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2018년 10월 11일 14시 14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10월 11일 14시 15분 KST

우리는 서울에 어떤 LGBTQ+ 센터를 만들 수 있을까요?

그림1. 2019년 완공될 예정인 미국 LA의 LGBT Center
huffpost

1969년 로스앤젤로스의 LGBT 센터를 시작으로 뉴욕, 샌프란시스코, 베를린 및 베이징 등 세계 도시 곳곳에 존재하는 퀴어 커뮤니티들은 매우 자랑스러운 센터를 설립해왔습니다. 오늘날, 이러한 센터들은 LGBTQ+ 세대 간 교류과 청소년 교육을 장려할 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LGBTQ+이 마주하는 어려움을 돕기 위한 의학적·법률적 지원 및 지역 정책에서의 협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운동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매년 4만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는 미국 LA LGBTQ+ 센터는 세계 최대의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는 시민단체로 유명합니다. 이들은 퀴어들을 위한 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건강’, ‘사회 복지와 주거’, ‘문화와 교육’, ‘리더십과 지원’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600명이 넘는 직원들과 함께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이들은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을까요? 사실, 제가 살펴본 LA를 비롯한 뉴욕, 베를린, 베이징 등에 위치한 LGBTQ+ 센터들의 프로그램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는 LGBTQ+가 겪는 어려움이라는 것이, 물론 나라별로 혹은 문화별로 일부 차이가 존재할 수도 있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림2. 베이징 LGBT Center 홈페이지 메인화면

우선, 다수의 LGBT 센터들은 ‘건강’이라는 키워드 안에서 LGBTQ+ 집단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 HIV/AIDS 전문 진료를 비롯하여 1차 의료 서비스, STD 테스트 및 예방, 정신 건강 회복 프로그램, 중독 회복 서비스 등을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고 있었으며 LGBTQ+ 커뮤니티 집단의 건강과 복지 향상에 초점을 맞춘 연구 및 임상 시험 또한 광범위하게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둘째로, 이들은 ‘사회 복지와 주거’라는 키워드 안에서 노숙인 청소년을 위한 의류 제공, 교육 장학금 지원, 대학 진학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트렌스젠더 및 청소년을 위한 고용 지원 프로그램과 지역 내 네트워크가 부족한 연장자가 어려울 때 찾아갈 수 있는 지속가능한 주택(affordable housing)을 제공하는 등 퀴어 커뮤니티 내 다양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도움이 필요한 퀴어들에게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주고 개개인이 가장 필요할 때 찾아올 수 있는 쉼터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그림3. 뉴욕 LGBT Center 소개 페이지

마지막으로 퀴어 커뮤니티가 다수 가시화된 미국과 유럽 LGBTQ 센터를 중심으로 ‘문화와 교육’이라는 키워드 안에서 공연 및 전시회을 열고,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퀴어들을 위한 검정고시 프로그램, 퀴어를 위한 평생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리더십과 지원’이라는 키워드 안에서 지역 정치 및 시민권 옹호를 위한 법률 지원, 자살 예방 프로그램, 옹호(ally) 조직을 위한 기술 및 법률 지원, 전략적인 지역 사회 내 지도자 육성 및 교육과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에서 일부 떨어져 있었던 영국 런던의 퀴어 커뮤니티 또한 최근 아래와 같은 런던 LGBTQ+ 커뮤니티 센터 설립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 성공한 바 있습니다. 비록 각기 다른 나라에서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결국 이들이 추구한 것은 단 하나의 정체성만으로 설명하기 힘든 ‘LGBTQ+’를 지역사회 내 공통의 커뮤니티로 모으고자 했던 열정 그 자체는 아니었을까요?

그림 4. 최근 센터 설립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한 런던 LGBTQ+ 커뮤니티

물론, 이렇게 물리적으로 한 공간에 만들어진 센터에서 지역사회 내 LGBTQ+를 모으는 작업은 분명 어려움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각기 다른 정체성, 사회적 계층을 지니고 있는 정말 퀴어한 이 집단을 하나로 모음으로써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안전하게 뿌리내릴 수 있는 공동체’는 현재 한국 내 일부 형성되어 있는 공통의 학벌, 나이 혹은 취향(독서, 운동 등)으로 형성된 공동체와는 분명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요.

