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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돌려막기, 연체율 100%. 지금 P2P 대출업계는 난리다

'동양증권 사태' 이상의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

P2P대출업체 루프펀딩의 대표이사 민씨는 지난 13일,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민씨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6월까지 투자자 7천여 명으로부터 100억여 원을 받았는데 이 돈으로 약속한 상품에 투자를 하는 대신 선순위 투자자들의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는 데 사용됐다. 이른바 ‘돌려막기’다.

 

P2P대출(Peer-to-Peer Lending)은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개인간 대출과 투자가 이뤄지는 일종의 크라우드펀딩의 개념이다. P2P대출업체는 투자자에게 어떠한 지급보증도 하지 않고 오로지 중개만 한다. 2005년 영국의 Zopa를 시작으로 미국의 Lending Club 등 여러 P2P업체가 등장했고 한국에도 2006년 머니옥션을 최초로 8percent, 어니스트펀드, 테라펀딩 등 여러 업체가 설립되었다. P2P대출은 대표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 High return) 상품으로 통한다.

 

루프펀딩은 업계 TOP3로 꼽히던 회사다. 2017년 한 해에만 누적투자액이 1천억을 넘었다. 2018년 중순에는 2000억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투자액이 높아짐과 동시에 연체율도 급격하게 치솟았다. 5월 말 루프펀딩의 연체율은 6.9%였지만 6월 말에는 16.14%로 상승했고 8월에는 32.3%까지 올랐다.  9월 18일 기준 현재 연체율은 51.6%다. 통상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5%이하, 기업대출 연체율이 1%이하다. P2P 대출이 은행금리 보다 수익률이 높은 ‘하이리스크-하이리턴’상품이란 점을 고려하더라도 루프펀딩 채권의 연체율은 심각할 정도로 높았다.

 

ⓒ루프펀딩 연체율

 

결국 연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루프펀딩의 대표는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단 아랫돌을 빼서 윗돌에 괴려 했던 대표이사의 부정은 금세 들통났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게 ‘루프 펀딩’만의 돌출 사례가 아니란 점이다.

 

 

P2P업계는 경고등을 켜고 내달린 지 오래

P2P업체 ‘펀듀‘는 대출 연체율이 90%를 넘자 사업장을 폐쇄한 후 대표가 지난 7월 해외로 도주했다 ‘헤라펀딩’은 130억원대 대출 잔액을 남겨 놓은 채 5월 부도 처리됐다. ‘2시펀딩‘은 투자금을 상환하지 않고 버티다 지난 5월 회사 대표가 700억원대 자금을 들고 잠적했다. 오리펀드 또한 지난 6월, 130억원대의 사기 대출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대표가 잠적했다. ‘아나리츠’는 임직원이 1000억 원대의 투자금을 제멋대로 사용하다 횡령 혐의로 4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은 27일, 횡령, 사기 혐의로 대형 P2P업체 빌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국내 P2P업체 208곳 중 160곳에 대한 실태조사를 마쳤고 이중 18곳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의 10%가 넘는 업체가 ‘검찰 고발 대상’이다. 금감원은 또 다른 업체 20여 곳에 대해서도 자체 검사를 거쳐 이 중 일부를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사기 의혹’이나 ‘부도’만 문제 되는 것도 아니다. 이디움펀딩은 지난달에 이어 100%의 연체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신규 상품을 출시하지 않고 연체율 관리에 착수한 상태다. 이 밖에 세움펀딩(44.9%), 엘리펀드(22.15%), 펀디드(18.9%), 더좋은펀드(17.2%), 천사펀딩(14.3%), 월드펀딩(14.0%) 등 P2P 업체의 연체율은 심각한 상태다.

*8월 말 기준 P2P업체 평균 연체율은 6.57%이며, 부실률은 2.08%이다.

문제 된 P2P 대출 업체는 대부분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project financing)를 중심으로 영업하고 있다. 부동산 PF란 부동산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평가하고 돈을 빌려주는 금융의 한 형태다. P2P금융협회에 등록된 업체의 70%는 오직 부동산 대출만 취급하고 있다. “대출 사각지대에 놓인 소상공인과 스타트업을 위한 중금리 대출”이라는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다.

