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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먹은 월급 3배 물어내기

ⓒbixpicture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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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로 가는 길이었다. 시간이 늦어 수원역에서 표를 끊지 못하고 열차를 탔다. 승무원에게 말했더니 50% 추가운임을 내라고 했다. 무궁화호 운임이 2200원인데 3300원을 계산했다. KTX 부정승차로 적발된 승객이 올해 8월까지 6만7000명. 7월1일 개정된 여객운송약관에 따르면 승차권 확인을 거부하면 2배, 부정승차로 재차 적발되면 10배, 승차권을 위·변조하면 30배를 내야 한다. 지난 7월 광명에서 대전으로 가는 승객이 KTX 승차권을 위조해 63만원을 물어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임금체불 노동자가 23만57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 늘었다. 금액도 1조1274억원으로 8월 기준 역대 최대다. ‘직장갑질119’ 제보 1위도 임금 도둑이다. 월급을 떼여 노동청에 진정을 넣는다. 근로감독관이 진정인과 회사를 불러 금액을 확인한다. 회사는 노동자의 업무과실로 손해를 입었다고 협박한다. 근로감독관은 합의를 종용한다. 떼인 돈 일부만 돌려받는다. 노동청 다니느라 돈과 시간을 빼앗긴다. 반면 사장님 손해는 1도 없다. 체불임금을 지급하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받지 않는다. 부당해고도 해고 기간 임금만 돌려주면 그만이다.

민족 최대 명절 한가위에 고향도 못 가고, 서울노동청에서 불법파견 처벌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한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 2004년 9월과 12월 노동부는 현대차 9234개 공정 1만명의 사내하청을 불법파견으로 판정했다. 정규직 자리에 불법으로 비정규직을 썼다는 뜻이다.

불법고용으로 현대차는 얼마나 이득을 얻었을까? 정규직 연봉을 평균 7000만원, 사내하청을 3500만원으로 계산하면 매년 3500억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14년 동안 4조9000억원이다. 기아차를 뺀 수치다. 천문학적 부당이득을 취하고도 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은 경찰 조사 한번 받지 않았다. 불법을 바로잡으라고 싸운 비정규직 노동자는 36명이 구속되고 196명이 해고됐으며 3명이 목숨을 끊어야 했다.

임금체불, 부당해고, 불법파견에 형사처벌 강화와 함께 부가금 또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면 어떻게 될까? 상습적인 범죄로 부당하게 얻은 이익의 딱 세 배만 물어내게 한다면? 현대차는 당사자들에게 13조원 이상을 토해내야 한다. 돈이 아까워서라도 불법이 확 줄어들지 않을까?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블랙기업 퇴출법’을 냈다. 상습적 체불사업주에게 체불임금의 3배 부가금 지급을 청구하는 법이다.

일본 노동기준법에는 체불임금에 부가금을, 미국은 차별 등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 100개 이상의 노조와 회사가 맺은 단체협약 부당징계 조항에는 “노동위원회 또는 법원에서 부당해고나 부당징계로 판정받은 경우 해당 기간 동안 평균임금의 150%(또는 200%)를 임금으로 지급한다”고 되어 있다.

블랙기업 퇴출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자유한국당이 위원장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갑질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처벌조항 없는 반쪽짜리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야가 자기들 공이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이완영, 장재원 의원이 몽니를 부려 법안이 법사위 서랍에서 잠들 꼬락서니다.

그런데 누구 하나 문제 제기하고 싸우는 의원이 없다. 적폐 1번지 국회를 뒤엎지 않고서는, 열심히 일해주고 돈 떼이고 억울하게 쫓겨나는 직장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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