한편, 만약 우리가 이러한 공동체를 만들고자 한다면 반드시 마주해야만 하는 몇 가지 이슈가 남아 있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그 중 우리에게 가장 취약한 문제는 바로 LGBTQ+ 청소년과 어르신들의 노숙 및 고독 문제입니다. 캐나다, 호주, 미국 등지에서 시행된 연구에 따르면 노숙인 청소년의 25%~40%는 LGBT로 밝혀졌으며 일부 LA와 같은 도시에서 거주하고 있는 64세 이상 LGBT 인구 중 68%는 1인 가구였다고 합니다. 더 나아가 ‘National Alliance to End Homelessness’의 연구에 따르면 약 24만명에서 40만명 사이의 미국 내 LGBT들은 그들 생애에서 최소 한 번 이상 ‘노숙’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그림 5. 뉴욕 시정부에서 발간된 2017년 청소년 리포트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단순히 ‘주거의 불안정함’을 넘어 무분별한 마약 투여와 '생존을 위한 성노동'(survival sex; 의식주 등 생활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수행하는 성행위), HIV의 광범위한 확산과 정신 질환, 그리고 자살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또한 노숙의 과정에서 겪는 외상을 비롯해 피난처에서의 차별 및 폭력과 같은 문제들은 이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죠.

연구에 따르면 이들이 이렇게 ‘노숙’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된 것에는 가족의 거부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동성 결혼이 제도화되면서 LGBT 집단의 가시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른 부작용으로 보수적인 가족 내에서 쫓겨난 노숙 상태의 성소수자 청소년이 급증하고 있다는 주장(1,2,3)도 일부 존재합니다.

우리는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인지하고 있을까요.

그림 6. ‘뉴욕 거리에서 살아남기 : 생존을 위한 섹스를 경험하고 있는 LGBTQ+ 청소년에 대한 보고서’의 표지

얼마 전, 런던의 LGBTQ+ 노숙인을 위한 시민단체 The Outside Project는 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런던에서 열린 퀴어 퍼레이드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Coming out Kit(커밍아웃을 위해 필요한 도구들이 담긴 가방)’를 보여주고 그 안에 들어있는 물건이 무엇인지를 물어보는 실험이었죠. 안타깝게도, 다수의 퀴어 퍼레이드 참여자들은 그 안에 들어있는 물건을 맞추지 못했습니다.

어때요? 여러분들은 맞출 수 있을까요?

여러분들이 커밍아웃할 때 필요한 물건은 무엇인가요?

The Outside Project라는 단체가 제시했던 ‘Coming out Kit’에 담겨있는 물건은 다름 아닌 양말, 모자, 칫솔과 같은 생필품들이었습니다. ​​많은 보고서들에 따르면 지역 사회에서 살아가는 LGBTQ+는 가정 폭력과 인간 관계의 붕괴와 같은 가정 내외부의 괴롭힘을 겪고 있으며, 설사 그러한 공간에서 독립을 했을지라도 본인의 주거공간을 유지하기 위한 재정적 어려움과, 그러한 공간을 얻고자 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중개인과 집주인의 차별적인 행동과 같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가족이라는 전통적 울타리 밖으로 나오게 된 LGBTQ+의 삶은,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림 7. The Outside Project의 프로젝트 영상 ‘Coming Out Kit’

이러한 점에서 종로3가라는 공간을 다시 생각하고자 합니다. 종로3가라는 공간에서는 최근 이슈된 박카스 할머니를 비롯한 탑골공원의 노인, 남성 성소수자들의 상업 게토 및 인권단체 그리고 일부 수입이 있는 노숙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돈의동의 쪽방촌까지 참 다양한 집단들이 모여서 겹칠 듯 겹치지 않을 듯 살아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은 다른 모든 것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가까운 것은 멀리 있는 것들보다 더 관계가 있다. Everything is related to everything else, but near things are more related than distant things. 지리학 제 1법칙, Waldo Tobler

앞으로 지역사회에서 친구사이가 활동할 영역은 지속적으로 넓어질 것입니다. 얼마 전 서울퀴어퍼레이드 당시 친구사이가 종로3가에 내걸었던 현수막은 바로 이러한 움직임의 시작이겠죠. 그렇다면, 앞으로 친구사이는 과연 돈의동 쪽방촌의 노숙인들과, 익선동의 상인들과, 탑골공원의 박카스할머니를 비롯한 노인들과 어떤 관계를 형성해야 할까요.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어떤 친구사이를 만들어가야 할까요.

그림 8. 종로3가 친구사이와 그 주변

글 : 제니 (친구사이 소식지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