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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이황 17대 종손의 한마디 : "추석엔 원래 차례 지내는 거 아닙니다."

차례상을 차린다면 "과일과 송편으로도 충분하다"고 한다.

  • 허완
  • 입력 2018.09.22 14:46
17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린이들이 추석을 앞두고 차례 지내는 법을 배우고 있다. 2018.9.17
17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린이들이 추석을 앞두고 차례 지내는 법을 배우고 있다. 2018.9.17 ⓒ뉴스1

″추석엔 원래 차례를 지내는 게 아니에요.”

이것은 조선시대 성리학의 기초를 세운 퇴계 이황의 17대 종손, 이치억(42) 성균관대 유교철학·문화콘텐츠연구소 연구원의 말이다.

22일 동아일보가 공개한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추석은 그냥 평범한 연휴나 다를 게 없”이 보낸다고 한다.

“추석을 어떻게 보내느냐고요? 정말 아무것도 안 해요. 차례도 지내지 않고…. 아버지 모시고 가족들이랑 근교로 나들이나 갈까 해요.” (동아일보 9월22일)

이 ‘뼈대 있는 가문’의 남다른 추석은 “10여년 전 이 연구원의 부친이자 이황의 16대 종손인 이근필 옹(86)의 결단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그는 집안의 다른 어른들도 변화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조선시대 성리학자 퇴계 이황(1502~1570).
조선시대 성리학자 퇴계 이황(1502~1570). ⓒundefined undefined via Getty Images

 

이 연구원은 ‘예(禮)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퇴계 종가는 제사상이 단출하기로도 유명하다. ‘간소하게 차리라’는 집안 어른들의 가르침 때문이다. 한때는 1년에 20번 가까이 제사를 지냈지만 현재는 그 횟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만약 집안 어른이 자손들에게 조선시대의 제사 형식을 고수하라고 한다면 그 제사가 유지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자손들이 등을 돌려 아예 없어지고 말 거예요. 예(禮)란 언어와 같아서 사람들과 소통하면 살아남지만, 그렇지 못하면 사라지고 말죠. 시대와 정서에 맞는 변화가 필요해요.” (동아일보 9월22일)

선조인 퇴계의 철학을 전공으로 박사논문을 받은 이 연구원은 ”우리가 전통이라고 믿는 제사도 조선시대 어느 시점에 정형화된 것인데 그게 원형이라며 따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집단주의적 성향의 원인을 유교문화로 돌리”겠지만 사실은 ”유교야말로 개인의 존엄과 주체성, 자유와 책임을 강조하는 개인주의 사상”이라는 글을 쓰기도 했다.

″유학사상에 따르면 나는 공동체에 종속돼 때로는 희생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이와는 반대로 온전한 ‘내’가 존재함으로써 공동체의 조화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뉴스1

 

그렇다면 홍동백서니 어동육서니 하는 제사·차례상차림 ‘격언’은 대체 어디에서 나온 걸까?

동아일보는 ‘새로 쓰는 우리 예절 신예기(新禮記)’ 기획 기사에서 명절 차례상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들을 바로잡았다. 

그 중 대표적인 건 ‘차례는 안 지내도 그만’이라는 부분이다. 이에 따르면, 유교에서는 원래 명절에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그러나 ”조선 후기 너도 나도 양반 경쟁을 벌이면서 차례상이 제사상 이상으로 복잡해졌다”는 설명이다. 

만약 관례상 차례를 지낸다면 ”과일과 송편으로도 충분하다”는 게 유교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명절 최대의 중노동 중 하나인 ‘전 부치기’도 ”잘못 전해진 예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유교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제발 제사상에 전 좀 올리지 마세요. 유교에서는 제사상에 기름 쓰는 음식 안 올려요. 그건 절(사찰)법이라고요. 전 부치다 이혼한다는데, 조상님은 전 안 드신다니까요.” (방동민 성균관 석전대제보존회 사무국장) (동아일보 9월22일

ⓒsinsy via Getty Images

  

한국일보도 22일 보도에서 서정택(68) 성균관 전례위원장, 박광영(46) 성균관 의례부장의 말을 인용해 ‘상다리 휘어지는 차례상’은 유교의 예법이 아니라고 전했다.

이들은 ”차례는 말 그대로 차(茶)나 술을 올리면서 드리는 간단한 예(禮)를 뜻하는데, 이를 기제사상과 혼동해 거나하게 차려내는 관습과 과시욕이 명절의 참된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명절 노동’을 여자만 하는 현상이나 제사에 여성들을 참여시키지 않는 문화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서 = 요즘에도 준비를 같이 안 하는 남자분들이 있나? 그것 참 잘못됐다. 기본은 여자들만 하는 게 아니라 남성들도 같이 봉양을 해야 하는 게 맞다. (...) 정말 인식이 잘못됐다. 저희가 예의를 가르칠 때도 부부가 서로 존댓말 쓰고 절을 해도 맞절을 하라고 하는데, (...)

(중략)

박 = 준비는 여성들만 하고 차례에는 남성들만 참여한다는 식의 인식 자체가 유교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 항상 함께 준비하되 다만 할 일이 좀 달랐던 거다. 이제라도 아버님 어머님이 솔선해서 같이 준비하는 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여 주면서 새로운 명절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오히려 예법을 중시하는 가문에서는 남성이 음식준비를 했는데, 그게 바른 모습이고 예법에 맞는 거다. (...) (한국일보 9월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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