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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브렉시트 2차 국민투표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EU를 정말 떠나시겠습니까?

  • 허완
  • 입력 2018.09.28 17:31
  • 수정 2018.09.28 17:34
ⓒPhil Noble / Reuters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Brexit)가 불과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금, ‘제2의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의 무역 관계 등을 놓고 진행되어온 영국 정부와 EU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고, ‘노딜 브렉시트’가 초래할 재앙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면서다.

게다가 야당인 노동당은 테레사 메이 총리의 협상안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협상안이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도록 막겠다고 천명했다. 또 EU 잔류에 대한 2차 국민투표를 주장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힌 상태다.

그렇다면, 영국이 2차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실시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 그 가능성을 전망했다. 결론부터 소개하자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지금보다 훨씬 큰 폭의 여론 변화가 있어야만 검토될 수 있다’는 것이다.  

ⓒPOOL New / Reuters

 

길 잃은 브렉시트

FT는 메이 총리가 EU와의 협상을 타결하고 이 협상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면 그걸로 모든 논란은 끝난다고 전했다. 즉, 영국은 예정대로 2019년 3월29일을 기해 EU를 떠나게 된다.

그러나 메이 총리의 협상안이 하원을 통과하지 못하게 되면 그 때부터는 문제가 조금 복잡해진다. 이건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정권교체 기회를 엿보고 있는 노동당은 물론 여당인 보수당 내 ‘강경 브렉시트파’ 의원들조차 메이 총리가 들고 온 협상안에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 

FT는 ”이는 본격적인 정치적 위기가 될 것”이라며 이후 벌어질 일들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가능한 시나리오를 꼽아보면, 가장 먼저 재협상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협상 막판에 EU로부터 새로운 양보를 얻어낼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FT는 지적했다. 

메이 총리가 사임하고 보수당이 전당대회를 열어 새 총리(당대표)를 선출하는 시나리오도 그려볼 수 있다. 문제는 새 총리를 선출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뿐더러 브렉시트가 시행되는 내년 3월말까지 브렉시트를 둘러싼 보수당 내의 갈등이 정리될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라고 FT는 전했다.

EU와의 협상 없이 그냥 EU를 떠나는, 이른바 ‘노딜(no deal) 브렉시트’ 시나리오는? ”(그에 따른) 극적인 (부정적) 경제적 결과를 감안했을 때, 이 일이 벌어지도록 의원들이 내버려둘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FT는 이처럼 어느 것도 온전한 대안이 될 수 없기 때문에 2차 국민투표 가능성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말은 쉽다는 데 있다. 

ⓒBarcroft Media via Getty Images

 

EU를 정말 떠나시겠습니까? 

어떻게든 영국이 2차 국민투표를 실시하게 됐다고 가정해보자. 투표지에는 어떤 질문이 들어가야 할까? FT는 ”이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고 전했다. 무엇에 대한 투표인지조차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우선 EU 잔류파들은 메이 총리의 협상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협상안을 지지하는지 아니면 EU 잔류를 원하는지 국민들에게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EU와의 협상 자체가 타결되지 않을 경우, 투표지에는 ‘노딜 브렉시트’를 해야하는지 아니면 EU에 남아야 하는지 묻는 질문이 들어갈 수 있다. 

일각에서는 3지선다형 질문을 투표지에 넣을 것을 제안하기도 한다.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협상안, ‘노딜 브렉시트’, EU 잔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노동당 내 브렉시트 찬성파 의원들은 EU 잔류 여부가 투표지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브렉시트에 찬성표를 던졌던, 전통적 지지기반으로 꼽히는 지역 유권자들의 반발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브렉시트가 공식 시행되는 내년 3월말 전까지 2차 국민투표를 실시할 물리적 시간이 있는지도 관건이다. FT는 영국 정부가 EU를 설득해 브렉시트 발동 시기를 늦출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유럽의회 선거가 있는 내년 5월 전까지는 모든 절차가 마무리 되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NurPhoto via Getty Images

 

2차 국민투표에 대한 우려들

EU 잔류파(리메이너, Remainers)와 EU 탈퇴파(브렉시터, Brexiters)를 구분짓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다. 다소 거칠게 구분하자면 도시와 농촌, 고학력층과 저학력층,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 친(親)이민과 반(反)이민 등에 따라 반대와 찬성이 엇갈린다고 할 수 있다. 

