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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못잡은 한국 교회는 서서히 몰락 중이다

교회의 바람과는 다르게 세상은 천천히 진보하고 있다

  • 백승호
  • 입력 2018.10.04 15:49
  • 수정 2018.10.04 16:04
ⓒhuffpost

‘동성애’와 관련한 한국의 여론은 매우 빨리 바뀌고 있다. 2017년 갤럽 조사에 따르면 동성혼 법제화에 대한 찬성률은 34%였다. 34%는 여전히 낮은 숫자지만 2001년 같은 항목의 조사에서 찬성률이 17%에 불과했던 점을 보면 찬성률이 두 배가 되었다는 점은 유의미하다.

 

ⓒPEW

 

전세계적인 추세를 볼 때도 그렇다. 한국은 여전히 성소수자에 대해 불관용적인 나라다. 유럽과 미주에는 비할 것도 없고 아시아권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관용도는 높지 않다. 다만 그 ‘인식의 변화 속도’는 매우 빠르다. 국제 여론조사 기관인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201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동성애에 대한 한국의 여론 변화 속도는 2007년 18%에서 2013년 39%로 조사 대상국 중에서 1위(+21%p)였다.

한국 갤럽이 발표한 지표를 보면 몇 가지 눈에 띄는 게 더 있다. ”동성애자가 일반인과 동일한 취업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질문에는 단 7%만이 반대했다. ”동성애자임이 밝혀져 해고된다면 타당하냐”는 물음에도 12%만이 타당하다고 답변했다. 동성애에 대한 개인의 호오와는 별개로 동성애에 대한 차별이 명백히 부당한 것임을 국민 대부분이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긍정적인 지표는 또 있다. 동성혼 법제화의 찬성 여부에 대해 19~29세의 66%가 찬성했다. 30대의 찬성률(41%)와 비교해봐도 큰 차이가 나는데, 이는 최근 한국의 동성애에 대한 긍정 여론이 젊은 세대를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뜻이며 지금의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로 편입되는 미래에는 동성혼과 동성애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Thomas_EyeDesign via Getty Images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에 대한 관용도가 이토록 빠른 속도로 증가할 수 있는 이유를 추측해보자면, 이는 그냥 돈이 안드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기 돈 들이지 않고 사회의 진보에 기여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젊은 층이 저렇게 찬성한다고 하니 영민한 어른들은 어렵지 않게 입장을 바꾸고 세련된 어른으로 보일 준비를 한다. 외국에서는 해마다 ‘동성혼 법제화’ 소식을 들려주니까 그게 세계적인 추세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 사소한 근거 하나하나들은 거대한 흐름이 된다. 이 흐름은 쉽게 막아설 수 없다. 그냥 그렇게 떠밀리다 보면 몇 년 안에 우리의 헌법재판소는 ”동성혼을 허용하지 않는 현행법은 위반”이라고 판결할 것이다.

한국 교회가 환장한 것처럼 동성애를 들먹인 지는 꽤 됐다. 내가 처음 참석했던 퀴어문화축제는 2013년이었는데 나는 그게 그렇게 재미있었다. 이듬해 퀴어문화축제를 또 찾아 신나게 행진하려고 준비했지만 차량 앞에 드러누운 교인들 때문에 짜게 식었다. 그리고 5년쯤 지났다. 서울에서의 축제는 모든 매체가 앞다투어 보도할 정도로 정례적인 큰 행사가 됐다. 숫자야 메이데이 행사보다 적겠지만 주목도는 메이데이 행사보다 더 커버릴 정도의 규모가 됐다. 그리고 이제서야 막 발을 내딛기 시작한 행사들은 2014년 서울에서 열린 축제와 비슷한 상황으로 전개되었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여론의 축이 넘어간 것 같다. ”동성애를 반대하지 않지만 내 앞에서는 싫어” 라고 말하는, 꽤 많은 중간지대 여론 층들은 교회의 광기와도 같은 ‘동성애 반대’에 거부감을 표한다. ”그게 그렇게까지 반대할 일”이냐고. 어느덧 퀴어문화축제의 댓글란은 ”왜 거리 한복판에서 벗고 축제를 하냐”는 비판보다 교회에 대한 성토가 더 많아진 것 같다.

여기에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차별‘에 대해 극히 예민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조사에 ”동성혼은 반대하지만 그들이 차별 받는것은 반대”하는 여론이 도출된 것과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꼭 그 이유만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교회가 한국사회에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는 생각과, 그들이 사실상 극우 세력의 주요 조직으로 활동하는 일종의 ‘진영’으로 스스로를 위치했다는 현상에 대한 반발심도 한 켠에 자리하고 있는 것같다.

정권을 빼앗기고 감을 못잡고 있는 자유한국당보다 교회가 더 감을 못잡고 있는 것 같다. 아마 정당과 다르게 교회는 ‘정치에는 관여하지만 정치적인 심판을 받지 않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대형교회는 부자세습이라는 사회의 비판에 ”그래 우리 세습이다 뭐 어쩌라고”라며 답하고 있고, 특정 세력의 집권을 위한 ’가짜 뉴스’를 만들어 퍼나르고 있고, 이슬람 등 특정 종교를 배척하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이런 잡음 속에 그들이 사회에 내던지는 이야기는 오로지 ”동성애 반대”다. 그것도 아주 폭력적인 방법으로. 적어도 뉴스에서 비치는 교회의 모습 속엔 ‘신의 사랑’과 자비가 없다.

나는 때때로 가톨릭이 그 특유의 보수성 때문에 여태까지 생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톨릭은 보수적이기 때문에 세상의 가장 오른쪽에서 세상과 발맞춤은 했다. 그들은 여전히 그들의 교리를 들먹이며 가장 보수적인 말을 내뱉지만 세상의 축의 이동만큼은 이동한다.

그렇기 때문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낙태에 반대한다면서도 ‘새로운 균형점’이 필요하다고 제시하며 동성애를 죄라고 보면서도 ”이런 상황(동성애)에 있는 사람이 선의를 갖고 있으며 신을 찾고 있을 때, 과연 우리 중 누가 그를 심판할 수 있겠는가?” 라고 답한다.

”난민은 ‘위험‘이 아니라 ‘위험에 처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세월호 추모 행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세월호 유족 고통 앞 중립지킬 수 없다”며 신의 사랑이 어디에 필요함을 설명한다.

그러면 교회는 어떤가? 교회는 최소한 떠밀려서라도 이동을 하고 있을까? 가톨릭처럼 가장 오른 축에 있더라도 세상과 발맞추어 가고 있을까?

진화를 거부하는 게으름의 끝은 뻔하지 않은가. 교회를 찾는 젊은이들은 날로 줄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지도 꽤 오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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