 공감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되었다. 둘 다 진짜 우리 자신이 되었다. 내가 커밍아웃을 통해 내 자신을 더 편하게 느끼게 된 것처럼, 그로 인해 로라도 자신의 젠더 표현에 대한 면들을 더 좋게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더 편안해하고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서로를 더욱 전적으로 지원한다.” 갤런의 말이다.

*허프포스트US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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