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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의 로비자금은 어떻게 미국을 예멘 내전에 묶어두고 있나

사우디의 돈은 미국 외교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 허완
  • 입력 2018.10.10 15:45
  • 수정 2018.10.10 15:47
ⓒMANDEL NGAN via Getty Images

2017년 5월의 일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점점 불안해지고 있었다. 그들은 예멘의 후티 반군을 격퇴하기 위해 2년 넘게 미국의 군사 지원과 폭탄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다. 미국 상원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군사 지원, 대규모의 대사우디 미국산 무기 수출을 중단하자는 내용의 결의안을 검토하고 있었다. 예멘에서 미국이 지원했던 공습이 민간인을 겨냥했는 증거가 쌓여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정부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그들에게는 그 폭탄과 그 모든 지원이 이어지도록 하는 데 필요했던 무기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건 바로 로비스트 군단이다.

그 해 워싱턴에는 그 군단이 자리 잡고 있는 20여개 이상의 로비 및 PR 업체들이 있었다. 주요 인사 중에는 ‘브라운스타인 하이야트 파버 슈렉(BHFS)’의 워싱턴 사무소 매니징 파트너 마크 램프킨이 있었다. 이 회사는 2017년에 사우디 정부로부터 50만 달러 가까운 돈을 받았다. 외국인에이전트등록법(FARA) 기록에 따르면 램프킨은 이 결의안에 대해 상원 의원실과 20번 넘게 접촉했다. 일례로 그는 2017년 5월16일에 팀 스콧 상원의원(공화당-사우스 캐롤라이나)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나, 램프킨은 바로 그날 스콧 의원이 활동하고 있는 위원회에 2000달러를 기부했다. 6월13일에 스콧은 동료 의원들 다수와 함께 사우디에 무기를 수출하자는 데 찬성표를 던졌다. 1년 뒤, 이 때 판매가 허가된 것과 같은 종류의 폭탄이 예멘 공습에서 민간인들을 죽이는데 사용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번 건 등의 로비 작업으로 램프킨은 워싱턴의 의회전문 매체 더힐이 집계한 ‘톱 로비스트 2017: 살인 청부업자’ 목록에 올랐다는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조를 대표하는 로비스트들에 관해 말하자면, 램프킨의 사례는 예외적인 게 아니다. 오히려 아주 일반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사우디 정부는 로비스트들을 많이 고용해 왔고, 이들은 예멘에서의 노골적 인권 침해와 민간인 희생을 묵인하도록 미국 의원들과 대통령을 설득해냈다. ‘국제정책센터‘에서 내가 맡고 있는 ‘외국영향투명성이니셔티브(Foreign Influence Transparency Initiative)’ 프로그램이 곧 발표할 보고서에 의하면, 사우디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등록된 외국인 에이전트들은 백악관, 언론, 영향력 있는 씽크탱크 인물들과 2017년 한 해에만 2500번 이상 접촉했다. 그들은 상하원 의원들에게 사우디 지지를 요청하며 40만 달러 가까운 정치 자금을 지원했다. 램프킨의 경우처럼, 이중에는 무기 판매 지지를 요청한 같은 날에 이뤄진 후원도 있었다.

사우디의 돈은 워싱턴에 큰 영향을 계속해서 미치고 있으며 마크 램프킨의 역할은 아주 작은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미국 의회가 예멘에서 일어나고 있는 파멸적 전쟁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중단시킬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만큼, 돈으로 이루어지는 이런 ’대가성 거래정치(pay-to-play politics)는 몇 주 안에 곧 다시 벌어질 것이다. 

ⓒPool via Getty Images

 

맞서 싸우기 위한 로비

워싱턴에서 이같은 사우디의 로비가 증가한 뿌리는 2001년의 9/11 테러 이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억하다시피 9/11 테러의 자살 테러범 19명 중 15명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이었고, 미국 대중들 사이에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반감이 퍼졌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를 우려한 사우디아라비아 왕족들은 그에 대한 대응으로 그 이후 10년 동안 대중 인식 개선과 미국에 대한 영향력 유지를 위해 약 1억달러(약 1130억원)를 썼다. 2015년에 이란 핵협상을 놓고 오바마 정부와의 관계가 냉각되기 전까지 이러한 로비는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사우디는 다시 없을 기회를 잡았다고 보고 새로 뽑힌 대통령과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를 끌어들일 공격적 캠페인을 시작했다. 물론 여기엔 돈이 많이 들었다.

