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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9월 14일 16시 24분 KST

남성 지도교수가 자신의 업적으로 '노벨상' 받는 걸 지켜봐야 했던 여성 과학자가 걸어온 길

그날 이후 거의 반세기가 흐른 2018년, 75세의 과학자는 자신이 받은 상금 34억원을 여성·난민 등 소수자 학생들에게 기부하기로 했다.

Colin McPherson via Getty Images
벨 버넬 박사 

1967년,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대학원생 조슬린 벨 버넬은 ‘펄서(PULSAR·맥동전파원)’를 최초로 발견했다. 1974년에 버넬의 남성 지도교수는 이 발견으로 노벨상을 받았다. 이제 75세인 버넬은 저명한 천체물리학자이며, 9월 6일 ‘기초물리학의 브레이크스루상’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벨 버넬 박사는 300만 달러(한화로 약 33억5000만원)에 달하는 상금을 여성, 난민 등 자신의 뒤를 따라 물리학 연구자가 되려 하는 소수자 학생들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과학계에 많이 진출하지 못한 집단의 사람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하도록 물리학 연구소에 기증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퀘이커 교도인 벨 버넬은 자신은 종교 가르침대로 간소한 삶을 살며, 사치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을 누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나는 그 돈이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다. 이렇게 쓰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았다.” 벨 버넬이 BBC에 밝혔다.

펄서는 강한 자기장을 갖고 전파를 발사하는 중성자 별이다. 이 빠른 전파는 지구를 일정한 간격으로 지나간다. 브레이크스루상 선정위원회 측은 벨 버넬이 “지난 50년간 고무적인 과학 리더십”을 보인 것 역시 고려했다고 보도 자료에서 밝혔다.

벨 버넬은 1967년 케임브리지에서 모니터링을 맡고 있던 전파 망원경 데이터 수집 중 처음으로 펄서에 주목했다. 그러나, 정작 이 발견으로 노벨상을 받은 것은 지도 교수였던 남성 앤터니 휴이시였다.

Daily Herald Archive via Getty Images
1968년의 모습 

당시 ‘과학적 진보는 남성들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벨 버넬이 워싱턴 포스트에 지적했다. 반면 여성들의 몫은 요리와 바느질 정도로 여겨졌다.

벨 버넬은 “그런 생각이 워낙 굳어 논의조차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고 전했다.

북아일랜드에서 1943년에 태어난 벨 버넬은 남성들이 지배하는 학계에서 여러 해 동안 한 명뿐인 여성 과학자로 지내왔다. 12살 이후부터는 과학 수업을 듣기 위해 싸우다시피 해야 했다고 한다. 글래스고 대학교에 다닐 때 심화 물리학 수업에서 여학생은 그녀가 유일했다.

남학생들은 그녀를 썩 반기지 않았다.

“여성이 강의실에 들어오면 남성들이 발을 구르고 휘파람을 불고 소리치고 책상을 두드리는 게 학생들의 풍습이었다. 졸업하기 전 2년 동안 내가 들어가는 모든 수업에서 그런 일을 겪었다.” 벨 버넬이 2007년 벨파스트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케임브리지 입학 허가를 받았을 때는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 자신의 성공이 노력이 아니라 순전히 운으로 얻어졌다고 생각하며 불안해하는 심리)에 시달렸던 것 같다고 위 인터뷰에서 벨 버넬은 밝혔다. 약혼하자 동료들은 벨 버넬이 곧 그만둘 거라 생각했다. 기혼 여성이 일하는 것은 흔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벨 버넬이 처음으로 알아차린 펄서에 대한 작업으로 박사 학위 지도교수가 노벨상을 받았을 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고 한다. 당시에는 교수들이 모든 업적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9월 6일 보도된 사이언스 뉴스 인터뷰에서 벨 버넬은 “당시 단계에서 사람들이 생각했던 과학의 이미지는 나이 지긋한 남성이었다. 늘 젊은 사람들을 잔뜩 휘하에 거느린 남성이었다. 프로젝트가 잘 되면 그 남성이 칭찬을 받았다. 잘 안 되면 그 남성이 비난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 밑에서 일하는 젊은 사람들은 그 모든 것들에서 고립되어 있었다. (나에게 일어난 일은) 그런 패턴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벨 버넬은 영국 최고의 천문학자 반열에 올랐고 여성 과학자들의 롤 모델이 되었다. 그녀의 펄서 발견은 천체물리학의 새로운 분야를 열었다. 그녀는 그간 수많은 상을 수상했으며 36개 이상의 기관에서 명예 학위를 받았다. 국제 물리학 학회인 물리학 연구소와 교육 자선단체인 에든버러 왕립협회 최초의 여성 회장을 역임했다. 2007년에는 영국 제국 데임 작위(여성에게 수여되는 기사 작위)를 수여받았고, 현재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천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Colin McPherson via Getty Images

브레이크스루 상은 기초 물리학, 생명 과학, 수학에서 중요한 공헌을 한 과학자들에게 상을 준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 등이 후원한다. 이 상이 수여된 것은 이번이 겨우 네 번째로 과거 수상자들은 스티븐 호킹, 힉스 입자 발견팀 등이었다.

시상식은 11월 4일에 열릴 예정이다.

그녀는 자신이 학계에서 소수 출신이었던 것에서 추진력을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BBC에 말했다. 그래서 더 많은 여성, 난민, 소수 민족 등이 물리학을 공부하도록 돕고 싶다고 한다.

“소수인 사람이 신선한 시각을 가지고 온다고 생각하며, 그건 아주 생산적이다. 보통 브레이크스루(획기적인 발견)는 의외의 곳에서 많이 나온다.”

 

* 허프포스트US의 기사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