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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치’는 어떻게 라이브 액션 필름 제작의 룰을 새로 썼나

감독과 직접 이야기를 나눴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대변하는 획기적 영화들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존 조가 주연한 ‘서치’는 눈에 띈다.

#AsianAugust가 성공을 거둔 8월에 미국의 일부 극장들에서 개봉한 아니쉬 차간티 감독의 창의적 스릴러 ‘서치’는 즉시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그 이후 상영관 수가 늘었으며, 현재까지 3300만 달러라는 썩 괜찮은 전세계 박스 오피스 수입을 기록했다.

할리우드로서는 큰 성과다. 라이브 액션 필름 제작의 룰이 깨질 수 있다는 신호다. ‘서치’는 등장인물들의 컴퓨터와 전화 스크린만으로 이루어졌기에 그렇다.

데이비드 김(존 조)이 사라진 딸 마고(미셸 라)를 찾기 위해 로즈메리 빅 형사(데브라 메싱)의 도움을 구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미스터리의 구조다. 그러나 ‘서치’는 전통적인 스토리텔링 요소와 인터넷 친화적 장비 및 디지털 미디어의 균형을 절묘히 잡아냈다. 관객들은 후자를 통해 이 이야기를 경험하게 된다. 데이비드는 마고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가능성을 찾고 수사의 단서를 잡아낸다. 그의 캐릭터는 조연들에게 보내는 문자 메시지, 이메일, 페이스타임을 통해 점점 드러난다.

허프포스트 인터뷰에서 차간티는 위험할 수 있었던 이러한 내러티브 접근 방식이 그저 ‘얕은 수법(gimmick)’ 이상이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관객들이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컴퓨터 스크린 상에 있다는 사실을 잊고 … 우리가 이야기하는 방식을 잊고 이야기 자체에만 집중하게” 되길 바랐다고 한다.

차간티는 아이폰과 고프로 카메라로 장편 영화를 찍는 자신만의 룰을 ‘발명’해야 했다. 우리는 그의 룰, 인간이 테크놀로지 및 소셜 미디어와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 ‘서치’가 무엇을 말하는지에 대한 그의 생각에 대해 이야기했다.

 

ⓒSCREEN GEMS

 

구글에서 일했던 경험이 ‘서치’의 구상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장편 데뷔작인 ‘서치’를 만들기 전 차간티는 구글에서 신제품 홍보 영상 작가와 감독을 맡았다.

“어떤 제품이나 어플리케이션의 광고이든 간에, 스크린과 테크놀로지를 감정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프레이밍하는 것을 전반적 목표로 삼아왔다. 누군가의 얼굴을 보여주고, 그들의 감정을 본다는 것을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다. 버튼을 클릭하는 커서, 창을 닫는 커서, 파일을 지우거나 검색어를 입력하는 [걸 보여주는] 식이다. 사람들에게 감정을 느끼게 하는 방법은 많다. 난 그게 아주 쿨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걸 일이 분 안에 해내는 것이 늘 목적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60분, 90분짜리를 만들 일은 절대 없었다. 나는 그건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얕은 수법(gimmick)’이 되지 않을까 했던 우려:

제작사는 차간티와 세브 오해니언 각본가 겸 프로듀서에게 내용 전체가 스크린에서만 일어나는 영화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으나 “얕은 수법인 것 같아 우리는 굉장히 주저했다.”고 차간티는 말한다.

브레인스토밍을 거친 후 그들은 방법이 있겠다 생각했다. ‘서치’의 오프닝 씬으로 사용된 데이비드 가족의 기억을 담은 몽타주를 만들었다. 오래된 가족 컴퓨터에 저장된 영상과 사진으로 구성하였으며, “[픽사의] ‘업’과 구글 광고의 만남”이라 표현했다.

“갑자기 우리가 이 이야기에 들어가는 방식이 스크린에서 펼쳐졌던 예전의 모든 영화들과 다르고 나을 뿐 아니라 감정을 자극하고, 영화적이고, 관객을 끌어들인다고 느껴졌다.”

여러 스크린과 디지털 영상들의 선택에 대해:

‘서치’는 데스크탑 컴퓨터 폴더, 열린 탭들과 창들, 이메일과 문자 알림, 부재중 전화 등을 충실히 재현한다. 데이비드는 마고가 어떻게 되었을지에 대한 음모론들을 퍼뜨리는 레딧 스레드를 스크롤하기도 한다. 인터넷 상의 수렁에 빠지는 순간의 현실적 묘사다.