그 결과, 사우디 로비 활동은 엄청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FARA 기록에 따르면 2016년에 사우디는 로비업체들에 1000만달러에 달하는 금액을 썼다고 신고했다. 이 금액은 2017년에 2730만달러로 늘어났다. 유명 대학교아랍걸프국가연구소, 중동연구소, 전략국제학센터 같은 씽크탱크들에 쓴 상당 규모의 돈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이는 워싱턴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훨씬 더 큰 활동의 일부를 보여줄 뿐이다.

이렇게 막대한 돈을 쓴 덕분에 공화당과 민주당 양쪽에서 사우디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로비스트들의 숫자는 급격하게 늘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도 전에 사우디 정부는 하워드 ‘벅’ 맥컨이 이끄는 로비업체 ‘맥컨그룹‘과 계약을 맺었다. 맥컨은 얼마 전 은퇴한 공화당 하원의원으로, 하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이었다. 맥컨그룹은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장 많은 군수 물자를 판매하는 기업 중 하나인 록히드마틴 역시 고객으로 두고 있다. 민주당 쪽을 살펴보자면, 사우디는 토니 포데스타가 이끄는 ‘포데스타그룹’과 월 14만달러짜리 계약을 맺었다. 포데스타의 형제인 존 포데스타는 오래 전부터 민주당에서 활약했고 힐러리 클린턴 대선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토니 포데스타는 후에 포데스타 그룹을 해체했고, 등록되지 않은 외국인 에이전트로 활동한 혐의로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이 모든 새로운 화력이 이미 막강했던, 사우디 로비업체나 영향력 있는 파워 브로커들로 이뤄진 가공할 무기고에 추가됐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인터셉트의 리 팡에 의하면 “[트럼프의] 백악관 채용 과정에 깊이 관여했던” 전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트렌트 로트, 친(親)공화당 슈퍼 PAC ‘아메리칸 액션 네트워크’의 의장 놈 콜먼 전 상원의원이 여기에 포함된다. 2017년에 사우디아라비아는 FARA에 등록된 로비업체들과 45건, 미국에 외국인 에이전트로 등록된 사우디인 100명 이상과 계약을 맺었다. 그들은 아주 바쁜 시간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그와 같은 활동에는 명백한 패턴이 드러난다. 사우디의 외국인 에이전트들은 사우디, 사우디 왕족들, 정책, 그리고 특히 예멘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전쟁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쉴새없이 일한다. 동시에 미국의 무기와 군사 지원이 사우디로 계속 들어오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외국인 에이전트’라는 단어가 로비스트와 동의어로 사용될 때가 많긴 하나, 사우디의 돈을 받는 에이전트들이 하는 일의 일부는 직접적인 로비보다는 PR 행동에 가깝다. 예를 들어 2017년에 사우디의 외국인 에이전트들은 언론사들과 500번 이상 접촉했다고 신고했으며, 여기에는 전국 언론인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 저널, PBS 등이 포함되어 있다. PBS는 사우디 왕국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여러 차례 방송했다. 그러나 이들은 사우디에 대한 긍정적인 보도를 북돋을 것이라는 희망에 따라 피츠버그포스트-가제트 같은 소규모 언론, 심지어 ESPN처럼  특화된 언론사들과도 접촉했다.

이들에게는 미국 내에서 사우디에 대한 전반적 이미지가 분명 중요했다. 반면 이들의 활동 대부분은 사우디 왕족에게도 중요한 안보 이슈들에 집중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FARA 기록에 의하면 사우디 에이전트들은 대부분의 무기 판매를 관장하는 국무부의 인사들과 2017년 한 해 동안 100번 가까이 접촉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이 가장 집중하는 곳은 국회다. 특히 주요 위원회의 고위급 의원들에게 집중한다. 그 결과, 2016년 말부터 2017년 말 사이의 특정 시기에 사우디 로비스트들은 상원의원 전원을 비롯해 상하원 의원들 중 200명 이상과 접촉했다. 

이들이 가장 자주 접촉한 건 물론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의원들이었다. 예를 들어 이들이 가장 많이 접촉한 인물은 예산 책정과 군사위원회에 모두 소속된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당-사우스 캐롤라이나)이며, 민주당에서는 예산 책정과 외교위원회 소속인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민주당-델라에어)이 가장 많이 접촉한 대상이었다.

ⓒTanarch via Getty Images

 

선거운동으로 흘러들어가는 사우디의 자금

사우디 쪽 고객들을 도울 수 있는 의원들에게 접촉하는 명확한 패턴이 있는 것처럼, 로비 자금이 이 의원들에게 흘러들어가는 데에도 패턴이 있다.

