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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동성결혼 금지' 국민투표가 투표율 미달로 무산됐다

투표율이 20%에 그쳤다.

  • 허완
  • 입력 2018.10.08 17:06
ⓒInquam Photos / Reuters

동성 커플의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을 놓고 실시된 루마니아 국민투표가 투표율 미달로 무산됐다.

로이터AFP 등에 따르면, 7일(현지시각) 밤 9시에 투표가 종료된 국민투표 결과 투표율이 20%를 조금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투표 성사를 위해 필요한 투표율 30%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국민투표는 투표함을 열어 볼 필요도 없이 무효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최종 집계 결과는 8일 발표될 예정이다.

이틀 동안 치러진 이번 국민투표는 법적 권리가 보장되는 결혼의 요건을 ‘남성과 여성의 결합’으로 한정할 것인지를 두고 실시됐다. 국민투표에는 5100만달러(약 570억원)의 예산이 소요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DANIEL MIHAILESCU via Getty Images

 

앞서 시민단체 ‘가족연합’은 300만명의 서명을 받아 이번 국민투표를 성사시켰다. 이들은 사실상 국교와 같은 역할을 하는 루마니아 정교회의 지지를 받았다.

인구의 대다수가 기독교(정교회, 개신교) 신자인 루마니아는 2001년에야 동성애를 비범죄화했다.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들보다 길게는 수십년 뒤쳐진 것이다.

현재 루마니아 헌법은 결혼을 ‘배우자 간 결합’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금도 동성 커플의 결혼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며, 시민 결합도 인정되지 않는다. 말하자면, 이번 국민투표는 동성 커플의 법적 결합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려는 시도였던 셈이다.

헌법 개정을 주장하는 이들은 이번 국민투표를 앞두고 ‘전통적 가족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며 찬성표를 호소했다.

LGBT단체 ‘모자이크(MozaiQ)’의 블라드 비스키는 로이터에 ”루마니아인들은 분열과 서로를 향한 혐오를 거부했고, 이것은 루마니아 민주주의의 승리”라며 ”뿐만 아니라 루마니아인들은 국가의 세속적인 일들에 대한 정교회의 개입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제 정치인들이 동성 커플의 시민 결합을 합법화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루마니아 인권단체들은 투표 보이콧 운동을 벌여왔다. 몇몇 기업과 유명 뮤지션, 아티스트 등도 투표 거부 운동에 가세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 서점 체인은 투표를 거부하는 이들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Inquam Photos / Reuters

 

이번 국민투표를 둘러싼 정치적 맥락도 있다. 집권여당인 사회민주당(PSD)은 전 대표이자 현 하원의장인 리비우 드라그네아의 비리 의혹을 덮기 위해 이번 국민투표를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고 AFP는 전했다. 그는 3년6개월 실형 선고에 대한 항소심 재판을 위해 8일 법정에 출석할 예정이다.

바베스-볼라야대 정치학 교수 세르지우 미스코이유는 “PSD는 국민투표를 지지하고 이를 기회로 삼으려 하면서 이번 국민투표에 모든 걸 걸었다”고 말했다. ”많은 시민들은 (투표 주제를) PSD와 연관지었고, 그게 바로 그들이 투표를 보이콧한 이유”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한편 지난 1일, 루마니아 헌법재판소는 동성 커플에게도 이성 커플처럼 법적 가족으로 인정 받을 권리를 동등하게 누려야 한다고 판결했다.

성소수자 인권운동 기구 ‘ILGA-Europe’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루마니아의 성소수자 인권 보호 수준은 49개 유럽 국가들 중 35위에 머물러 있다. EU 회원국 28개국 중에서는 25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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