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종로구 신축 건물 지하에 대규모 유적박물관이 문을 연 이유

'조선의 폼페이'로 불렸다.

  • 김원철
  • 입력 2018.09.13 14:01
  • 수정 2018.09.13 14:36
ⓒ한겨레/노형석 기자

2014∼2015년 서울 종로구 공평 1·2·4지구 재개발 과정에서 조선시대 유적지가 발굴됐다.

한겨레에 따르면 ‘공평동 유적‘은 서울 사대문 안 역사 도심에서 현재 유일하게 전모를 간직한 조선시대 생활유적으로 손꼽혔다. 발굴조사에서 현 지표면 4~5m 아래 30동이 넘는 상가, 주거지 등의 건물터와 골목길, 3m 넘는 가로 등이 드러났다. 백자와 기와편, 소뼈 등의 유물들도 나왔다. 건물터 사이 골목길은 조선 전기부터 지금까지 기본 축선과 얼개가 거의 바뀌지 않았고, 각 시대 건물이 내려앉거나 불탄 자리 위에 새 건물을 계속 지어 올리며 도심부가 계속 형성된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거대한 대청마루가 있는 독특한 구조의 ㅁ자, ㄴ자 형 건물터는 육의전 등이 있던 종로 옛 상가와 연관된 시설로, 조선 후기 도시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유적으로 평가됐다. ‘조선의 폼페이’란 별명까지 붙었다. 

서울시는 유적을 보존하기로 결정하고 건물주에게 보존 대가로 용적률을 높여주겠다고 제안했다. 당초 용적률은 999%로 건물 A동을 22층, B동은 26층으로 지을 수 있었으나, 용적률 인센티브 200%를 받아 A·B동 모두 26층으로 올렸다.

서울시와 건물주의 ‘주고 받기’ 결과, 서울 종로 한복판에 거대한 유적 전시관이 탄생했다. 연면적 30817㎡다.

서울시는 종로구 공평동 센트로폴리스 지하 1층에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이 문을 연다고 12일 밝혔다.

전시관에 가면 발굴된 옛 건물터, 골목길, 1000점이 넘는 생활 유물이 고스란히 보존돼있다. 투명한 유리 바닥 아래 16~17세기 건물터와 골목길이 있어 걷는 것과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다. 

대도시 도심 유적이 원상대로 전면 보존된 것은 국내 발굴 사상 처음이다. 인근 청진동이나 공평 3·5·6구역에서도 1990년대 이래 재개발 과정에서 피맛길 등 조선시대 가로 유적이 드러난 적은 있다. 그러나 유적의 극히 일부분만을 떠서 다른 곳에 옮겨 전시하고, 대부분은 파묻거나 훼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개관식에 참석해 ”지금부터라도 서울시에서 발굴되는 모든 유적을 그대로 보존해야 하며, 안 되면 (예산을 들여 땅을) 사기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공평동 룰이 적용되는 곳이 조만간 10개 더 생겨날 것이라고 들었다”며 ”이렇게 되면 서울은 역사 도시로서 정체성을 확고히 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 총괄 건축가를 거쳐 국가건축정책위원장으로 활동하는 승효상 건축가는 ”상업건물에서 지하 1층은 식당, 바(bar) 등이 들어올 수 있는 황금의 자리”라며 이런 지하 1층 전체를 전시관으로 만든 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공평동 룰이 다른 곳에도 적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처럼 개발-보존이 공존하는 방식을 ‘공평동 룰(Rule)’로 이름 붙여 앞으로 도시 개발 과정에서 발굴되는 매장 문화재 관리 원칙으로 삼을 계획이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공평동 유적지 #센트로폴리스 #공평동 유적 #공평동 #공평도시유적전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