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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어떻게 잡을 것인가?

ⓒstevanovicigor via Getty Images
ⓒhuffpost

국무총리와 법무부 장관이 가짜뉴스를 잡겠다고 나섰다. 곧바로 떠오르는 질문 하나. ‘가짜란 무엇인가?’ 마침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서 가짜의 정의를 찾을 수 있다. “가짜뉴스”란 “정치적 또는 경제적 이익을 위하여 고의로 거짓 또는 왜곡된 사실을 언론 보도로 오인하게 하는 내용의 정보”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삭제, 임시조치 등을 하기에는 가짜뉴스 개념이 너무 모호하다. 남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요즘 문제가 되는 가짜뉴스만 떠올리면 안 된다. 이 법안에 따르면 전두환·노태우가 학살자임을 알렸던 것이나 이명박·박근혜에 대한 여러 의혹이 ‘가짜뉴스’ 신세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이런 문제를 의식해서인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가짜정보 유통 방지에 관한 법률안’에는 가짜 개념이 좀 더 분명하다. 여기서 “가짜정보”란 언론중재위원회, 법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의 공공기관이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했거나 언론이 정정보도한 사안에 한정되었다. 가짜 개념의 모호성은 어느 정도 제거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가짜 개념으로는 그동안 제기된 문제들에 속수무책이다. 예컨대, 난민이나 성소수자에 대한 허위사실 중 언론사에서 정정보도를 했거나 언론중재위, 법원, 선관위 등이 허위라고 확인해준 경우는 거의 없다. 최근 유튜브를 통해 돌아다니는 문재인 치매설, 북한의 국민연금 200조원 요구설, 쌀 200만톤 퍼주기설,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설, 전용기 태극기 미부착설, 북한의 박근혜 탄핵 지령설, 노회찬 타살설 등의 허무맹랑한 음모론 중 이 법이 규제할 수 있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

딜레마에 빠졌다. 가짜의 개념을 너무 모호하게 정해놓으면 남용 가능성이 생기고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협소한 가짜 개념으로는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 게다가 공공기관이 공인했다고 해서 문제가 깔끔하게 정리되는 것도 아니다. 얼마 전 1심 법원은 다스 소유주가 MB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최종판결 후에 MB가 다스 소유주가 아니라고 말하면 가짜뉴스가 되는 것인가? 어떤 신문은 판결에도 불구하고 “다스 소유주가 과연 엠비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것은 허위/사실을 따질 수 있는 문제인가, 아니면 ‘의견’에 해당하는 것인가?

그럼에도 다른 방법이 없다면 모종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이 과연 최후의 수단을 동원해야 하는 상황인지는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 성소수자와 난민에 대한 허위사실들이 급속도로 퍼져나갈 때, 과연 국가기구가 적극적으로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다. 정치인들이 나서서 혐오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던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우물쭈물하다가 보도할 적기를 놓치거나 허위사실 유포를 사실상 조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중립을 취한다는 이유로 어쭙잖은 보도를 하다 가짜뉴스가 난무하게 되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아직도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 얼마든지 남아 있다는 얘기다.

얼마 전 <한겨레>는 가짜뉴스의 진원지를 심층취재함으로써 가짜뉴스의 유포·확산을 위축시키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 인터넷 언론사인 <뉴스앤조이>는 <한겨레> 보도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한겨레가짜뉴스피해자모임’의 동성애 관련 해명들을 팩트체크하는 연재기사를 쓰겠다고 나섰다. 요즘 들어 공들여 팩트체크를 한 기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언론인들의 분투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가짜뉴스를 이겨내는 우리 사회의 잠재력이 ‘최소한 아직까지는’ 완전히 소진되지 않았다고 믿는다.

*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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