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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9월 12일 16시 08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9월 12일 16시 08분 KST

'동네 축제'로 단합하는 일본 지역사회

일본 지역의 특색을 만들어주는 '마츠리'

huffpost

일본에는 지역마다 유명한 축제(お祭り, 마츠리)가 존재한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축제는 관광객들을 엄청나게 불러모은다. 축제가 있는 시기에는 호텔 잡기도 힘들 정도다. 미디어도 대대적으로 보도한다. 일본 사람들이 더운 여름하면 떠올리는 게 마츠리기도 하다. 교토에는 기온 마츠리(祇園祭)가 널리 알려져있다. 7월 내내 열린다.

기온 마츠리는 시내에 있는 야사카신사(八坂神社)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벤트가 개최된다. 기온 마츠리의 핵심은 큰 가마를 나르며 교토 시내에서 행렬을 만드는 야마보코순행(山鉾巡行)이다. 7월 17일에 열리고, 인파도 가장 많이 모인다고 한다.

 

교토 기온 마츠리 야마보코 순행

 
교토야, 사시사철 관광객이 많은 도시지만 이때는 특히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물론 단풍시즌이나 벚꽃시즌도 엄청 많은 사람이 모이지만. 필자는 여태까지 10번 안팎으로 교토에 갔지만 여전히 못 가본 적이 적지 않다. 사실 기온마츠리도 본 적이 없다.

그 밖에도 아오모리에서 매년 벌어지는 네부타마츠리(ねぶた祭), 도쿠시마에서 하는 아와오도리(阿波踊り, 아와는 도쿠시마의 옛이름, 오도리는 춤) 등도 유명하고,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행사들이다.

더운 여름에 마츠리 포장마차에 산 음식을 들고 술 마시는 것도 매년 보는 풍경이다. 곳곳에서 불꽃놀이(花火)가 벌어지는 것도 여름철이다.

 

아오모리 네부타 마츠리
도쿠시마 아와오도리

 

위에서 언급한 ‘원조 마츠리‘는 실제 역사가 오래됐다. 100년 이상은 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여러가지 계기로 대대적으로 하나의 이벤트화한 것이다. 현대에도 이어지면서 ‘일본의 전통’을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마츠리의 복사판(?)이 패전 이후 일본 곳곳에서 만들어져갔다는 점이다. 원조와 짝퉁을 따질 것도 없이, 작은 동네에서 원조 마츠리 형식을 그대로 가져와 재현하는 마츠리들이다.

애초 원조 마츠리가 생겨났을 때 의미와 크게 관계 없이, 지역 부흥(町おこし)과 관광, 단합 등을 노리고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행사로, 누구도 ‘짝퉁’이라고 시비거는 일 없이 매년 여름철에 행사가 치뤄진다. 원조 마츠리 담당자가 도움을 주러 방문하기도 한다고 한다.

 

도쿠시마 ‘아와오도리’

아와오도리는 행렬을 이뤄 다양한 팀(렌連이라고 한다)이 악기에 맞춰 춤을 추며 행진하는 축제다. 각 렌마다 조금씩 무용이 다르고 단합 정도나 악기 사용도 다르다. 아주 어린아이나 외국인이 섞여있는 렌도 있고, 지역 밀착형기업(지역은행 등)도 렌을 꾸려 적극 참여한다. 행렬이 진행하는 거리에 포장마차가 있는 건 당연하다.

필자는 2년전 도쿄 코가네이시(小金井市)에서 매년 있는 아와오도리를 견학한 적이 있다. 아는 분이 특정 렌을 후원하고 있어서 연습하는 데도 가봤고, 포장마차에서 빙수도 팔아봤다. 한 초등학교 체육관을 빌려서 하는 연습은 정말 진지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동작이 틀리지 않게 어찌나 신경을 쓰는지, 매우 인상 깊었다.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 체육관에서 땀 뻘뻘 흘리며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연습하는 모습은 한 편으로 부러웠다.

 

 

이 영상은 올해로 40회를 맞이한 코가네이 아와오도리를 담은 영상이다. 40회를 맞았단 말은 반대로 얘기하면 1978년에 시작했으니 전통 축제치고는 연원이 짧은 셈이다. 아와오도리가 생긴 이유는 역시나 지역의 단합과 이벤트 활성화다. 뿐만 아니라 지역 사람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 요인이라 하겠다.

