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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미러'에 나올법한 엄청난 일들이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성공한다면 중국은 세계 최초의 디지털 독재 국가가 될 것"

  • 백승호
  • 입력 2018.10.08 17:17
  • 수정 2018.10.08 17:26

″오늘 밤 비행편에 탑승 대기석이 하나 있네요. 고급 승객들을 위한 대기석이어서 평점 4.2 이상이셔야 합니다. 죄송하지만 급이 안 되시면 좌석을 내드릴 수 없습니다” - 블랙미러 3, 추락-

 

ⓒNETFLIX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드라마 ‘블랙미러‘에서는 디스토피아적 근미래를 다룬다. 시즌 3의 첫번째 에피소드 ‘추락’에서는 소셜미디어의 점수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세상을 올린다.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평점이 모자라 비행기 예매에 실패한다.

“8년 전에 남편이 암에 걸렸어요. 만나는 의사나 간호사마다 다 별 5개를 줬어요. 그런데 암세포는 계속 자라더군요. 몇 달 뒤에 임상 시험 얘기를 들었죠. 매우 비싸고 조건도 까다로웠어요. 남편에게 그 치료를 받게 하려고 갖은 애를 다 썼어요. 남편의 평점은 4.3이었죠. 그런데 4.4인 사람을 치료하기로 하더군요. 톰이 죽자 난 그랬어요. 다 조까” - 블랙미러 3, 추락-

 

ⓒNETFLIX

 

블랙미러에서 상상한 세상이 현실에서도 구현되고 있다. 중국의 이야기다. CNA의 보도에 의하면 중국에서는 이미 사회적 신용 점수가 낮은 사람들이 비행기 표를 구입하지 못하고 있으며 비즈니스 클래스 기차표 또한 살 수 없다.

중국은 ’소셜 신용 시스템(Social Credit System)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2014년에 중국 국무원이 처음 발표한 이 시스템은 번지르르한 말에 비해 그 내용이 매우 끔찍하다.

2016년 중국 국무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점수가 낮은 사람들은 인터넷 속도가 느려지고 해외여행의 자유도 제한된다. 특정 직업, 이를테면 공무원이나 기자, 법조계 직업을 얻을 수 없고 일반적인 고용에 있어서도 불이익을 받게 된다. 보험이나 대출, 주택 임대에 있어서도 불이익이 부과된다.

이 문서는 이 정책을 이렇게 설명한다

″한 곳에서 신뢰가 깨어지면 모든 면에서 제한이 부과된다”

″신용이 높은 사람들은 어디든지 다닐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한 발짝도 움직이기 힘들 것” 

 

 

ⓒABC

 

호주 ABC는 이 사안을 심층 취재했다. 2억대에 이르는 CCTV와 스마트폰을 통한 얼굴인식, 경로추적 등으로 사실상 개인의 모든 생활이 ‘기록‘되고 ‘점수화’된다는 것이다.

이 기사에는 단단이라는 이름의 여성 모델과 리우 후라는 이름의 기자가 사례로 등장한다.

단단은 800점 만점에 770점을 받고 있는데 그는 이 제도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이 제도가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국가가 엄청나게 많은 수의 인구를 관리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이 시스템이 ”안전하다”고 이야기한다.

단단은 이 시스템에 의해 자동차 렌트, 호텔 예약들을 손쉽게 할 수 있고 보증금 없이 집을 임차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단순히 개인에게만 미치는 것이 아니다. ABC는 ”데이트하는 대상과 결혼할 사람이 누구인지 여부”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단단은 법무부의 공무원이자 당의 간부인 샤오징 장과 결혼했는데 높은 신용점수의 두 부모 아래 태어난 2세 역시 높은 점수를 부여받는다.

 

 

리우 후는 반대의 사례다. 그는 연쇄살인사건과 연루된 당의 부정부패 사건을 밝혀낸 탐사보도 기자다. 그는 이 보도 이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이후 그는 기차표를 열차표를 예매하려고 했지만 담당자로부터 ”법적인 제한이 되어있어서 예매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는 사실상 자신의 마을에 고립된 셈이다. ABC뉴스는 중국의 이 정책에 대해 ”성공한다면 중국은 세계 최초의 디지털 독재 국가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중국의 지방자치단체들과 기업은 이미 정부의 방침아래 사회 신용점수를 시험하고 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중국 동남부 장쑤성의 쑤저우에선 현재 자원한 시민에 한해 당국이 200점 만점의 점수제로 개인의 사회신용을 평가하는데 쑤저우 경찰은 1ℓ 이상 헌혈하고 500시간 이상 자원봉사한 시민이 134점으로 2016년 쑤저우 사회신용 점수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여기에 참가한 시민은 점수에 따라 대중교통 요금을 할인 받거나 병원에 갈 때 대기하지 않고 우선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쑤저우 당국은 앞으로 이 제도를 확대해 대중교통을 무임승차하거나 식당에 예약한 뒤 취소 없이 나타나지 않거나 비디오게임을 하면서 속임수를 쓰는 것 같은 사소한 위반까지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전자상거래 대기업 알리바바도 같은 방식의 ‘세서미 크레딧’을 운영 중이다.

세사미 크레딧의 기술담당 이사 리잉윈은 “가령 하루 10시간씩 비디오게임을 하면 점수가 떨어질 수 있다”면서도 “기저귀를 자주 구입하면 책임감이 강한 사람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너무 많은 주류를 구입하면 점수가 떨어지게 된다.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이 ‘측정’된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이 ‘사회 신용 점수’ 중국 내에서 큰 우려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디펜던트지는 중국에서 세서미 크레딧 점수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마치 ‘게임’처럼 인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스스테이트먼트’는 중국에서 벌이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이 드라마 ‘블랙미러’와 유사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으며 ”더 사악하다(sinister)”고 이야기한다. 블랙미러에서는 다수의 군중이 개인을 평가하지만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정부와 기업이 평가의 중심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이 언론은 그러면서 한 가지 말을 덧붙였다. 이 문제는 ”중국의 고유 문제가 아니”라고.

실제 전 세계 신용 평가 기업들은 더 정확한 신용 측정을 위해 ‘소셜 점수’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피코(Fico)나 독일의 슈파(Schufa) 같은 기업은 신용을 평가할 데이터가 없는 사람들에 대해 그들의 구매 기록이나 소셜 기록을 반영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사용자의 소셜 관계를 기반으로 대출을 승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중국은 선도적이고 노골적으로 자국의 시민들을 평가하겠다고 나섰지만, 더 은밀하고 사악한 계획이 언제 우리의 일상을 잠식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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