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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9월 14일 14시 38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9월 14일 14시 41분 KST

여론의 압박은 예멘 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명분이 될 수 없다

2018년 7월 4일, 예멘인 비호 신청자 모하메드 살렘 두하이쉬.
huffpost

아름다운 섬 제주도는 매년 관광객 수백만 명이 찾는 한국의 인기 관광지다. 올해 이 제주도를 찾은 방문객 중에는 어린이를 비롯한 예멘 난민 수백 명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예멘인들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이 섬을 찾은 이유는 여느 관광객들과는 다르다. 아름다운 풍경이 아닌, 피난처를 찾아서 온 것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9월 말까지 난민 심사가 완료될 예정이며, 이에 따라 이들이 한국에 머물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가 곧 결정될 것이다.

이들의 고향은 전쟁터가 되어버렸다. 예멘에서는 지금까지 1만6000명이 넘는 민간인들이 죽거나 다쳤고, 200만 명이 피난을 떠나야 했으며, 어린이 340만 명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다. 예멘 전체 인구의 75%에 해당하는 2220만 명은 생존을 위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태다.

2018년 1월부터 5월 사이, 약 550명 정도의 예멘인이 말레이시아를 통해 제주도에 도착했다. 난민을 법적으로 규제하지 않는 한국과 달리, 말레이시아의 난민 신청자들은 구금, 기소되거나 채찍질형에 처해질 수도 있으며 그로 인해 강제 송환될 수도 있다. 예멘인들은 30일간 무비자 입국을 이용해 한국에 들어와 임시 비자를 발급받아 난민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예멘인들은 한국에 도착한 뒤로 친절보다는 대부분 적대적인 시선을 받아왔다. 2018년 7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예멘 난민들이 한국의 경제적 안정성을 이용하려는 “가짜 난민”이라고 주장하며, 난민 신청을 거부해 달라는 청원에 71만4000명 이상이 서명했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한 청원이었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한국은 난민 신청자들이 흔히 찾을 만한 곳은 아니다. 한국은 난민협약에 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난민 지위를 인정하거나 인도적 차원에서 체류를 허가하여 매년 받아들이는 난민 신청자의 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한국의 난민 인권단체인 난민인권센터(NANCEN)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약 1만 건에 이르는 난민 신청 중 한국 정부가 받아들인 건수는 그 중 1.5%에 불과했다. 그렇게 많은 한국인들이 예멘인 550명을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을 보이는 것은 이처럼 난민 수용에 익숙하지 않은 점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난민들이 고향을 떠나게 만든 예멘에서의 위협은 현실적이며,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수백만 명의 예멘 민간인들이 ‘철저히 인간이 초래한 재앙’ 속에 휘말린 채 갇혀 있으며, 그 재앙은 만연히 이루어지는 인권침해와 국제인권 및 인도법을 위반하는 행위로 더욱 악화되고 있다. 분쟁의 당사자들은 구호품 조달을 빈번히 제한하며, 학교와 병원 등의 민간 시설을 계속해서 공격하거나 파괴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연합군은 민간인과 민간 시설에 무차별적으로 과도한 공습을 수십 건 감행했고, 이로 인해 주택과 학교, 시장, 예식장, 병원, 모스크가 피해를 입었다. 이러한 공격의 대부분은 국제법상 전쟁범죄에 해당된다.

엄청난 반대 여론에 대한 답으로,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예멘 난민들의 망명 신청 심사 기간을 단축시키고 9월 말까지 1차 심사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8월 1일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을 통해 밝혔다. 또한 제주도민들의 안전을 위해 난민을 더욱 철저히 관리하고 통제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2018년 7월 30일 서울에서 열린 난민반대 집회

난민 신청을 신속히 처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절차는 반드시 공정해야 하며, 신청자 개개인은 법적 대리인의 도움을 받아 심사 결과에 항소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정부는 각각의 난민 신청건을 필요한 만큼 충분히 검토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여론의 압력을 이유로 심사 절차를 성급히 처리해서는 안 된다.

피난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을 따뜻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시민권이 없는 사람에게 자선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인류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한국의 지도자들과 국민들은 앞으로 우리와 우리의 자녀들이 어떤 사회에서 살아가기를 원하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더욱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저마다 맡은 역할이 있다. 갈 곳 없는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이들에게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장소를 제공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2017년 대선 후보였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난민협약을 이행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보호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제는 리더십을 발휘해, 망명 신청 절차를 공정하고 신속하게 처리하고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들에게 보호를 제공함으로써 그 약속을 지킬 때다.

글 · 히로카 쇼지Hiroka Shoji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담당 조사관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