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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한 동의 없으면 성추행": 이윤택에게 '징역 6년' 선고한 재판부 판결문

드디어, '미투 운동'으로 재판에 넘겨진 인물 가운데 최초의 '실형 선고'가 나왔다.

ⓒ뉴스1

‘연극계의 대부‘로 불리며 여자 단원들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6)에게 ‘징역 6년‘이 선고됐다. ‘#미투 운동(MeToo·나도 고발한다)’으로 재판에 넘겨진 인물들 가운데 최초로 나온 실형 선고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는 19일 이윤택 전 감독의 유사강간치상 혐의 등 공소사실 중 상당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80시간의 성폭력 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의 아동청소년기관 취업 제한 등도 명했다.

이 전 감독은 연희단거리패 창단자이자 실질적 운영자로 배우 선정과 퇴출 등 극단 운영에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점을 이용해 1999년부터 2016년 12월까지 극단원 17명을 상대로 상습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가운데 공소시효 만료에 해당하지 않고 상습범 적용이 가능한 2010년 4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피해자 8명을 대상으로 저질러진 범죄 23건을 처벌할 수 있다고 보고, 이 전 감독을 기소했다. 이 전 감독은 성폭행 또한 저질렀으나 성폭행은 상습죄 조항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발생한 것으로 확인돼, 성폭행 혐의는 적용되지 못했다.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뉴스1

19일 재판부는 ”피고인은 절대적 영향력 아래 있는 단원을 지도한다는 명목으로 반복적인 성추행 범죄를 저질렀다”며 ”연극을 하겠다는 소중한 꿈을 이루기 위해 피고인의 권력에 복종할 수밖에 없던 피해자들의 처지를 악용해 범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단원들이 여러 차례 항의나 문제제기를 해 스스로 과오를 반성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행위가 연극에 대한 과욕에서 비롯됐다거나, 피해자들이 거부하지 않아 고통을 몰랐다는 등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미투 폭로’로 자신을 악인으로 몰고 간다며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해자가 이의제기를 하지 못하고 묵묵히 따랐다고 해서 동의했다고 볼 수 없고, 명백히 동의하지 않은 이상 어떻게 해도 수긍할 수 없는 추행이 명백하다”며 ”발성 지도 명목이라 해도 결코 용납될 수 없고, 나중에 문제가 된 뒤 피해자가 연기지도라고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범죄가 성립되는 데는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상당한 고통과 심리적 부담을 느낄 피해자들이 실명까지 공개하며 폭로하고, 공동 대응하며 함께 고소한 일련의 과정을 보면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며 ”법정에서의 진술 내용도 상당히 시간이 흘렀음에도 일관되고 구체적이어서 신빙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윤택 전 감독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13년 부산 초량초등학교 옆 이바구길에 설치된 기념 동판이 '미투 운동' 후 철거된 모습
이윤택 전 감독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13년 부산 초량초등학교 옆 이바구길에 설치된 기념 동판이 '미투 운동' 후 철거된 모습 ⓒ부산 동구청

뉴스1에 따르면, 검찰은 이 전 감독에 대해 ”극단 내에서 왕처럼 군림하며 수십년 동안 20여명의 여성 배우를 성추행했는데도 반성의 기미가 없다”며 징역 7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감독은 ”완성도 높은 연극을 만들어보자는 열정으로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제 과욕으로 불찰을 빚었다”며 선처를 호소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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