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현직 기자 성폭행 폭로한 '이토 시오리'가 결국 일본을 떠나야 했던 이유

런던에서 연락을 받았다

  • 박세회
  • 입력 2018.09.19 10:42
  • 수정 2018.09.19 10:48
ⓒHUFFPOST JP/KAORI SASAGAWA

50대 남성 기자의 성폭행을 고발해 일본의 미투를 이끈 이토 시오리가 쏟아지는 비난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영국행을 택했다.

이토 시오리라는 인물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이토 씨는 지난 2017년 5월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민영방송 TBS(Tokyo Broadcasting System)의 기자인 야마구치 노리유키(51)로부터 2년 전에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자신이 로이터 재팬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2015년 4월 4일, 당시 TBS의 워싱턴 지국장으로 있던 야마구치와 만나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던 중 기억을 잃고 쓰러졌으며, 정신이 들었을 때는 야마구치가 자신을 강간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야마구치가 아베 신조 총리와 개인 연락처를 공유하는 힘 있는 언론인이라는 점, 남성 중심의 폐쇄적인 사회에서 현직 기자가 얼굴을 드러내고 밝혔다는 점에서 그 파장이 무척 컸다.

그러나 18일 아사히신문의 보도를 보면 이토 씨는 결국 일본을 견디지 못하고 영국행을 택했다. 이토 씨는 ”(야마구치의 성폭행을 공개 고발하는 것으로) 성폭력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조금이라도 만들고 싶었다”라며 ”그러나 기자 회견 이후 다양한 세파가 몰아쳤다. 온라인에서 비난이나 위협이 넘쳐나 신변의 위험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녀의 폭로는 정치적인 것이기도 했다. 2015년 이토가 성폭행 직후 야마구치를 준강간으로 고발했을 당시 경찰은 야마구치의 체포 영장까지 받아두고 2015년 6월 8일에는 나리타 공항에서 체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토에 따르면 경찰은 체포에 임박해 ‘상부에서 지시가 내려왔다’는 이유로 그를 놔줬다. 이를 두고 아베 신조의 라인이 움직여 그를 놔준 것이 아니겠느냐는 추측을 낳았다. 이 때문에 아베 정권을 옹호하는 쪽에서는 그녀를 향한 거센 비난을 퍼부었다.

이토 씨는 ”예전부터 ‘상대방을 고발하면 일본에서는 일을 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상상 이상으로 일본에서 사는 것이 힘들어졌다”며 ”런던의 여성 인권 단체로부터 ‘안전한 곳에 있어야 한다’는 연락을 받고 지난 7월부터 런던에서 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녀가 당했던 비난은 이 소식을 전한 아사히신문의 댓글에서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다. 그녀가 런던에 있다는 소식을 전한 아사히신문의 기사 아래에는 ”성폭행을 고발해서 비난하는 게 아니야. 앞뒤가 안 맞는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그걸 말했을 뿐”, ”정치적인 이야기가 섞이면서 수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아진 것”, ”사진도 예쁘게 나오려고 하고 이 사람은 전부 모조품 같은 느낌이 들어요” 등의 댓글이 달려있다. 

한편 이토 씨는 이후 자신의 성폭행 피해 사실과 이를 고발한 과정 그리고 이에 대한 일본 사회의 반응을 기록한 ‘블랙박스’라는 논픽션 책을 내기도 했다. 

ⓒHandout/Mimesis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미투 #블랙박스 #이토 시오리 #일본 미투 #야마구치 노리유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