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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헤일리 유엔대사의 갑작스러운 사임에 의문이 쏟아지고 있다

'휴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지만,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 허완
  • 입력 2018.10.10 12:12
  • 수정 2018.10.10 12:18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올해 연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난다. 국제 무대에서 트럼프 정부의 외교정책 어젠다를 이끌어왔던 핵심 인물인 그의 갑작스러운 사임 발표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헤일리 대사의 사임을 보도한 직후인 9일(현지시각) 오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헤일리 대사는 백악관에 기자들을 불러 모아 이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헤일리 대사는 ‘휴식이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에 사임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6년 동안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지냈고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곧바로 유엔대사직을 맡으면서 ”격렬한(intense)” 8년을 보냈다는 것.

그러면서 헤일리 대사는 ”다른 누군가가 일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줘야 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께 감사드린다. 이건 일생일대의 영광이었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사임 배경에 다른 ”개인적인 이유는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정부 관료들이 물러날 때를 아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가진 전부를 지난 8년 동안 쏟아부었다. 가끔은 (나와) 똑같은 에너지와 힘을 쏟아부을 수 있는 다른 인물들로 교대(rotate)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에게 매우 특별한 사람이었던” 헤일리 대사가 사임 의사를 오래 전에 밝혔다고 말했다. ”아마도 6개월 전쯤, 그는 어쩌면 2년이 되는 연말이 되면 좀 쉬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좀 쉬고 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는 ”만약 이게 오래 전에 예정됐던 것이라면, 이건 아마도 정보 유출이 심한 백악관에서 가장 잘 지켜진 비밀 중 하나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교안보 당국 고위 관계자들은 헤일리 대사의 사임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헤일리 대사는 트럼프 정부 내에서 독특한 입지를 구축한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종종 트럼프 대통령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도 대통령과 불화를 겪지 않았다. 일례로 그는 러시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보다 훨씬 강경한 입장을 취하며 백악관과 이견을 보였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최근의 ‘사건’ 이전까지는) 비슷한 위상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곤 했다.

헤일리 대사는 2016년 대선 당시 공화당 경선후보로 나섰던 마르코 루비오와 테드 크루즈를 지지했었다. 그러나 대선 이후인 2016년 11월, 일찌감치 트럼프 당선인에 의해 유엔대사로 지명됐다.

이후 그는 트럼프 정부 내 몇 안 되는 장관급 여성 관료이자, 그보다 더 손에 꼽을 만큼 적은 유색인종(인도계 미국인) 고위 관료로 일해왔다.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미국의 외교정책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 전직 백악관 관계자는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트럼프가 그에게 분노한 것처럼 보인 적은 없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다만 헤일리가 트럼프의 신경을 거스른 단 한가지는 바로 그의 ‘야망’이라고 한 관계자는 덧붙였다. 

ⓒOLIVIER DOULIERY via Getty Images

 

뉴요커의 수전 글래서는 공화당 주지사 출신인 헤일리가 외교관이 아닌 ‘정치인’이라는 점을 기억하라고 말한다. ”그는 무언가(출마)를 위해 뛰고 있다. 우리가 아직 모를 뿐이다.” 

물론, 헤일리 대사는 이날 백악관 회견에서 (질문이 나오기도 전에) 이같은 관측을 부인했다. “2020년 (대선)에 대해 질문할 여러분들에게 이 말씀을 드리겠다. 나는 2020년에 출마하지 않는다. 내가 뭘 할 것인지에 대해 약속할 수 있는 건, 이 선거운동을 하겠다는 점이다. 다음 선거에서 대통령을 돕기를 고대한다.”

WSJ은 공화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벌어질 혼돈을 피해 ‘가장 좋을 때’인 지금 물러나기로 결심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고 소개했다. 선거 패배로 트럼프 정부가 격랑에 휩싸이더라도 정치적인 상처를 입지 않고 후일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는 것.

ⓒStephanie Keith via Getty Images

 

유엔대사 임명 전까지 외교 경험이 전혀 없던 헤일리는 나름대로 성공적인 활동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욕타임스(NYT)는 사설에서 그가 겉으로는 강경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훨씬 더 실용적인 자세로 균형을 잡아왔다고 평가했고, WSJ은 유엔 안팎에서 헤일리가 트럼프 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합리적’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고 전했다.

그와 가까운 이들은 그가 사임 이후 싱크탱크나 민간기업으로 옮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고 WSJ은 전했다. 2018년 재산공개 내역에 따르면, 헤일리 주택담보대출 등 최소 150만달러(약 17억원)의 부채가 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한편 헤일리 대사의 사임이 미국의 외교정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아 보인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큰 틀에서는 헤일리 대사가 ‘미국 우선주의’라는 트럼프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새로 발탁한 이후 헤일리의 영향력이 다소 줄어들었다는 평가도 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헤일리 대사 후임으로 어떤 성향의 인물을 앉힐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며 ”볼턴 같은 스타일의 강경파는 (미국과) 유엔의 껄끄러운 관계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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