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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폭등, 청년과 촛불시민은 절망한다

지난달 22일 오후 촬영한 서울 송파구의 종합상가 내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부착된 매물 전단지. 올해 서울 집값 상승률이 지난해 평균을 넘어섰다. 
지난달 22일 오후 촬영한 서울 송파구의 종합상가 내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부착된 매물 전단지. 올해 서울 집값 상승률이 지난해 평균을 넘어섰다.  ⓒ뉴스1
ⓒhuffpost

대혼란이다. 버스간의 대학생들이 부동산 이야기 한다. 지금 서울 아파트값 폭등은 극도로 심각한 한국의 불평등을 더 확대, 고착화할 것이다. 평범한 중산층도 투기 대결에 기웃거리고 대다수 사람은 피해의식과 박탈감에 땅을 친다. 땀과 노력의 가치가 무의미해졌고, 청년들은 결혼·출산 계획을 완전히 접을지 모른다. 정부에 대한 신뢰는 더 떨어지고, 남북 화해는 물론 장차 모든 경제사회정책의 약발이 안 먹힐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개발독재와 신자유주의의 적폐가 켜켜이 쌓인 조건에서 시작했다. 그것은 취약한 공공영역, 저조세, 저복지로 집약할 수 있다. 성장주의 시장주의가 거의 교조화되어 있고 복지동맹은 매우 취약하다. 국민의 기본권에 속하는 주거와 교육의 시장 의존도가 너무 높아서 사회정책의 선택 폭이 매우 좁다. 이러한 조건에서 집권세력이 ‘표’를 의식하면 조직되지 않은 다수의 서민보다는 경제력을 가진 소수 중상층의 이해에 기울어지기 쉽다.

주거권은 생존권의 일부다. 사람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집은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고 투자의 대상이 될 수 없지만, 한국의 도시 재개발 관련 법들이나 역대 정부의 주택정책은 중산층 자산형성의 목표를 내세웠으나 실제는 토건세력의 이익을 보장하였으며, 임대주택 확대 등을 통한 서민의 주거 보장은 언제나 후순위로 밀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서민 주거 안정의 이상은 내세웠으나 결과는 경제 살리기, 조세 저항, 건설경기 활성화 등의 명분에 밀렸다. 그 결과 낮은 재산세, 1가구 3주택 양도세 부과 연기, 분양가 원가 공개 거부로 선회했고, 통계를 보면 두 민주정부하에서 집값은 가장 많이 폭등했다.

물론 문재인 정부의 국정 5개년 계획에는 ‘서민이 안심하고 사는 주거 보장’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토지에 대한 투기로 말미암은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하면서 토지 공개념을 헌법에 명시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정책은 다주택자들의 ‘재산권’을 보장해주는 극히 형식적인 ‘보유세 인상’으로 나타났다. 이 신호를 읽은 부자들이 재빨리 움직였다. ‘토지 공개념’과 ‘토지 일개 상품’론을 널뛰기하던 노무현 정부가 결국 판교 개발로 나아가 소수 사람들에게 로또를 선물했던 일이 연상된다.

주거 문제는 국토부, 경제 관료들만의 전문 영역이 아니다. 저출산 문제가 그렇듯이 복지, 교육, 분권, 노동, 조세 등 모든 사회경제적 사안은 서로 얽혀 있다. 그것은 정의와 공정, 불평등 해소, 서민의 기본권 보장 원칙을 총괄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국민적 사안이다. 사회정책을 경제논리와 분리하여 사회 통합, 신뢰 회복이라는 큰 목표 아래서 종합적으로 추진하지 않으면 반드시 시장논리에 밀리게 된다. 토지를 상품이라 주장하는 ‘경제’ 전문가에게 굴복하면 서민의 주거권 보장은 공염불이 된다.

문재인 정부의 주택정책 혼란은 교육정책의 혼선과 완전히 닮은꼴이다. 부동산정책이 주택정책이 아니고 입시정책이 교육정책이 아니라는 점을 잊었다. 즉 교육에 대한 명확한 정책 목표가 뭔지 보여주지 않았다. 지난번 기획재정부가 대통령 공약인 공영형 사립대학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은 기재부의 시장주의, 교육부의 설득력 부족 탓인 것 같지만 문재인 정부가 대학 개혁에 대한 청사진이 없었던 것이 더 중요한 이유였을 것이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사회경제정책은 없다. 충돌하는 여러 세력의 이해를 조정하려면 큰 그림이 있어야 하고 이해 집단을 설득해야 한다. 그러나 성실하게 일하면서 노후를 대비하려는 사회의 다수자를 편안하게 만드는 것은 국가의 기본 임무다. 투기는 사실 정부가 조장한 것이다. 강남 지역을 콘크리트로 다 덮어도 투기적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

한반도 평화의 길이 희망차게 열리는 지금, 정부가 그 동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지만 아직 시간은 남아 있다. 서민 주거권 보장, 조세 정의, 토지 부당이득 환수, 그리고 청년과 서민이 인생 설계를 할 수 있는 나라 건설이라는 명확한 정책 목표를 제시하고 단계적 구체적 접근법을 제시해야 한다. 촛불시민과 청년들이 폭등하는 집값 때문에 절망하면 그 상처와 배반감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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