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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믜씨는 왜 청와대 청원을 올렸을까?

"제 이름을 지켜주세요"

  • 백승호
  • 입력 2018.10.08 20:57
  • 수정 2018.10.08 21:05

지난달 25일, 청와대에는 다소 낯선 청원이 하나 올라왔다. 청원의 제목은 ”제 이름 좀 지켜주세요”인데, 어떤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자신의 이름을 지켜달라는 내용이다.

자신의 이름을 ‘김설믜’라고 소개한 청원자는 ”남들보다 조금 특이한 이름을 가졌다. 정말 특이하고 자랑스러운 이름인데 지금 이름때문에 생활에 불편함이 많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김설믜 씨는 자신의 이름 때문에 ”핸드폰 명의, 은행, 의료보험, 국가장학금, 심지어 알바하는데 월급도 못 받고 있다”고 알렸다. 그의 이름 끝 글자 ‘믜’ 때문이다. 관공서나 은행에서 쓰는 시스템이 ‘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학교 출석부에도 ‘김설?‘로 뜨고 휴대폰 명의도 ‘김설미’로 등록되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은행이나 통신사, 대학 등 민간에서 사용하는 대형 전산시스템은 아직도 ‘한글완성형코드‘를 사용한다. 이 시스템은 미리 조합되어 있는 글자 외의 문자는 인식할 수 없다. ‘믜’는 물론 ‘궳’가 같은, 다소 빈도가 낮거나 거의 쓰이지 않는 한글은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았고 따라서 표시되지도 않는다. 이 완성형코드는 한글 초·중·종성으로 조합 가능한 한글 문자 1만1172자 중 2350자만 표현할 수 있다.

다행히 국가에서 사용하는 공공정보시스템은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2010년부터 모든 한글을 표현할 수 있고 다국어 처리가 가능한 방식(UTF-8)을 사용하고 있다. 그의 준민등록은 정확히 ‘김설믜’로 되어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구 시스템을 쓰는 곳이 많다. 김씨는 올초 ‘입학금 지원 장학금’을 신청하려고 했는데, 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에서 주민등록상 이름(김설믜)과 휴대폰 명의상 이름(김설미)가 맞지 않아 결국 장학금을 받지 못했다고 전한다. 온라인에서 본인인증을 받아 개설할 수 있는 카카오뱅크 계좌를 개설하려고 했지만 마찬가지 이유로 불가능했다. 그래서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도 부모님의 계좌로 돈을 받아야 한다고 김씨는 말한다.

김씨는 자신의 이름을 ”지혜, 총명을 의미하는 순수 우리말”이라고 소개했다. ‘눈썰미’도 여기서 파생된 말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이름을 지키는데 너무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김설믜씨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 제 이름이 정말 좋았어요. 아버지께서 좋은 의미로 제게 지어주신 이름이고, 특이한 이름을 가져서 너무 좋았거든요. 그런데 이름 때문에 너무 큰 불이익을 받고 있습니다. 개명하지 않고 순수한 우리말 이름을 지킬 수 있도록 하루빨리 제도가 개선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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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청원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