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인기도 끌고 상도 여러 번 받은 시리즈 ‘김 씨네 편의점‘. 제목에 명확하게 드러나 있듯 주인공 가족은 ‘김 씨’다. 개중에서도 비중이 가장 높은 캐릭터는 아빠 김상일(배우 : Paul Sun-Hyung Lee)씨. 캐나다로 넘어와 30년 넘게 편의점을 운영하며 아내와 함께 딸 하나 아들 하나를 키웠다.
쉽게 정리하자면 한국계 이민 1세대의 모든 특징을 다 가지고 있다. 어눌한 영어에 가끔 ‘아이 촴~’ 같은 엉성한 의성어나 ‘갈뷔찜’ 같은 한국 단어를 섞어 쓴다. 이 드라마에 드러난 캐나다 이민 가정 한인 아빠의 특징을 살펴보자.
1. 광복절이 언제지?
김씨의 딸과 데이트를 하고 싶으면 1910년에 일제강점이 시작됐다는 사실, 1945년 8원 15일이 광복절이라는 것 정도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 아래는 딸 재닛과 데이트를 하기 위해 찾아온 한인 청년. 아빠가 하는 질문은 딱 하나다. ”광복절이 언제지?”.
2. 유통기한을 무시한다
유통기한이 일주일이나 지난 우유를 무리해서 마시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아버지의 모습. 다들 익숙할 것이다. 유통기한을 무시하는 건 아빠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유통 기한은 유통을 빨리하기 위한 식품 업체들이 만들어낸 음모라고 여기며 항상 하는 얘기가 똑같다. ”이 날짜가 지나면 유통은 안 되지만 먹는 건 괜찮다는 뜻이다.”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그것도 하루나 이틀정도 지났을 때의 얘기다. 유통기한이 훌쩍 지난 음식은 제발 좀 버리자.
3. 사람을 판단하는 이상한 기준이 있다
차림새에 대한 편견이 있다. 김씨는 ‘게이다’(게이+레이다)를 가지고 있어서 보기만 해도 상대방이 게이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뚱뚱한 아시아 사람은 게이가 아니다”라는 말도 한다. 특히 가게 주인답게 그는 손님의 차림새를 보고 도둑인지 아닌지도 판가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갈색 신발을 신은 흑인은 도둑이 아니다”, ”백인에 흰색 신발을 신었으면 도둑”, ”갈색 피부 여자가 파란 재킷을 입었으면 도둑이 아니다”라는 식이다.
4. 일을 해도 돈은 주지 않는다
아빠 엄마와 함께 편의점 카운터를 보고, 상품 진열과 재고 관리를 담당하는 딸 재닛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용돈을 받아가며 생활한다. 특별히 돈이 필요할 때마다, 예를 들어 페스티벌에 가고 싶어 200달러가 필요할 때면 아빠에게 손을 벌려야 한다. 이때마다 ”나도 일을 하는데 왜 매달려야 하느냐?”고 반박해 보지만, 아빠가 하는 말은 똑같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학비 대주고 그것만 해도 수억이다”.
캐나다 토론토를 배경으로 한 ‘김씨네 편의점‘(Kim’s Convenience)은 2011년 연극으로 최초 공개된 후 2016년에 CBC의 시트콤 시리즈로 탈바꿈하며 빛을 봤다. 최초 연극의 각본가인 ‘인스 최‘(Ins Choi)가 연극에서는 아들 ‘김 정’의 역을 맡기도 했다고 한다. 인스 최는 캐나다로 이주한 한국인 목회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편의점을 경영하는 친구 아빠들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