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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09일 13시 09분 KST

송유관공사는 18분 동안 화재 사실을 몰랐다. 화재 감지 센서는 없었다.

여러 의문이 쏟아졌지만 경찰은 "추후 수사 예정"이라고 답했다.

뉴스1
강신걸 경기 고양경찰서장이 9일 경기 고양경찰서에서 열린 고양저유소 화재 사건 중간수사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지난 7일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이 벌어질 당시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는 최초 18분 동안이나 화재 발생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그 이유는, 놀랍게도, 수천만리터의 기름이 저장된 휘발유 탱크 외부에 화재 감지 센서가 없었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고양경찰서는 9일 ‘저유소 화재 피의자 검거 브리핑’에서 화재 발생 경위에 대한 수사 결과를 공개했다. 강신걸 고양경찰서장이 직접 브리핑에 나섰다. 

경찰이 주변 CCTV 등을 근거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시간대별 상황은 다음과 같다.

오전 10시32분 : 인근 터널 공사현장에서 근무중이던 A씨(27, 실화 피의자)가 쉬는 시간에 풍등을 날렸음. A씨는 풍등이 저유소 방향으로 날아가자 쫓아가다가 되돌아 왔음

오전 10시34분 : 300m 떨어진 저유소 내부 잔디에 풍등이 떨어졌고, 이후 연기가 났음

오전 10시54분 : 잔디에 붙은 불이 원통형 대형 유류탱크 유증환기구를 통해서 내부로 옮겨붙기 시작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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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걸 경기 고양경찰서장이 9일 경기 고양경찰서에서 열린 고양저유소 화재 사건 중간수사결과 브리핑에서 화재당시 CCTV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경찰은 CCTV 영상까지 공개하며 실화 혐의로 전날 검거된 피의자가 풍등을 날린 시각, 피의자의 국적 및 신분 등을 장황히 설명했으나 풍등과 화재 발생 사이의 구체적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신걸 고양경찰서장은 “A씨는 2015년 5월 비전문취업비자로 입국한 스리랑카 국적의 근로자”라며 A씨가 ”당일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중 쉬는 시간에 풍등을 날렸고 저유소 방향으로 날아가자 이를 쫓아가다가 저유소 잔디에 떨어진 것을 보고 되돌아왔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CCTV자료 등을 근거로 (A씨를) 긴급체포했다”는 게 강 서장의 설명이다. 그는 또 ″경찰은 피의자가 저유소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점 등을 감안, 중실화죄를 적용하여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풍등과 저유소 화재 간 인과관계를 정밀 확인하고 재차 합동감식을 진행하는 등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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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걸 경기 고양경찰서장이 9일 경기 고양경찰서에서 열린 고양저유소 화재 사건 중간수사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놀라운 사실은 브리핑에 이어진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왔다. 저유소 내 잔디에 옮겨붙은 불이 연기를 내며 18분 동안 타고 있었음에도 송유관공사 측은 이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송유관공사 측은 화재 발생 사실을 몰랐느냐는 질문에 강 서장은 이렇게 답했다. ”몰랐다. 저유소 내부 온도가 800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사무실에 알람이 울리도록 돼 있는데, 탱크 외부 센서는 없다.” 

CCTV가 있는데 화재 발생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책임은 없느냐는 질문이 이어졌고, 강 서장은 ”추후 수사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CCTV로 관찰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화재 당시 근무자 4명, 당직자 2명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까지 송유관공사 조사는 피해 규모 위주로 진행됐다. 연기가 피어오를 때 근무상황이 어떻게 됐는지 추후 수사할 예정이다.”

불이 옮겨붙을 가능성이 있는 잔디가 저유소 내부에 깔린 경위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강 서장은 ”위험물 안전관리 위반에 대해서는 추후 수사 예정”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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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경기 고양경찰서에서 열린 고양저유소 화재 사건 중간수사결과 브리핑에서 수사관계자가 화재 원인이 된 풍등과 같은 종류의 풍등을 공개하고 있다. 

 

 A씨가 풍등을 습득하고 날리게 된 경위도 공개됐다. 경찰의 설명에 따르면, 사건 발생 전날 밤 인근 초등학교에서 진행된 ‘풍등 날리기 행사’가 그 발단이었다.

강 서장은 “지난 6일 오후 8시쯤, 화재 현장에서 800여m 떨어진 고양서정초등학교에서 80여 개 풍등을 날리는 행사를 열었다”며 ”그 중 2개가 피의자가 근무중인 공사현장(저유소와 300여m 거리)에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의자는 (풍등) 하나를 들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는데, 순식간에 풍등이 하늘로 상승했다. 호기심에 불을 붙였다고 진술했다”는 게 강 서장의 설명이다.

또 ”(A씨는) 기름을 보관하는 장소인 것은 알았다고 진술했다. 순식간에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지하려고 쫓아갔는데, 날아가는 바람에 손을 쓸 수가 없었다고 한다”고 강 서장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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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경기 고양경찰서에서 열린 고양저유소 화재 사건 중간수사결과 브리핑에서 수사관계자가 화재 원인이 된 풍등과 같은 종류의 풍등을 공개하고 있다. 

 

인근 학교에서 진행된 풍등 행사에 대한 수사도 아직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해당 행사가 불법은 아닌지, 경찰이나 소방서, 송유관공사 측은 풍등 행사를 알고 있었는지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강 서장의 답변은 궁색했다.

Q. 송유관공사는 서정초가 풍등을 날리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나. 불과 800m 떨어졌다면 서정초에서 지난 6일 날린 풍등이 저유소로 떨어질 수도 있었던 것 아닌가.

″확인해서 말씀드리겠다. 단정적으로 말씀드릴 내용이 아니다.”

Q. 서정초 풍등행사는 누가 주최했는지. 현행법 위반은 아닌가? 경찰· 소방은 알고 있었나?

″풍등을 날리는 것을 처벌하는 규정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행법상 위반이 아니기 때문에 경찰이나 소방에 신고할 의무도 없다고 알고 있다. 서정초는 ‘아버지 캠프’를 진행하면서 학교 운동장에서 풍등을 날린 것으로 조사됐다. 아버지 캠프를 연 단체가 서정초 소속 학부형 모임인지 혹은 다른 단체인지 등은 아직 조사가 안 됐다.” (조선일보 10월9일)

이날 경찰의 브리핑에도 불구하고, ”가로 40cm, 세로 60m” 크기의 풍등이 탱크에 저장된 휘발유 440만리터 중 266만리터를 태운 대형 화재로 이어지게 된 경위에 대한 설명은 아직 충분하지 않아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