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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라고 부르지 말라" 일본에서 비판받는 아베의 '친한 척' 외교

내 얼굴도 다 화끈거린다

  • 박세회
  • 입력 2018.09.13 12:29
  • 수정 2018.09.13 12:59

이 영상은 지난 2017년 11월 6일 미일 정상회담의 공동기자회견 중에 아베 신조 총리가 ”(정상회담 기간인) 지난 이틀 동안 국제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과제에 대해 매우 깊은 논의를 거듭할 수 있었다”라며 ”도널드 상 땡큐 소 머치”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우리에겐 딱히 와닿지 않을 수 있는 장면이지만 영어권에서 받아들이는 느낌은 다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도널드’라 불렀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기자회견에서 이름을 부를 만큼 절친인가? 혹시 성과 이름을 헷갈린 것일까?

그러나 영상의 앞부분을 보면 ”소중한 친구인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부인”이라고 언급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으로 봐서는 후자는 아니다. ”두 사람은 이름을 부를 만큼 친하다. 미일관계는 분홍빛”. 이게 바로 ”도널드 상 땡큐 소 머치”에 담긴 속뜻이다. 

지난 11일 야후 재팬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야마다 준 씨가 아베 신조 총리가 국외 정상을 부르는 호칭에 문제가 있다며 ”트럼프를 도널드라 부르지 말라”고 주장한 이유다.

그때만 해도 짝사랑은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같은 회담에서 ”신조 너랑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어”라고 말했다. 이 둘이 서로 이름을 부르는 걸 보고 일본 언론은 신이 났다. 일본의 대표적인 보수 매체인 산케이신문은 2017년 미일 정삼회담 소식을 전하며 제목을 이렇게 뽑았다. ”신조라서 미일 관계 괜찮아”. 

외교에서 지나치게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강조하면 관계가 틀어져버렸을 때 우스워 질 수 있다. 1년전 미일 관계에 분홍색 기류가 흐르던 것과는 달리 지난 7일 트럼프는 ”보복”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일본을 압박했다. 대일 무역에서 크게 적자를 보고 있는 미국이 일본산 자동차에 고율의 관세를 부가하는 등의 시장 개방 압박을 펼 우려가 있는 상황. 

야마다 준 씨는 1년전 서로 ‘도널드‘, ‘신조’라 부르며 정다웠던 두 사람의 관계를 ”지금 생각하면 일본 국민으로서 부끄러워서 얼굴이 화끈거리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야마다 준 씨는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를 ‘외교의 아베‘로 추켜 세워왔고, 아베 총리는 세계 정상을 상대로 ‘친구 작전‘을 벌여왔다”며 ”아베 총리는 트럼프뿐 아니라 독일의 메르켈 수상에게는 ‘앙겔라‘, 영국의 메이 수상에게는 ‘테레사‘,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에게도 ‘블라디미르‘가 불러왔다”고 밝혔다. 미국의 전임 대통령에게 ‘버락’을 연발한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공동 기자회견에서 아베는 ”버락, 당신은 어젯밤 먹은 초밥이 인생에서 제일 맛있다고 평가했어요”등의 말을 하며 이름을 언급했다고 한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프라임미니스터 아베’로 일관했다는 것. 이름은 둘만 있을 때 부르시길.

야마다 씨 역시 ”공식 석상에서 서로를 성이 아닌 이름으로 부르는 정치인은 없다”고 못 박았다. 국내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그런 일이 종종 있지만, 국제 무대, 특히 정상간의 공식 회담에서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는 일은 무척 드물다. 

9월 25일 미일 정상회담이 열린다. 일본에 무역 압박 카드를 들고 등장하는 트럼프에게 이번에도 아베는 ‘도널드‘라 부를 것인가? 갑자기 트럼프가 먼저 ‘프라임 미니스터 아베’라며 벽을 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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