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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주민 생명 위협하는 한국의 '먹거리' 사업

그린피스가 인도네시아 찌레본 석탄 발전소에서 '석탄 그만(Quit Coal)'이라고 적힌 배너를 거는 액션을 하고 있다
그린피스가 인도네시아 찌레본 석탄 발전소에서 '석탄 그만(Quit Coal)'이라고 적힌 배너를 거는 액션을 하고 있다 ⓒ그린피스
ⓒhuffpost
수백 명의 생명을 위협하는 석탄 발전소가 지금 여러분의 세금으로 지어지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한국이 인도네시아의 작은 어촌 찌레본에 건설한 석탄 발전소. 이곳에서 발생하는 오염 물질로 인해 매년 800여 명의 조기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석탄 발전소가 한국에 준 유명세

찌레본이라는 인도네시아 마을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한국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지명 ‘찌레본(Cirebon)’은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에서 차로 약 3시간 거리에 있는 인구 30만의 작은 어촌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곳 사람들은 한국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의 투자로 건설된 찌레본 1기 석탄 발전소 때문입니다. 2012년 한국이 찌레본 1기 건설을 완료한 후, 마을 주민들의 일상은 송두리째 바뀌었습니다.

조상 대대로 일구어 오던 염전 부지는 석탄 발전소가 들어서면서 운영이 불가해졌고, 주민들은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게 됐습니다. 이에 마을 사람들과 현지 환경 단체들은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국인 인도네시아와 투자국인 한국, 일본에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항의해 왔습니다. 주민들의 지속적인 항의에 한국이 답을 줬냐고요? 네, 줬습니다. 추가 석탄 발전소 찌레본 2기를 건설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편리한 ‘이중 잣대’ ... 한국엔 안 되지만 해외에는 된다?

지난 5월 국내 독립 언론 뉴스타파는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의 협업 취재를 통해 17분짜리 영상 <찌레본의 그늘>을 보도했습니다. 보도에는 1970~1980년대 일본 중금속 공해산업 수출로 이따이이따이병과 유사한 ‘온산병’으로 고통받았던 한국이 이제는 공해산업을 되려 수출하는 국가가 되었다고 묘사돼 있습니다. 수출 대상은 바로 석탄 발전소입니다.

인도네시아의 한 석탄 발전소 앞에서 양치기가 양들을 돌보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한 석탄 발전소 앞에서 양치기가 양들을 돌보고 있다 ⓒ그린피스

충격적인 것은 한국의 투자로 건설된 해외 석탄 발전소들이 건강에 치명적인 대기오염 물질을 국내보다 최소 10배 이상 배출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요? 석탄 발전소가 건설되는 개도국의 환경 규제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석탄 발전소는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미세먼지의 원인인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을 배출합니다. 한국에서는 이 오염물질의 농도를 낮추기 위해 발전소에 추가적인 설비를 설치하는데, 찌레본에 건설된 발전소에는 이 저감 장치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찌레본을 건설한 기업은 이에 대해 현지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며 현지 주민들에게 미칠 건강 피해를 외면했습니다.

한 마을의 운명이 ‘먹거리’라니

그린피스의 조사에 따르면, 찌레본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로 매년 약 800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합니다.(하버드와 그린피스의 공동 연구 <동남아시아 지역 석탄화력발전소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 증가에서 발생하는 질병부담 보고서>에 찌레본 발전소의 오염물질 배출 데이터를 적용, 분석한 결과)

그러나 찌레본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이 석탄 발전소들이 한국에선 투자 수익이 보장되는 ‘먹거리’라고 합니다. 찌레본 1기 건설 당시 국내에는 칭찬 일색의 기사와 발언들이 쏟아졌습니다. 그 중 한 기사는 찌레본 사업이 우리나라 기업에 ‘먹거리’를 물어다줬다고도 표현했습니다. 가장 성공적인 한류 사업이었다는 것입니다.

정말일까요? 한국은 지난 2017년 4월 찌레본 1기에 이어 찌레본 2기를 추가 건설하기로 결정 내렸습니다. 그런데 같은 달 인도네시아 법원에서 찌레본 2기 사업에 대한 환경 허가 취소 판결을 내립니다. 찌레본 1기로 이미 심각한 어업과 건강 피해가 발생했는데, 1기보다 더 큰 규모(1000MW)의 찌레본 2기에 환경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법원의 판결 선고가 있기 하루 전, 한국 수출입은행이 찌레본 2기 석탄발전소에 총 5억2000만달러(약 580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하고 금융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입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금융기관이 소송에 휘말려 진행 여부조차 불투명한 해외 사업에 엄청난 돈을 투자한 것이죠.

찌레본 2기의 환경 허가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건설사가 1심의 환경 허가 취소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를 했고, 2심에서 법원이 1심의 판결을 뒤집고 건설사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이 또 다시 대법원의 상고를 향한 지난한 소송 싸움에 휘말려 있는 틈을 타 거대 발전소가 들어설 부지는 점점 형태를 갖춰 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주민들의 삶을 위협하는 이 위험한 세금 투자를 용인할 수 있으신가요?

그런데 한국은 ‘또’ 짓는다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석탄 발전소 '자와 9, 10호기 건설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석탄 발전소 '자와 9, 10호기 건설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18년 9월 10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 인도네시아에 1000MW 규모의 석탄발전소, 자와 9⋅ 10호기를 ‘또’ 건설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오염된 지역에 말이죠.

지금 우리가 한국의 해외 석탄 발전소 투자를 중단하라고 요구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수천, 수만 MW 규모의 거대 석탄 발전소가 전 세계에 여러분의 돈으로 건설될 것입니다. 그 이익은 누구에게로 돌아가는 걸까요? 적어도 폐 질환으로 고통받는 찌레본 마을 주민들, 그리고 온실가스 배출로 올여름 폭염 같은 재앙 수준의 기후변화를 견뎌야 하는 우리는 아닐 것입니다.

글 : 장마리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그린피스와 함께 우리 세금이 석탄이 아닌 재생가능에너지에 투자될 수 있도록 정부에 요청해주세요. 여러분의 서명은 해외 석탄 투자 중단을 요구하기 위해 정부에 전달될 예정입니다. 또한 한국의 해외 석탄 투자 중단을 위한 정책 및 법률 개정 활동 등에 사용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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