진보성향 정치 평론가이자 닐 로슨은 최근 ‘소셜 유럽(Social Europe)’ 매거진에 쓴 칼럼에서 자신은 브렉시트에 반대한다면서도 2차 국민투표가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의 논리는 이렇다. 투표를 둘러싼 그 모든 논란과 결함, 거짓 선전과 선동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영국 시민들은 국민투표라는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EU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랬더니 이제와서 어떤 이유에서든 투표를 다시 한다? 이는 ‘엘리트들이 늘 이길 것’이라는 자조적 믿음과 반발을 더 강화시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브렉시트에 투표한 사람들, 즉 한 때는 시스템을 신뢰했고, 일생일대의 민주주의적 의사표현 수단을 가졌(다고 믿었)으나 그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그들의 마음과 희망에 2차 국민투표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생각조차 하고싶지 않다”고 적었다. ”그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포기해버릴 것이다. 누가 그들을 탓하겠는가?”

2차 국민투표는 민주주의에 대해 그나마 남아있던 그들의 신뢰마저 빼앗아갈 것이다. 이는 그들이 항상 말해왔던 불신을 사실로 확인시키게 될 것이다. 즉, 엘리트, 기득권, 런던이 항상 승리하고 그들은 절대 이기지 못한다는 것 말이다. (‘소셜 유럽’ 칼럼, 9월27일)

그는 2차 국민투표가 실시되면 반기득권 성향인 극우 정치세력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마디로 상황은 더 악화될 뿐이라는 것.

FT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EU 잔류 쪽으로 여론이 다소 기울고 있다면서도 의회를 움직일 만큼 충분한 여론의 변화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많은 의원들, 심지어 친EU 의원들마저 2차 국민투표가 2016년의 민주적 국민투표 결과를 저버리고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는 것.   

결국 현재까지는 메이 총리가 EU와 협상을 타결하고 의회에서 이를 통과시키기를 바라는 게 최선이라는 게 FT의 결론이다. 

 

배제된 목소리들 

 

최근 영국 가디언이 제작한 4부작 브렉시트 미니 다큐에는 영국 런던에서 북쪽으로 160km가량 떨어진 링컨셔 보스턴 주민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보스턴 주민의 75%는 브렉시트에 찬성표를 던졌다. 영국 전체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꽤 낙관적이었다. 꽤 희망적이었다. 나는 우리가... 나는 우리가 경제도 튼튼했고 우리 스스로 약간의 자부심도 가졌던 그 때처럼 돌아갈 기회를 갖게 됐다고 생각했다.”

보스턴의 한 시민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확정된 2년여전의 국민투표 직후 무슨 생각을 했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전동휠체어를 탄 이 노년의 여성은 장애인 개인자립수당(PIP) 심사에서 떨어져 재심을 청구했다며 ”내일 법원에 간다”고 말한다. ”많이 긴장된다. 아무래도 떨어질 것 같다.”

그는 ’혹시 누구를 탓하느냐‘는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수당을 받을 자격이 없는데도 신청하는 많은 사람들을 탓한다”고 답한다. 그러자 인터뷰에 나선 존 해리스 기자는 ‘사회복지 수당에 대한 지출을 축소하는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 정부에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그 사람들의 탓이지 않습니까?”

카메라는 버밍엄 인근 작은 산업도시인 월스올(Walsall)의 쇠락한 지역경제와 정부의 공공지출 삭감이 학교와 병원에 미치는 영향을 담아낸다. 텅 빈 상점들, 활기를 잃은 거리, 무기력해보이는 사람들이 화면을 스쳐간다.

런던이 아닌 이런 소도시들은 오랫동안 이어진 긴축정책으로 인한 공공지출 감축, 경기 침체, 불평등, 빈곤으로 가장 크게 고통 받는 지역들이다. 가디언에 의하면, 그럼에도 긴축 반대와 공공지출 확대를 주장하는 ”제러미 코빈의 노동당이 고전하는 것처럼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 이른바 ‘잊혀진’ 지역의 주민들은 자신들이 ”나라에 대한 통제권을 잃었다”고 믿고, 모든 것들이 불공정하고 불확실하다고 느끼며, 어느 당이 정권을 잡더라도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어떤 면에서 이 모든 감정들의 표출이었던 셈이다.  

다큐에 등장하는 중년남성의 월스올 주민 두 명의 말에 이들의 낙담과 절망, 그리고 분노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주민 A : ”방금 월스올 시내에 아내를 내려주고 왔는데, 얼마나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았는지, 얼마나 많은 ‘임대’ 표시가 붙어있는지 봤나. 월스올은 죽은 곳(a dead place)이다.”

주민 B :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레벨4 교사 전부를 해고하고 새로 자격증을 딴 교사들을 채용했다. 그게 월급이 더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그게 우리의 미래, 이 나라의 미래다. 우리가 뭘 할 수 있겠나? (...) 우리가 투표에서 누구를 뽑든 상관없이 (재정지출) 삭감은 계속될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브렉시트 2차 국민투표가 성사돼 ‘EU 잔류파’가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사정은 아마도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혼란혼돈, 비극의 뿌리는 바로 거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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