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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9월 28일 16시 15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9월 28일 19시 29분 KST

크리스틴 블레이시 포드 교수는 '완벽한' 고발자다. 그러나 대부분의 생존자는 그렇지 못하다

"만약 유색인종이나 이민자인 호텔 객실 청소 담당자가 폭로했다면, 여기까지 오기나 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27일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은 브렛 캐버노 미국 대법관 지명자의 성폭력 혐의에 대한 공청회가 열릴 때 폭로한 여성의 학위를 언급했다.

파인스타인은 고등학교 시절 캐버노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고발한 크리스틴 블레이시 포드 교수가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 박사 학위 등 학위를 4개 가지고 있으며 동료 심사를 거친 글을 65건 이상 발표했다고 밝히고, 블레이시가 기혼자이며 두 아들을 두고 있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블레이시를 칭찬하는 발언의 맥락은 명백했다. 블레이시의 학위, 더 나아가 사회경제적 배경을 볼 때 블레이시의 고발은 믿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성폭력 생존자들 다수는 블레이시와는 전혀 다르다. 이들 다수가 소득이 낮은 소수 집단에 속해 있어, 그들의 고발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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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 

블레이시가 특권을 가졌다 해도, 힘든 시기를 겪었음은 분명하다. 블레이시는 자신의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에 대해 전국 TV에서 심문받았다. 응당 있었어야 할 전면적 수사가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그러나 블레이시가 공청회에 출석했다는 것 자체, 그녀의 고발이 캐버노의 인준을 막을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졌다는 것 자체가 그녀가 ‘올바른’ 고발자였다는 사실과 큰 관련이 있다.

블레이시는 상위 중산층이고, 일류 직업을 가지고 있고, 고등 교육을 받았다. 의사를 분명히 표현할 수 있는 심리학자이며, 공청회에서는 참석자 누구보다 트라우마의 과학을 잘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외모로 보나 언행으로 보나, 상원 법사위 공화당 의원들(11명의 남성 상원의원들)이 ‘믿을 만하다’고 생각할 법했다. 16년 전에 결혼한 남편과 살고 있고, 부유한 지역인 워싱턴 D.C.의 교외에서 자랐다. 파란 재킷을 입은 백인 금발 여성이다. 그녀는 미안해했고, 경의를 표했고, 예의 발랐다. 법사위에 자신은 “협조하는 데 익숙하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특권을 갖지 못한 성폭력 생존자들이 많다.

신고하지 않는 피해자들이 많기 때문에 성폭력에 대한 통계는 불완전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한 연구에 의하면 성폭력 신고의 44%는 연소득 25000달러 이하(한화로 약 2773만원)의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연소득 25000달러 이하 집단은 전체 가계를 통틀어 22%에 불과하다. 

성폭력 가해자들은 자원이 적고, 변호사와 경찰에게 무시당할 가능성이 높은 피해자들을 고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원주민 여성의 3분의 1은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데, 이는 미 전국 통계인 6분의 1에 비해 두 배 높은 수치다. 최근 NPR 조사에 의하면 미국 원주민 피해자들은 차별을 두려워하여 신고를 꺼린다고 한다.

가장 높은 비율로 성폭력을 당하는 집단 중 하나는 성노동자들이다. 45~75%가 육체적 혹은 성적 폭력의 피해자가 된다고 한 연구에서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이러한 범죄를 직업에 따르는 위험으로 치부하곤 한다. 트랜스젠더 성노동자들의 피해 비율은 더욱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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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취약하고 가장 보호가 필요한 피해자들이 가장 믿음을 받지 못한다. 성폭력 및 가정 폭력 근절 전국 TF(National Task Force to End Sexual and Domestic Violence)의 운영 위원회 소속인 리사린 제이콥스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렇게 가난한 사람이다. 누가 나를 믿을 만하고 가치있다고 생각할 것인가?’[라고 그들은 생각한다.] 이는 분명히 저소득 여성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웰즐리 여성 센터에서 ‘정의와 젠더 기반 폭력 연구’를 맡은 린다 윌리엄스는 변호사들이 소외 계층의 사건을 맡기를 주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검사들이 “나는 이길 수 있다고 생각되는 사건만 추진할 수 있다. 배심원단은 가난하고 홈리스이며 말을 잘하지 못하는, 또는 재판에 참석하지 않는 여성을 믿을 가능성이 작다”고 생각할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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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R. Kelly

애슐리 쥬드, 그레첸 칼슨 같은 강력한 고발자들이 저명한 가해자들을 끌어내리는 데 일조했지만, 최근 몇 십 년에 걸쳐 가수 R. 켈리를 미성년자 강간과 학대로 고발한 여러 흑인 여성과 소녀들은 그의 커리어에 그만큼의 흠집을 내지 못했다.

미투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미투 운동이 부유한 백인 여성들의 경험을 증폭시킨 반면, 저소득 유색인종인 경우가 많은 가정의 고용인, 레스토랑 노동자, 농업 종사자들은 배제되었다고 말한다.

클래런스 토마스 당시 대법관 지명자를 성희롱으로 고발했던 애니타 힐은 블레이시보다 더욱 비난받고 고립되었다. 애니타 힐이 흑인이었기 때문이다. “애니타 힐은 유색인종 여성이라 믿을 만하지 않다고 여겨졌다. 힐은 변호사였고 지금은 학자다.” 제이콥스의 말이다.

이 공청회가 역사적 사건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전국의 청중 앞에서 자신의 트라우마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성을 지켜본다는 것은 중대하며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러나 블레이시가 평범한 성폭력 고발자가 아니라는 것은 기억해둘 만한 가치가 있다. 그녀가 특권을 지니지 못했다면, 공청회가 열리지도 않았을지 모른다.

“유색인종이거나 이민자인 호텔 객실 청소 담당자가 나서서 고발했다면, 여기까지 오기나 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윌리엄스의 말이다.

 

* 허프포스트US의 기사를 번역,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