 

2년전 직접 방문한 코가네이 아와오도리
2년전 직접 방문한 코가네이 아와오도리
2년전 직접 방문한 코가네이 아와오도리
행사 포스터

같은 JR추오선(中央線)에 있는 코엔지(高円寺)는 도쿄내에서 아와오도리하면 떠오르는 가장 유명한 곳이다. 올해로 62회를 맞았다. 역시나 전후에 생겨난 축제로, 8월 25~26일에 열린다. 다음주이므로 관심있는 분께서는 가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코엔지 아와오도리

 

코엔지 아와오도리진흥협회에서는 처음 축제가 만들어진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다른 지역도 대동소이할 것으로 생각돼 일부를 옮겨본다.

 

쇼와 32년(1957년) 8월. 현재 코엔지바루상점가 진흥조합에 청년부가 탄생했다. 탄생 기념행사로 ‘뭔가 해야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나왔다. 이미 옆동네 아사가야(阿佐ヶ谷)에서는 쇼와 29년부터 칠월칠석 축제가 시작됐고, 이게 매상을 크게 올려주는 행사가 돼있었다.

″아사가야에 질 수 없지” 코엔지 사람들이 분기했다. 논의를 한 뒤 아와오도리를 시작하기로 했다. 행사나 이벤트 정보가 적었던 당시, 가마를 지고, 본오도리(일본의 추석때 추는 춤)를 추는 아이디어 밖에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가마는 가격이 비싸 도저히 엄두가 안났고, 좁은 상점가에서 본오도리를 추는 것도 어려웠다.

모두가 머리를 쥐어싸매고 있자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시코쿠 도쿠시마라는 곳에 춤추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춤이 있다던데”라는 말이 나왔다. 이 한 마디를 계기로 아와오도리를 시작하게 됐다. 당시 이름을 직접 쓰는 건 꺼려져 ‘코엔지 바보 춤’으로 정해졌다.

이 내용 뒤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춤인지도 모른 채 어떻게 연습했는지, 관객이 얼마나 안 모였는지 등등의 고생담이 적혀있다. 즉, 굉장히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전통 축제인 것이다. 그리고 상점들이 마을 부흥에 적극 나서는 데도 다른 지역과 공통점이 있다.

코엔지 아와오도리는 대성공해 최근엔 매년 수십만명이 이를 보러 모인다. 그밖에 사이타마의 미나미코시가야(南越谷), 도쿄의 오오츠카(大塚) 등 십수곳에서 아와오도리가 8~9월 열린다.

한국에서는 딱히 지역에 애착을 가질만한 이유가 ‘부동산 가격’ 정도밖에 없지 않나 싶은데, 일본에서는 나름대로 궁리가 이뤄져온 셈이다. 한국의 지역축제라는 게 지역민들이 참여하는 형태가 적고, 대부분 무언가를 전시하거나 단지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종류가 많게 느껴진다. 상업성만 강조되고 지역민보다 외지인이 중심이 된다. 당연히 한 두번 가면 또 갈 이유는 없어진다.

여담으로, 올해 아와오도리 본고장 도쿠시마에서 있은 사건(?) 하나를 소개한다. 도쿠시마에서는 아와오도리 행사가 최근 적자가 난다는 이유로 취소 위기에 처했었다. 어찌어찌 주최측이 바뀌어서 취소위기는 면했는데, 조건이 하나 있었다. 모든 렌이 참가하는 ‘총오도리(総踊り)’는 춰서 안된다는 거였다. 총오도리는 유료 관람석이 아닌 곳에서도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즉, 수익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참가한 렌들은 주최측에 미리 알리지 않고 당일 총오도리를 강행했다. 모두 1400여명이 강행에 동참했다고 한다. 당연히 관람객들의 반응은 좋았지만, 주최측은 다시금 머리를 싸매게 됐다. 이 때문에 실제로 유료 관람석에 빈 자리가 속속 보였다고.

 

 

축제와 수익, 전통 어려운 문제인 듯싶다. 다만, 지역 사회의 단합이라는 점에선 안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낫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