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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9월 20일 15시 03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9월 20일 15시 03분 KST

중국의 '불법 깐마늘'은 어떻게 묵인되는가

경직된 노동시장에서 임금 수준을 억지로 끌어올리려 할 경우 일어나는 일

huffpost

몇 달 전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부패의 맛(Rotten) 제3화 ‘마늘은 대체 누가 먹었나’ 에서는 충격적인 내용을 알려 준 바 있다. 중국산 마늘을 수입하는 한 업체가 말도 안 되게 저렴한 가격으로 깐마늘을 수입하고 있었는데 알고 봤더니 이 마늘의 출처가 교도소에서의 노역을 통해 생산된 물량이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수입업체는 미국 내 마늘 유통업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업체와 거의 독점계약을 맺고 있어, 해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NETFLIX

 

물론 교도소에서 노역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징역형에는 노역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교도소 노동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교도소 노역으로 생산된 물건은 법적으로 수출을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의 묵인 하에 많은 업체들이 경찰과 유착하여 교도소나 구류소 등지에서 생산된 재화들이 대량으로 수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도소 노역으로 생산된 재화가 왜 수출이 되면 안 되는지는 다들 아실 것이다.

당연히 아니 땐 굴뚝에는 연기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중국의 ‘교도소 노역’ 문제는 왜 불거졌는가? 이는 지난 2012년 중국 정부가 노동계약법을 개정하며, 하도급 단속 및 파견근로직과 관련된 규제를 크게 강화시켰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파견근로직에 대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적용했고, 파견근로자수의 비율도 국무원 노동행정부문에서 전체 근로자 수의 10%로 아주 엄격하게 제한했다. 즉 중국 내 영세 업체들에게는 인건비 부담이 가중된 것이다.

때문에 중국 내 교도소 노동은 주로 수공업 형태로 운영되는 경공업 쪽에 치우쳐 있다. Financial Times 의 취재에 따르면, 광시좡족 자치구의 구이린 시의 교도소에서는 미국 애리조나로 수출되는 핸드백을 만들었다고 알려졌으며, 길림성 퉁화 시의 교도소에서는 우리나라로 수출되는 화환을 만든다고 한다. 산둥성 얀타이 시의 교도소에서는 죄수들이 가전 제품에 들어가는 배선을 조립한다고 한다. 이 정도면 중국 전국적으로 아주 심각한 수준의 불법 수출 행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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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중국 정부는 왜 이러한 불법 행위를 묵인하고 있는가? 그 이유는 명징하다.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소비 중심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농민공으로 대표되는 저소득층 도시 노동자의 소득이 어떻게든 상승해야 하고, 이와 동시에 경기 연착륙을 위해서는 치솟는 인건비에도 불구하고 영세 제조업이 계속 버텨줘야 하기 때문이다. 즉 경직된 노동환경 속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지급하려고 하니, 불법 행위라도 눈 감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교도소와 기업이 유착되어 교도소 노역으로 생산된 재화를 수출하는 정신나간 짓을 할 업체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한국 경제는 IT 와 중공업 중심이기도 하고) 그러나 중국 교도소 노역의 문제는 우리에게 경직된 노동시장에서 임금 수준을 억지로 끌어올리려 할 경우 어떠한 참사가 발생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경우 저개발국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착취나 하도급 관련 불법의 심화라는 형태가 나타날 것이다.

 

FT

 

중국에서 2012년 노동계약법을 개정했을 때, 상당수의 진보 언론과 정치인들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중국의 ‘선진적’ 정책을 경외하며 우리나라의 노동착취(?) 현장을 비판한 바 있다. 개인적으로 그 분들이 중국 교도소 노동의 실태를 들여다 본 후에도 계속 같은 말씀을 하실 수 있을지 궁금하다. 전반적인 고임금 사회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사회 안전망이라는 비용과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제도가 함께 자리잡아야 한다. 늘 말씀드리지만, 예쁜 머리는 고데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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