P2P 금융 통계를 집계하는 ‘크라우드연구소’ 에 따르면 전체 P2P 업체(198개사)의 지난달 말 기준 누적대출액은 4조769억원이다. 올해 연말까지 4조70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연구소는 전망했다. 이중 2조 6318억이 부동산 관련 대출이며 부동산 PF대출은 1조 7427억원이다. 전체 P2P 대출 규모의 43%다.

 

ⓒ크라우드연구소

 

 PF를 전문으로 하는 P2P 금융 업체는 주로 상대적으로 여신능력이 부족한 소규모 사업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한다. ‘사업성’을 보고 대출을 결정하는 만큼 사업성에 대한 철저한 평가와 리스크 관리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받아 놓고 공사를 시작하지도 않거나 투자 대상 목적물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투자금을 모집하는 사례도 있다.

한국경제TV는 이 방송을 통해 한 업체가 “신축자금을 대출해 줬다고 공시한 빌라를 찾아가 보니 이미 다 지어진 빌라를 신축자금 대출상품이라고 속여 세 차례에 걸쳐 총 10억 원의 투자금을 모집했다”고 보도했다. 또 “경기도 광주의 다세대주택 신축 건설현장에서 올해 5월까지 건물을 다 지은 뒤 건물과 땅을 담보로 금융권에 대출을 받아 돈을 돌려준다고 공시했는데 아직 땅조차 파지 않았다”며 해당 업체가 “금융 사기 의혹”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체는 즉각 반발했다. ‘이미 다 지어진 빌라를 신축자금 대출상품이라고 속여’ 투자금을 모집한 건에 대해서는 “3개 필지에 매우 유사한 3개 동의 건물이 건축되는 현장”이었다며 “(신축 현장인)C동’으로 표기해야 할 사항에 대하여, ‘(이미 지어진)B동’으로 표기한 단순 착오 기재”일 뿐이며 “투자자에게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아무런 오류가 없다”고 설명했다.

‘건물을 다 지은 뒤 건물과 땅을 담보로 금융권에 대출을 받아 돈을 돌려준다고 공시했는데 아직 땅조차 파지 않은’ 사례에 대해서는 “당사는 해당 건의 진행에 대하여 상세히 안내드린 바 있으며, 해당 개인 차주에게 공정의 신속한 진행 혹은 타 재원을 통한 상환을 압박하기 위한 법적 조치를 이미 취한 상황”이라며 ‘땅조차 파지 않은 상황’이 사실임을 인정했다.

해당 업체는 이 방송을 보도한 ‘한국경제TV’에 대해 “담당 기자에 대하여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장을 접수하였으며, 해당 언론사에 대한 법적 조치를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허프포스트는 해당 업체에 ‘이번에는 지번의 오기였지만 만약 투자자의 투자 근거가 되는 주요 공시정보의 착오 기재를 막을 방법은 있는지’ 여부와 ‘땅조차 파지 못한 프로젝트’의 투자를 중개한 것은 사실상 리스크 관리 실패가 아닌지’에 대해 문의하고자 여러 번 전화했으나 해당 업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금감원이 검찰에 고발한 P2P업체 18곳의 피해 인원이 2013년 동양그룹 경영진들과 공모해 자사의 부실회사채를 우량한 것처럼 속여 판매해 4만여명의 피해자와 1조 3천억원의 피해액을 만들어낸 동양증권 사태를 넘어선다고 전했다.

 

법과 규제는 어디에?

앞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P2P대출 업계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우선 대출회사가 투자자의 투자금을 임의로 전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 이른바 ‘돌려막기’가 계속 발생하고 대표자가 줄줄이 사법당국에 수사를 받은 것도 바로 업계가 투자금을 임의로 전용해 만기가 도래한 투자자들에게 지급했던 부분 때문이다.