모든 외국인 에이전트들의 정치 활동을 기록하는 FARA 문서는 이들이 보고한 선거 자금 후원도 기록한다. 정치적 활동에 대해 했던 것처럼, ‘외국영향투명성이니셔티브’ 프로그램은 사우디의 이익을 대변하는 업체들이 신고한 2017년의 선거 자금 후원에 대한 분석도 실시했다. 그 결과, 우리는 이런 로비업체들이 접촉한 의원들의 3분의 1 이상은 해당 업체의 외국인 에이전트들로부터 선거 자금 역시 후원받았다는 점을 밝혀냈다. 2017년 FARA 기록에 따르면, 사우디 고객들을 대변하는 로비업체들의 외국인 에이전트들은 이 의원들의 선거자금으로 총 39만496달러를 후원했다. 

이와 같은 돈의 흐름은 우리가 밝혀낸 11건의 각기 다른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사우디 고객들을 대신해 이 로비업체들에 소속된 누군가가 상원의원 또는 하원의원에게 자금을 후원한 당일에 이 업체들이 의원들과 접촉한 사례들이다. 즉, 마크 램프킨 사건과 같은 일이 10건 있었다는 뜻이다. 로비업체 ‘스콰이어 패튼 보그스’, ‘DLA 파이퍼‘, ‘호건 로벨스’의 외국인 에이전트들이 관련된 건들이다. 일례로 호건 로벨스는 사우디 대사관을 대표해 2017년 4월26일에 밥 코커 상원의원(공화당-테네시)을 만났다고 신고했고, 바로 그 날 호건 로벨스의 한 에이전트는 밥 코커 2018년 상원 재선을 위한 선거운동에 2700달러를 기부했다. (이후 코커는 재선에 도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누군가는 이런 후원이 뇌물과 매우 유사해보인다고 말할 수 있겠으나,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은 없으며, 외국인과 외국 정부가 선거 운동에 후원금을 내는 게 금지되어 있긴 하지만 쉬운 편법이 있으며 사우디는 이 편법을 아주 많이 활용했다. 미국 정치인에게 돈을 찔러주고 싶은 외국 세력 누구든, 그저 미국 로비스트를 고용해 이를 대신 처리하도록 맡기면 된다.

로비스트 출신인 지미 윌리엄스는 “요즘 대부분의 로비스트들은 뇌물 시스템에 관여하고 있으나 이는 합법이다”라고 쓴 바 있다.

ⓒBRENDAN SMIALOWSKI via Getty Images

 

현재 사우디가 하고 있는 로비

2018년 말인 지금도 이런 로비는 미국 하원에서 맹렬히 이루어지고 있다. 예멘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펼치고 있는 전쟁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중단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의원들의 사무실에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으며, 이는 예멘 내전으로 인한 1만명 넘는 민간인 사망자, 이 죽음들 중 상당수의 원인이 된 미국산 폭탄, 알카에다 아라비아 반도 지부(AQAP)의 재부상을 일으킨 내전을 무시해 달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그들은 아마도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에서 민간인의 추가 희생을 막기 위해 필요한 초지를 밟고 있다고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인증”한 사실을 언급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폼페이오 장관의 말이 로비업체 ‘BGR Government Affairs’ 소속 외국인 에이전트로 일했던 현 국무부 법무팀 수장의 의견에 따른 것이라는 보도는 아마도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BGR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를 대변하는 것으로 FARA에 등록된 35개 로비업체 중 하나다. 이런 로비스트와 홍보 담당자들은 사우디 왕족의 넉넉한 돈을 사용해 이들의 프로파간다를 퍼뜨리고, 사우디 정부가 예멘에서 하고 있는 자선 사업들을 알린다. 물론 그들은 사우디의 예멘 봉쇄와 미국의 지원을 받아 행해졌던, 결혼식, 장례식, 스쿨 버스 등에서 민간인들의 목숨을 앗아간 공습은 알리지 않는다. 이 모든 일들은 가장 극단적 재앙이 될 수도 있는 끔찍한 기아 발생을 초래하고 있다.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한 분명한 이유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팩트가 그들의 편이 아닐지 몰라도 돈은 그들의 편이다. 2001년 9월 이후 워싱턴에서 이것은 사실임이 증명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무기를 팔아 수십억달러를 벌어들이는 미국 방위사업 업체들, 로비 업체들, 또 그 업체들을 거쳐 의회로 직접, 엄청난 돈이 사우디에서 흘러들어왔다.

정녕 미국의 외교 정책이 이렇게 결정되어야 하는가?

 

* 벤 프리먼의 이 글은 TomDispatch.com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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