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8년 09월 12일 15시 44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9월 12일 17시 43분 KST

[총정리] 우드워드의 책 '공포'에 나온, 트럼프가 한국에 대해 했다는 말들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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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내용이 미리 공개되며 뜨거운 화제를 모았던 밥 우드워드 기자의 새 책 ‘공포 : 백악관의 트럼프‘가 11일(현지시각) 정식 출간됐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백악관 내막을 취재해 책으로 기록해왔던 이 ‘전설적 기자’의 책에는 예고된 대로 한국에 관련된 내용이 꽤 많이 등장한다. 

허프포스트는 책에 등장하는 한국 관련 내용만 따로 정리해봤다. 

Jonathan Ernst / Reuters

 

1. 한미 FTA

책의 도입부인 ‘프롤로그’는 한미 FTA를 폐기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을 백악관 측근들이 어떻게 막아냈는지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이 부분은 출간에 앞서 미리 상당수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다.

‘사건’은 2017년 9월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게리 콘 당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고위 측근 중 하나였다. 그는 몰래 대통령 집무실 책상으로 향했다. 책상 위에는 1쪽짜리 문서 초안이 놓여있었다. 한미 FTA 폐기를 통보하는 내용이었다. 

콘 위원장은 경악했다. 한국에는 주한미군 병력 2만8500명이 주둔하고 있으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7초 내에 포착해낼 수 있는 기밀 시설인 ‘스페셜 액세스 프로그램(ASP)’이 있었다. 미국에서 가장 서쪽에 있는 알래스카에서는 15분이 걸린다. 

콘 위원장은 한미 FTA 폐기가 한국과의 동맹관계를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9월5일자로 작성된 이 문서를 본다면 틀림없이 서명을 할 것이라고, 그는 판단했다. 콘은 책상에서 문서를 없애버렸다. 그리고는 문서를 ”보관(KEEP)”이라고 적힌 파란색 폴더에 넣어두었다. 

이후 그는 측근에게 ”내가 책상에서 문서를 훔쳤다”고 말했다. ”나는 그가 이걸 못보게 할 거다. 그는 이 문서를 보지 못할 것이다. 이 나라를 보호해야만 한다.” 트럼프는 문서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재지 못했다고, 우드워드는 책에 적었다. 

SAUL LOEB via Getty Images

 

이 부분은 출간에 앞서 미리 공개된 바 있다. 트럼프가 한미 FTA 폐기를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는 내용은 당시에도 워싱턴포스트 보도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에는 더 자세한 사건의 내막이 담겨 있다.

이 사건이 있기 며칠 전인 8월25일, 트럼프는 측근들에게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한미FTA, WTO(세계무역기구)를 모두 탈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세 개 다 탈퇴한다.”  존 켈리 비서실장은 ”한국은 동맹국”이라며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국과의 무역 이슈를 제기하면 ”일들을 망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른 국가안보 측근들도 마찬가지의 논리를 들어 설령 한국과의 무역적자가 지금보다 10배에 달한다 하더라도 협정 폐기를 정당화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9월1일, 트럼프는 한 발 물러서 ”한미 FTA (폐기 통보 후 유예기간) 180일 그걸 오늘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지만, 알겠다, 오늘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불과 나흘 뒤인 5일, 트럼프는 한미 FTA 폐기를 알리는 문서 초안을 손에 들고 있었다.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문서를 총괄하는 롭 포터 당시 비서관은 자신도 알지 못하는 라인을 통해 이 문서가 전달됐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초안이 여기 있다.” 트럼프가 말했다. ”이거 오늘 탈퇴할 거다. 조금 다듬어지기만 하면 공식으로 발표할 거다. 오늘 해야 한다.”

트럼프는 ”내 위협이 진짜이며 진지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행동을 실제로 취하기 전까지 우리는 이런 것들에서 레버리지를 덜 갖게 된다”는 말을 남기고는 백악관 집무실을 떠났다. 콘은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사이 이 문서를 말 그대로 훔쳐버렸다. 

이후 공식 회의에서 한미 FTA 문제가 다시 거론됐다. 측근들은 여러 팩트와 논리를 들어 반대의견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발 물러선듯  ”서한을 계속 준비해보자”고 말했다. 그러나 콘과 포터는 문서를 준비하지 않았고, 얼마간 이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야에서 벗어나있었다.

그러나 얼마뒤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이 문제를 꺼내들었다. 콘 위원장은 트럼프 정부에서 가장 존중받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급히 도움을 요청했다. 평소 백악관 방문을 자제해왔던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백악관 오벌 오피스로 향했다.