두번째로는 투자물건에 대한 리스크 관리 기준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프로젝트 파이낸싱’인데 프로젝트의 사업성, 예상 수익률에 대한 판단, 사업에 따르는 위험성, 위험에 대한 방어 같은 부분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로 사업을 벌이는 업체가 많다 보니 투자 대상 건설업체에 부실이 쉽게 발생하고 이 부실은 P2P 업체의 높은 연체율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세번째 문제점은 동일 차주에 대한 대출 제한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PF를 중심으로 대출하고 있는 한 P2P업체의 연체된 투자상품은 대부분 한 건설사로 통한다. 관계자는 이 P2P 업체가 모 건설업체와 150억원의 채무관계가 얽혀 있다고 설명했다. 동일 차주에 대한 제한이 없는 상태에서 리스크 관리까지 되지 않으니 연계된 건설 업체가 부실해지면 대출업체까지 바로 타격을 입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 업계에 대한 규제는 없다. 여러 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은 우회로를 만들어 규제하고 있다. 당국은 P2P 대출업자를 ‘연계 대부업자’로 등록시키고 있다. 등록하지 않은 업체의 영업은 불법이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측은 “‘대부업자’에 대한 규정 자체가 대부업자에게서 돈을 빌린 사람을 보호하는데 중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투자자를 보호하는 게 더 중점인 P2P대출에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2월부터 이들 연계 대부업자에 대해 “P2P대출 가이드라인”을 시행하고 있다. 올 2월 한차례 개정된 이 가이드라인에는 ‘해당 P2P 대출업자의 대출 잔액, 연체 정보 등의 제공’ ‘부동산 PF의 경우 대상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공시’, ‘투자금의 별도 관리’,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에 대한 대출 금지’등이 포함되어있다. 하지만 여전히 공백인 조항들이 존재하는 데다가 사실상 이 같은 조치를 어겨도 금융 당국에는 처벌조항이 없기 때문에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에 그친다는 점이 한계다. 당국도 이 같은 한계점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실태조사를 통해 문제가 발견된 업체를 검찰에 고발하고 있다”고 알렸다.

한편 업계는 최근 P2P금융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생존 차원에서 강도 높은 ‘자율규제안’ 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P2P금융협회’가 지난 9월 14일 공개한 자율규제안에는 회원사가 임의 출금한 계좌로 상환금 납입 금지 등을 포함한 ‘고객 자금의 별도 관리’ 규정, 동일 차입자에게 각 사 대출잔액의 25%를 초과하는 대출을 금지하는 ‘동일 차입자 리스크 관리’, 협회 소속 회원사에게 표준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리스크 분석 필수 공시’ 등이 들어있다.

 

 

이 같은 자율 규제안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냐는 물음에 대해 한국P2P금융협회는 “규제안을 어기면 협회 차원에서 제재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협회 측은 “규제안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해당 회원사의 행위는 이사회에 상정되며 위반 내용에 따라서 제명될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협회는 “심할 경우 관계 당국에 고발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 협회에 가입한 회원사 수는 51개사에 불과하다. 8월 현재 P2P대출사는 207곳에 달한다. 게다가 8퍼센트와 렌딧 등 업계 대표주자로 불리는 업체들은 새로운 협회를 만들겠다며 기존 협회를 탈퇴한 상태다.

금감원은 올 연말까지 추가적인 내용을 담은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규제가 더 강해지냐는 질문에 금융당국은 “우리 입장에선 지금 문제되는 부분을 최대한 담고 싶다”면서도 “업계와 다른 이해 당사자들과도 논의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가 ‘자율규제안’을 발표하고 스스로 반영한 만큼, 투자자 보호가 한단계 더 강화된 개정 가이드라인 추진이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처벌조항이 담긴 ‘입법’이다. 현재 P2P금융산업과 관련해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현재 총 5개인데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 이진복 자유한국당 의원은 신법 제정을, 박광온 민주당 의원과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이 각각 대부업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들 법안의 세부 사항은 차이가 있겠지만 큰 틀에서의 법의 방향은 ‘투자자 보호’다. 투자 물건에 대한 정보 공시, 투자금 별도 예치 등 금융당국이 이미 시행하고 있거나 시행을 염두에 둔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내용이 주를 이룬다.

법안을 마련하기 위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한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혁신성장을 위한 핀테크 활성화 토론회’에서 “P2P금융 법제화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라고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한 관계자도 “P2P법의 필요성은 여야 할 것 없이 동의하고 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자는 게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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