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 동생 선이는
늘 선뜻선뜻 양보하던 아이.
제 몫이 적어도 괜찮고,
한참을 기다려도 괜찮아 보였다.
어른들은 줄곧 선이를 착하다 했다.
참말인 것이
일일이 손꼽아 기억을 되짚어도
선이는 늘 속없이 착했다.
“넌 참 착해.” 하니까
“사실 나 안 착해.” 한다.
착하기 위해 참아냈던 순간들이
결코 쉽지 않았다 한다.
자신도 얼마든지 욕심나고 화도 났다고.
미안했다.
선이의 착함이 당연해진 오랫동안
무던히 제 것 깎는 줄은 몰랐다.
그 깊은 속에 빈 곳이 듬성하겠다.
자주 억울하고 답답했겠다.
착하다는 칭찬.
선이에게는 늘 서운한 말이었겠다.
함부로 뱉어진 칭찬은
못 돼먹은 땡깡 피울 기회조차 앗았으리라.
자꾸자꾸 뜀박질로 쫓아오던 선이가 떠오른다.
생각해봤는데
너랑 나, 한 발에 스케이트 한 짝씩
나눠 신어도 즐거웠을 것 같더라.
그래. 우리는 그게 더 행복한 게 맞더라.
그러니까 착하지 않아도 괜찮아.
충분히 괜찮아.
* 에세이 ‘오늘은 달다. 어제는 지랄맞았지만,(21세기북스)’에 수록된 글과 그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