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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게이 아빠다. 내 아들이 ‘세서미 스트리트’의 버트와 어니가 커플이라고 생각하길 바란다

누구나 '게이 롤모델'이 필요하다.

ⓒPHOTO BY STACY SNEERINGER

먼저 나에 대해 말해둬야 할 것이 있다. 나는 머펫과 ‘세서미 스트리트’를 언제나 사랑해왔다. 그럴 만한 나이를 훨씬 지나서까지도 그랬다. 그 캐릭터들은 내 친구들이었다. 내가 중학교 때 [머펫을 만든] 짐 헨슨이 죽었던 날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서 학교에 결석했다. 43세가 된 지금도 나는 연기자 캐롤 스피니가 직접 그린 빅 버드 그림을 거실에 걸어두고 있다. 버트와 어니가 대법원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되는 것을 TV로 지켜보는 2015년 뉴요커 표지는 액자에 넣어 벽에 걸어두었다.

80년대에 게이로 성장한다는 건 힘들었다. 나는 꽤 어렸을 때부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았다. 내겐 별 의문이랄 게 없었다. 10살 때 ‘에비타’에 나갔으니 말이다. 나는 내 자신을 예술적으로 포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준 싱글 맘 밑에서 자랐지만, 그래도 게이라는 건 안 될 말이었다. 내가 본 게이의 이미지는 악당들, 어처구니 없는 고정관념 캐릭터들, HIV/AIDS를 지닌 사람들 뿐이었다. 그래서 어린 게이로서는 게이들은 저렇게 될 운명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거의 매일 같이 자살을 생각했다. 다행히도 상황이 달라졌다.

ⓒPHOTO BY SUSAN MCGONNIGAL

어렸을 때는 우러러볼 만한 눈에 띄거나 유명한 게이 롤 모델이 없었지만, 내겐 ‘세서미 스트리트’와 머펫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내게 중요한 교훈을 주었을 뿐아니라 묘하게도 나는 캐릭터들과 나를 동일시했다. 뮤지컬을 좋아했던 나는 ‘피핀’의 노래를 전부 따라부를 수 있었다. 인기를 얻는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TV에서 노래하고, 서로를 사랑하고 또 웃게 하는 털북숭이 친구들의 도움으로 내 삶에서 겪던 외로움에서 잠시 탈출할 수 있었다.

언제나 어니를 특히 좋아했다. 바보같고 다정하고 착했고, 다른 남성을 사랑했다(그게 당시 어떤 의미였든간에 말이다). 고등학교를 다니는 내내 나는 작은 어니 인형을 가지고 다녔다. 당신이 그때 나와 함께 뮤지컬에 출연했다면 분명 막이 올라가기 전에 행운의 의미로 어니의 코에 입을 맞췄을 것이다.

기억도 나지 않을 때부터 이 캐릭터들을 사랑해왔던 나는 갑자기 내 아들의 눈을 통해 이 모든 경험을 처음부터 다시 하는 선물을 받았다. 남편과 나는 아버지가 되는 꿈을 이루기 위해 몇 년 동안 노력해왔다. 12월에 예상치 못한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은지 불과 24시간 만에 우리는 태어난지 사흘된 아름다운 아들 맬컴의 아버지가 되었다. 맬컴과의 삶은 마법이나 다름없었고, 우리는 이 꼬마가 어떻게 세상을 바꿀지 정말 기대된다.

ⓒJAMIE MCGONNIGAL

2018년을 살아가는 성인이자 아버지로서, 어린이 TV 프로그램에 대한 내 기대치는 달라졌다. 내 아들은 우리 가족과 같은 가족이 훨씬 더 자주, 더 잘 묘사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나 어린 아이들이 볼 만한 것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우리 아들은 흑인/라틴계 혼혈이고, 두 백인 남성 부모에게 맡겨져 삶을 시작했다. 기쁘게도 우리가 사는 도시와 지역은 우리 아들 같은 아이들이 많고, 우리 가족은 우리와 비슷한 다른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신경 쓴다. 하지만 TV를 켜면 우리 가족과 같은 이들은 황금 시간대에만 나온다. 어린이 프로그램엔 없다.

