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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 키린이 생전에 남긴 "2차 사용은 자유롭게"라는 메시지를 생각하다

왜곡할 수 없는 말

  • 박세회
  • 입력 2018.09.18 15:35
  • 수정 2018.09.18 15:43
ⓒVALERY HACHE via Getty Images
ⓒhuffpost

죽음 뒤에 내가 남긴 것들은 어떻게 퍼져갈까? 자신이 남긴 말들이 곧게 퍼져나갈 것이라고 믿었던 한 배우가 있다. 

키키 키린이 7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난 후 일본에서는 그가 죽기 전 죽음에 대해 남긴 마지막 메시지가 큰 화제가 됐다. 

키린은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인 지난 8월 31일, 일본의 ‘아사히 신문’에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직접 손글씨로 적고 한편에 자신의 모습을 그려 넣었다. 서화엔 이렇게 적혀 있다. 

ⓒKIKI KIRIN

“옛날 책을 읽으면 대체로 똑같은 말이 쓰여 있다. 자살한 (사람의) 영혼은 살아 있었을 때의 고통에 갇히게 된다고. 
그게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믿고 있다.

나는 약한 사람이기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만은 하지 말자고 살아 왔다. 이런 모습이 되어버렸지만, 이 또한 재미있잖아.” - 키키 키린

키키 키린 생전 이 글을 받은 아사히신문의 기자 마츠카와 노조미는 지난 18일 이 글을 받은 받은 과정을 자세히 소개했다. 

마츠카와 씨가 키키 키린 씨로부터 글을 받기 위해 연락을 취한 것은 지난 7월 중순. 그녀의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을 때 키린 씨 본인의 목소리로 부재중을 알리며 이런 메시지가 흘러나왔다고 한다. 

“2차 사용은 부디 자유롭게”

마츠카와 씨도 키키 씨의 이 말이 가진 진정한 의미를 그때는 몰랐다. 당시 아사히 신문이 키키 씨에게 의뢰한 글은 삶을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위드유~너와함께’라는 기획의 일부였다고 한다. 매체들은 종종 이렇게 여러 사람에게 하나의 주제로 글을 받은 기획을 하곤 한다.

담당해보면 알겠지만, 이런 기획을 진행하게 되면 거절에 익숙해지게 된다. 특히나 암 투병 중인 75세의 대배우에게 원고를 청탁하며 ‘반드시 써줄 것이다’라는 허황된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 터다. 마츠카와 씨 역시 ”이번에도 거절당하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획서를 팩스로 보낸 뒤 일주일쯤 후 키키 씨가 마츠카와 기자에게 직접 연락을 해왔다. 

″뭘 써야 할지 계속 생각하다가 답장이 늦었어요. 미안해요.”

″어떻게 하면 전해지려나? 정말 무력하네. 전혀 쓸 수가 없어.”

″죽음을 향해 있는 인간은 생각 속에 갇혀버려서, 어떻게 해야 전해질지를 모르게 되어버려요.”

″편해진다고들 하잖아.”

″책을 많이 읽어봤지만, 살아 있을 때보다 더 힘든 것 같아. 협박하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키키 씨가 마츠카와 씨와 이런 대화를 나눈 뒤 ”원고료는 필요 없다”며 그날 보낸 메시지가 바로 위에 있는 서화다. 

마츠카와 씨가 이 글의 개제 등을 논의한 후 몇 가지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키키 씨에게 다시 연락을 취했을 때는 회사로 이런 전언이 날아왔다고 한다. ”무엇이든 마음껏 써주세요”, ”팩스가 고장나버렸고, 이젠 확인도 필요 없으니까.”

마츠카와 씨는 키키 씨에게 처음에 전화를 걸었을 때 들려왔던 자동응답기의 메시지를 다시 생각했다. 

“2차 사용은 부디 자유롭게”

마츠카와 씨는 지난 18일 위드뉴스에 공개한 글을 통해 이 말에 대한 느낌을 아래와 같이 적었다. 

키키 씨의 손끝에서 나온 곧은 언령과 같은 메시지. ‘부디 자유롭게, 널리 전해주세요’. 왜곡되거나 악용되는 것에 대한 불안은 추호도 느낄 수 없게 만드는 그런 강함이 있었습니다. - 위드뉴스/마츠카와 노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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