미고의 행방을 찾는 수사가 광범위해지며 ‘서치’’는 조금 달라진다. 보다 전통적인 영화였다면 와이드한 파노라마 샷 등을 사용해 변화의 신호를 주었을지도 모르겠다.

 

ⓒSCREEN GEMS

 

그러나 ‘서치’에서 차간티는 TV 뉴스 영상을 사용해 변화를 알린다. “컴퓨터 스크린 세계에 여전히 기반하고 있”지만 데이비드의 화면을 넘어 “대중이 관심을 가진 이야기”로 간 것이라고 차간티는 설명한다.

차간티에겐 여러 스크린과 디지털 미디어를 섞은 것이 이 컨셉에 신선하게 접근하는 동시에 관객들을 계속 사로잡는 방법이었다.

“특히 이런 장치(conceit) 위주의 영화일 경우, 컨셉을 진화시킬 필요가 있다. 플롯 뿐 아니라 플롯이 펼쳐지는 방식도 진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관객들은 ‘나는 컴퓨터 스크린에 나오는 영화를 보고 있어.’라고 생각하게 된다. 관객이 컴퓨터 스크린에서 나오는 영화를 보고 있다고 깨닫는 순간 우리는 그들을 잃게 된다.”

아이폰과 고프로 카메라를 사용한 촬영을 비롯한 제작 과정의 새로운 접근들:

“솔직히 제작 과정 중 라이브 액션 영화와 조금이라도 비슷해 보이는 건 정말 단 한 부분도 없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은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자기 일을 다시 배우다시피 해야했다.” 차간티의 말이다.

자기 장비를 들여다보는 캐릭터들의 얼굴과 느낌을 잘 살리기 위해 차간티는 “현실에서 접할 법한 카메라로 찍는 게 어떨까?”라고 생각했다.

휴대전화 영상 씬들은 차간티의 아이폰으로 찍었다. 다른 씬들은 캠코더나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했다. 페이스타임이나 스카이프 씬은 “랩탑 위에 고프로를 달았다. 랩탑은 배우들이 연기할 상대로 촬영장에 갖다놓은 것일 뿐 작동하지는 않았다.”

차간티와 오해니언은 자신들의 대본이 ‘스크립먼트’였다고 설명했다. ‘스크립트’와 ‘트리트먼트’의 중간쯤이었다는 말이다. 데이비드의 컴퓨터 스크린 배치나 마우스 움직임 등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캐릭터들의 스크린을 만들기 위해 촬영보다도 편집이 먼저 시작되었다. 편집 과정에서는 아이메시지와 스카이프 윈도 스크린샷을 잡아야 했다.

차간티는 “우리는 버추얼 촬영 감독이라는 직함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차간티가 모든 캐릭터를 연기하고 스크린 조작과 반응 등을 시범을 보이며 영화 전체를 미리 찍었다.

“어떻게 영화를 만들어야 할지 알 수 있었고, 컴퓨터를 조작하는 존 조는 모든 버튼과 커서, 창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했기 때문에 중요했다.”

‘서치’가 테크놀로지와 소셜 미디어에 대한 비평이 아닌, 보다 미묘한 영화인 이유:

‘서치’ 역시 소셜 미디어와 테크놀로지에 대한 충고성 이야기를 담은 영화와 TV 드라마와 같은 시각인지 묻자 차간티는 “나는 [드라마] ‘블랙 미러’나 페이스북 등을 많이 생각한다. 그들은 언제나 테크놀로지가 우리의 삶을 파괴할 것이고 우리에게 끔찍한 일을 할 거라고 말한다. 할리우드가 우리에게 꾸준히 전하는 메시지가 그렇다.”

“하지만 구글 직원으로서, 인간으로서, 테크놀로지는 내 삶을 파괴하지 않았다. 분명 부정적인 면이 있지만, 뭐든지 과하게 하면 부정적인 면이 있기 마련이다. 내 삶에서 테크놀로지 만큼의 부분을 차지하는 모든 일에는 부정적인 것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내 경험상으로는 언제나 긍정적인 면이 훨씬 많았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는 한 발 물러서서 전체 그림을 보여주려 하는 것이라 느꼈다. 좋은 것이나 나쁜 것으로 묘사하는 게 아닌, 그냥 보여주는 것이길 바랐다.”

*허프포스트US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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