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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혼 3개월 만에 이혼하기로 결심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그를 위해 내가 달라졌어야 했을까? 죄책감의 날들 끝에 나는 결국 알게 됐다. 우리는 처음부터 잘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전 남편과 결혼식을 올리기 몇 시간 전. 나는 여전히 이 드레스가 좋다.  
전 남편과 결혼식을 올리기 몇 시간 전. 나는 여전히 이 드레스가 좋다.   ⓒLAUREN JONES

모든 게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시점이 정확히 언제였는지 짚어낼 수는 없지만, 신혼 그릇을 고를 때부터 시작됐다고 말하고 싶다.

백화점에 서서 어떤 접시를 골라야 할지 싸우던 때가 바로 어제 일처럼 기억난다. 그는 평범하고 무난한 것을 원했다. 나는 패턴과 컬러에 끌렸다. 결혼 준비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겠거니, 라고 생각했다. 모든 커플은 이 과정 중에 싸운다. 적어도 모든 잡지에 그렇게 나와 있다.

하지만 이 접시들은 우리 관계 전체의 메타포였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아주 다른 사람들이었다. 안타깝게도 그 사실을 4개월 늦게 깨달았다.

결혼식 전에 취소할 기회가 10번 정도 있었지만 취소하지 않았다. 나는 결혼 준비로 인한 스트레스가 끝나면 훨씬 편해진다는 잡지 속 거짓말을 믿었고 그냥 밀어붙였다. 그저 결혼식 날 하루만 넘기면 우리 삶 전체가 다시 제 궤도에 오르겠거니 했다.

“그냥 빨리 끝내자”. 결혼식장으로 들어가며 되뇌고 싶지는 않은 주문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나를 넘겨줄 때 내 머릿속에선 그 말이 울리고 있었다.

남편과 아내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우리에게 어울리게도, 신혼여행 거의 내내 비가 왔다. 우리는 비에 젖고 불편한 상태로 작은 멕시코 기념품 가게에 서서 다시 접시를 두고 싸웠다. 나는 멕시코 여행 중에 어딜 가나 있었던 과감한 색상과 아즈텍 문양에 홀딱 반했지만, 그는 우리 집 안에 색상이라곤 원하지 않는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싸웠고, 처음 몇 주 동안도 내내 싸웠다. 결혼 준비로부터의 자유를 즐기는 대신에 우리는 서로로부터의 자유를 찾기 시작했다.

결혼 1달 후 나는 침대에 혼자 앉아 초밥을 먹었다. 남편은 집에서 나와 함께 밥을 먹는 대신 늘 어딘가로 나갔다. 나는 혼자 침대에서 구글 검색을 했다. “우리 지역의 결혼 카운슬러”, “결혼을 무효로 하는 법?”

그런 다음, 우리는 우리의 결혼을 살릴 수 있을 묘책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매일밤 독신인 형제들과 바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 나는 더 재미있는 일들을 많이 하고 직장에 있는 시간을 줄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조금 노력을 하다가도 곧 옛 습관으로 돌아가 버리곤 했다.

우리는 울고 싸우고 또 울며 서로에게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물었다. 나는 마침내 결혼 카운슬러와 약속을 잡았지만, 만나기로 한 전날 사무실로 걸어 들어가는 내게 남편이 전화를 걸었다.

“나는 이 결혼이 잘되길 원하는지도 모르겠어.” 그가 고백했다. 그게 무슨 말인지 나는 알았다.

우리 싸움의 원인이 되었던 멍청한 접시들은 뜯지도 않은 채 침실에 놓여있었다. 이걸 정리조차 하기 전에 우리 결혼이 끝나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박스 옆에 포장지와 테이프도 좀 붙어있었다. 그가 집에서 나가던 날 그 박스들을 들고 거실을 지나갈 때 눈에 띄었다.

ⓒZolnierek via Getty Images

어머니가 나를 데리고 이혼 변호사를 만나러 갔다. 내가 울기 시작하자 조용히 티슈 상자를 밀어준 친절한 사람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는 나를 바로 데리고 갔다. 화요일 오후 2시였다. 내가 울기 시작하자 어머니는 조용히 차가운 맥주를 내 손에 쥐여주었다.

바에 앉은 그날 오후로 이어지는 1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비참한 시간이었다. 결혼이 끝나는 걸 원했던 게 아니었다. 나는 그저 애초부터 결혼하지 말 걸, 하는 생각만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화가 났다. 나와의 결혼을 유지할 의도가 없었던 남성에게 속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난 그가 과거의 몇 년, 미래의 몇 년을 내게서 빼앗아간 것으로 느꼈다.

죄책감도 여러 번 밀려왔다. 내가 어디서부터 잘못했지? 내가 그에게 맞춰 바뀌었어야 했나?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던 그의 가족을 위해 내가 달라졌어야 했나?

그러나 결국 나는 진실을 전부 알게 되었다. 초과 인출된 계좌와 다른 여성들이 있었다. 처음부터 잘될 수 없었다는 걸 왜 몰랐을까. 분노가 밀려왔다. 내가 눈이 멀었던가, 아니면 그저 어리석었던가?

남편과의 이혼 뒤 며칠, 몇 주는 슬픔과 부끄러움을 느꼈다. 사람들이 다 알게 되었으리라 생각될 때까지 집에만 숨어 있었다.

슬퍼졌다가 괜찮아지곤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사라졌다고 슬퍼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내가 사랑에 빠졌던 남성, 결혼하기로 했던 남성은 나와 함께 식장에 있던 남성과 같은 사람이라 할 수 없었다. 그러한 삶을 잃었다는 게 슬펐고, 내 미래가 어두워 보인다는 것도 그만큼 슬펐다.

ⓒOliver Henze / EyeEm via Getty Images

이런 감정들이 얼마나 다양하고 강력한지 깨닫고 놀랐지만, 가장 큰 충격은 삶이 정말 금세 평소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하루는 소파에 앉아 기저귀 광고를 보며 울다가도, 다음 날에는 여동생과 쇼핑몰에서 웃고 있었다. 지난 몇 달 일은 마치 다른 사람에게 일어난 것 같았다.

그리고 내 결혼식에서 5개월하고도 2주가 흐른 어느 평범한 날 밤, 나는 내 인생의 사랑을 만났다. 그는 내가 30살에 가까운, 고양이 몇 마리를 기르는 이혼 여성이라는 사실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내가 겁이 많고 사소한 즐거움 이상의 것에 관심이 없다는 것도 그에겐 아무렇지 않았다. 그는 내가 바뀌길 원하지 않았다. 그는 나의 있는 그대로를 좋아했다.

첫 결혼식으로부터 5년 7개월이 지난 뒤, 나는 다시 식장에 들어섰다. 청록색과 흰색 그릇 세트는 우리 마음에 쏙 들었고, 두 딸과 함께 그 접시로 저녁을 먹는 밤마다 행복을 느꼈다. 나는 내게 일어났던 어떤 일도 이젠 바꾸고 싶지 않다. 그로 인해 내가 지금 여기 있게 된 것이고, 여기는 언제나 내가 있어야 했던 곳이다.

13일의 금요일에 한 나의 결혼은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이다.
13일의 금요일에 한 나의 결혼은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이다. ⓒMARIA KALITINA

* 허프포스트US의 기사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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