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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9월 12일 16시 15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9월 12일 16시 16분 KST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으로 오세요

[다른시선⑫]

4nadia via Getty Images
huffpost

음식을 주문하면 주문한 그 음식이 아닌 다른 음식이 나오는 요리점이 있다. 예를들면 이런 거다. 햄버거스테이크를 주문하면 나오는 음식은 만두.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리냐고 여겨질 수 있겠지만 이곳을 찾은 손님들은 자신이 주문한 음식이 아닌 다른 음식을 받아 들고도 기분 좋게 식사를 한다. 그건 바로 이 요리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이기 때문이다.

방송국 PD였던 오구니 시로는 2012년 우연한 기회에 ‘치매 간병업계의 이단아’라 불리는 와다 유키오의 시설에 취재를 나간 일이 있었다. 와다 유키오의 간병 철학은 ‘마지막까지 나답게 살아가는 모습을 잃지 않는 것’이었다. 그의 철학답게 치매를 앓고 있는 이들을 돌보는 그의 시설은 남달랐다. 그곳에서는 오구니 시로와 같이 외부 손님이 오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직접 요리를 만들어 대접하고는 했던 것.

그날도 오구니 시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가져다 주시는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 메뉴는 햄버그스테이크. 당연히 햄버거스테이크가 나오겠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정작 그의 식탁에 등장한 메뉴는 만두였다. 순간 그는 당황했고 이 사실을 알려줘야 하는 건가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어르신들의 얼굴을 보자 만약 그가 ‘어, 음식이 잘못됐어요’라고 말한다면 왠지 그 한마디로 노인분들이 와르르 무너져내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저 한 끼를 만두로 먹는 것 뿐인데, 그러면 그 누구도 곤란해지지 않을텐데. 그는 그저 만두를 반갑게 받아들고 맛있게 먹었다.

그때의 경험은 오구니 시로에게는 큰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그 경험은 5년 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을 탄생시키는 계기가 된다. 치매 노인들이 일하는 음식점. 그래서 주문한 음식이 나오지 않고 온통 뒤죽박죽이지만 그 누구도 화를 내지 않고 웃음이 가득한 요리점을 말이다. 오구니 시로는 5년간 여러 사람을 찾아 묻고, 함께 할 사람들을 모았다. 쉽지 않은 기획이었지만 뜻이 있는 사람들을 모으고나니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017년 6월 3일과 4일 단 이틀, 도쿄 시내에 있는 좌석 수 열두 개의 작은 레스토랑을 빌려서 시험적으로 오픈했다.

요시코 할머니는 ‘내가 여기 뭐하러 왔지...’하고, 주문을 받으러 온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손님이 “주문 받으러 오신 거 아니세요?”하고 거들었습니다. 그제야 요시코 할머니는 ‘어머나, 그랬구나’하고 호호호 웃는 표정. 그 장난기 가득한 웃음에 이끌리듯 손님들 얼굴에도 웃음꽃이 함팍 피어오릅니다. _22쪽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은 그 이틀간을 위해 준비해온 시간들, 함께 한 사람들, 그리고 이틀간 벌어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메뉴도 세 가지로 단순화하고, 식탁 위에도 번호표를 크게 써붙여 놓았지만 노인들은 실수 연발이다. 주문을 받으러 갔다 내가 여길 왜 왔지 손님에게 물어보고, 아무리 식탁에 큰 번호표를 붙여놓아도 음식 배달은 사고 연속이다. 이틀간 이 요리점을 방문한 손님들에게 설문을 부탁했는데 60퍼센트 이상의 테이블에서 주문 착오가 있었다.

이런 엉망진창인 요리점이지만 이곳을 방문한 90퍼센트는 “꼭 다시 오고 싶다”고 밝혔다. 손님들은 잘못 배달 온 음식은 알아서 서로 바꿔 먹었고, 음식 대신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시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다.

자신의 노동에 대한 대가로 소정의 월급을 받은 할아버지 할머니들 역시 뿌듯해했다. 오랜만에 일 한 대가로 번 돈이 기분 좋았던 할머니는 돈을 받자마자 편의점으로 달려가 과자를 사기도 했고, 오랫동안 피아노를 쳐왔지만 치매를 앓고 난 뒤 감히 도전하지 못하고 있었던 할머니는 우여곡절 끝에 요리점에서 연주를 끝낸 뒤 큰 박수세례를 받기도 했다. 모두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자신의 쓸모를 발견했고, 살아 있음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원하든 원치않든 노인 인구는 많아지고 있고, 우리는 그들과 함께 살아가야만 한다. 어쩌면 고작 밥 한끼다. 밥 한끼 내가 주문한 음식이 아닌 음식을 먹는다고해서 무슨 문제가 생기겠는가. 아쉽게도 한 번의 이벤트로 끝났지만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은 노인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는 이런 재미난 방법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요리점이 생긴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