내 아들이 TV에서 보는 세상은 생물학적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는 가족이 가득한, 내 아들이 스스로를 ‘타자’로 보게 만드는 세상이다. 어린아이들을 겨냥해 만들어진 진짜 다양성 있는(특히 LGBTQ) 프로그램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아마 아직은 너무 어려서 이 모든 걸 다 깨닫지는 못하고 있겠지만, 나는 세서미 워크샵 등 어린이 프로그램 제작사들이 용기를 내 이 현실을 바꿔주길 바란다.

‘세서미 스트리트’의 작가였던 마크 솔츠먼이 퀴어티 인터뷰에서 “나는 거창한 의제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버트와 어니를 쓸 때면 늘 둘이 연인이라고 생각했다. 맥락을 잡을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물론 인터넷에선 난리가 났다. 다정한 룸메이트인 버트와 어니가 사실은 룸메이트 이상의 사이라는 루머는 오래 전부터 돌았다. 프로듀서들이 가끔 입장을 밝혀야 했던 적도 있는데, 보통 똑같은 발언을 반복했다. “...그들은 인형이고 성적 지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건 말이 안된다. 특히 이 프로그램의 역사를 보고 다른 캐릭터들의 정체성을 어떻게 다루었는지를 보면 더욱 그렇다.

‘세서미 스트리트’와 ‘머펫’의 인기 캐릭터 개구리 커밋을 보라. ‘Muppets Take Manhattan’(1984)에서 커밋은 오랫동안 사귀었던 미스 피기와 결혼한다. 오스카에겐 그런드게타라는 여자친구가 있다. 카운트는 전형적인 바람둥이로, 여러 해에 걸쳐 3명의 여자친구를 사귄다. 백워즈 백작부인, 레이디 투, 달링 백작부인이다. 그리고 ‘세서미 스트리트’ 노래에는 이성애자 가족들이 등장한다.

‘세서미 스트리트’와 머펫에는 연애가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왜 버트와 어니 얘기만 나오면 방어적이 되는가?

누군가가 TV에서 커밍아웃할 때마다 그러듯, 게이를 비난하는 이들이 갑자기 튀어나온다. 그리고 그들의 주장은 결국 한 가지 결론으로 귀결되는데, 아이들은 이런 걸 이해하기엔 너무 어리다는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보통 이성애자, 백인, 생물학적 가족에서 자랐고 이들의 부모님은 결혼 후 4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부부이다. 하지만 분명히 말해줄 수 있는데, 내 아들은 벌써 자기에게 아빠가 둘이라는 걸 이해한다. 말을 할 수 있게 되는 순간 내 아들은 자기가 보는 사람마다 붙잡고 그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다른 LGBTQ 부모들이 우리에게 경고해주었다).

‘세서미 스트리트’는 내게 글자, 숫자, ‘카사’(casa)라는 단어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공감과 친절함을 가르쳐 주었다. 집안일을 돕고, 남매와 친구들에게 잘해주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후퍼 씨가 죽었을 때 TV 앞에 앉아 빅 버드와 함께 울었던 내게 아이들은 모든 가족은 다 다르다는 걸 배우기엔 너무 어리다고 말하지는 말아달라. ‘세서미 스트리트’는 늘 어린이들을 우선시했고 ‘어린애 취급’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장수하고 있는 것이다.

내 어린 시절의 한 줄기 빛이 내 가족과 아들을 무시하기로 의식적인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 엄청나게 실망스럽다. 세서미 워크숍은 내 삶과 내 가족은 어린이들이 이해하기에 너무나 멀다고 믿는다니 가슴 아프다.

머펫을 만든 이 중 하나인 프랭크 오즈는 버트와 어니의 ‘아우팅’에 대해 “짐과 나는 그들을 게이로 만들지 않았다”고 답했다. 내 자신을 머펫과 비교하는 게 이상해 보일 수 있지만, 내 부모도 나를 게이로 만들지 않았다. 그들은 실망했다. 하지만 내가 자라면서 내가 게이라는 걸 발견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세서미 워크샵과 오즈도 버트와 어니가 성장하게 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아들을 위해, 자기 자신이 다르다고 느끼는 모든 아이들을 위해, 자기 가족이 다른 가족들과 달라보여서 자기도 다르다고 느끼는 모든 아이들을 위해서다.

서로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두 게이 머펫이 어린이 프로그램에 등장한다는 게 터무니없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닭을 사랑하는 ‘괴짜’, 돼지와 결혼하는 개구리보다 터무니없지는 않다. 그리고 게이 머펫들은 언젠가 누군가의 삶을 바꿀지도, 혹은 구할 수도 있다.

*허프포스트US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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