″대통령님, 김정은은 우리 국가안보에 가장 큰 즉각적 위협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동맹으로써 한국이 필요합니다. 이 모든 것들과 무역이 관련 없는 것처럼 보이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이건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매티스 장관은 주한미군 병력과 한국에 배치된 정보 자산들이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추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배치되는 사드(THAAD) 비용을 왜 미국이 내고 있느냐고 따져 물으며 철수를 위협했다.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쉽게 설명을 해야만 했다. ”우리는 한국을 위해서 이렇게 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한국을 도와주고 있는 건 그게 우리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프롤로그의 맨 끝에는 트럼프가 서명할 뻔했던, 콘이 ‘훔친’ 9월5일자 문서 초안 실물이 등장한다.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청와대”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수신인으로 하는 이 문서에는 현재의 한미 FTA가 미국의 이익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미국은 협정문 24조 5항에 따라 협정 폐기를 통보한다고 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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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선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2017년 봄, 백악관 집무실에서는 한국에 사드(THAAD)를 배치하는 문제를 놓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허버트 맥매스터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물었다.

″한국이 이 비용을 냈나?”

″내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냈습니다.” 맥매스터가 답했다.

″설마 그럴 리가.” 트럼프가 말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원했다. 그날 오후, 국방부에서 돌아온 맥매스터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황을 설명하려 시도했다.

″알고보면 우리에게 매우 좋은 계약입니다. (...) 그들은 99년간 무상으로 우리에게 부지를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시스템, 설치, 운용 비용은 우리가 지출합니다.”

트럼프는 화를 냈다. ”어디에 배치될 건지 보자.”

마침내 사드가 배치될 부지, 즉 옛 롯데 성주골프장 지도가 등장했고 트럼프의 화는 가라앉지 않았다.

″이건 X(s**t) 같은 땅이다. 이건 끔찍한 계약이다. 누가 이 협상을 했나? 어떤 천재가? 취소해버려라. 나는 그 땅 필요없다.”

트럼프는 사드 시스템에 10년 동안 100억달러가 들어가는데 심지어 미국에 배치된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따졌다. 

″때려치워라. 빼서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갖다놔라(F**k it, pull it back and put it in Port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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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한국과의 무역적자가 180억달러에 이른다는 사실에 격분하며 여전히 ”끔찍한” 한미 FTA를 폐기하고 싶어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맥매스터와 매티스는 북한 핵으로 인한 위기 상황임을 감안했을 때 지금은 한국과의 무역 이슈를 제기하기에 그리 적절한 시점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바로 그 때가 이걸 제기하기 좋은 때다.” 트럼프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이 (군사적) 보호를 원한다면, 그게 바로 우리가 재협상을 할 때다. 우리에게 레버리지가 있다.”

얼마 후 트럼프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한국이 사드 배치 비용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사드 무기체계에 대해서 말하자면, 그건 10억 달러짜리다. 난 이렇게 말했다. ‘왜 그걸 우리가 내느냐? 왜 우리가 10억 달러를 내나? 우리가 (한국을) 보호해주지 않는가. 왜 우리가 10억 달러를 내나?’ 그래서 나는 한국에게 그들이 돈을 내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알렸다. 누구도 (상대방을 보호해주는 데 비용까지 내가 지불하는) 그렇게 하진 않을 거다. 왜 우리가 10억 달러를 내나? 사드는 10억 달러 짜리 무기체계다. 경이로운 무기다. 당신이 지금까지 본 장비 중 가장 놀라운 것이다. 하늘로 미사일을 바로 쏴올린다. 그리고 사드는 한국을 보호하며 나도 한국을 보호하고 싶다. 우린 한국을 보호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 비용을 내야 하고 그들도 그걸 이해한다.” (로이터 2017년 4월 27일)

우드워드는 이런 일이 있은 후 한국 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을 개시하는 데 동의했다고 적었다. 

Jonathan Ernst / Reuters

 

3. 주한미군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이 트럼프를 ”멍청이”라고 지칭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유명해진 2017년 7월20일 국방부 회의. 우드워드에 따르면, 이 회의는 ”동맹국의 중요성, 외교의 가치, 해외 정부들과의 무역과 경제 및 정보 파트너십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대통령”을 문자 그대로 ”교육”시키기 위해 매티스와 콘이 세심하게 기획한 자리였다. 

″여기 탱크(Tank)로 데려오자.” 매티스는 합참의장이 사용하는 국방부 비밀 회의실 ‘탱크’를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창문도 없고, TV도 없고, 트럼프의 개인 비서도 없는, 외부와 완벽히 차단된 장소에서 트럼프의 집중력을 최대한 끌어내자는 계산이었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했고, 핵심 국가안보 측근들과 경제팀이 합류했다. 

″매티스는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든 중동의 동맹국이든, 일본이든, 특히 한국이든 미국이 왜 동맹국들과 싸우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우드워드는 적었다. 트럼프의 측근들은 무역전쟁이나 무역을 둘러싼 갈등이 세계의 안정을 해치고 이로 인한 위협이 군사·정보 분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할 계획이었다.

마침내 회의가 열렸고, 주요 측근들이 프리젠테이션에 나섰다. 미국의 글로벌 전략의 역사, 전 세계 군 병력·무기·핵 배치 현황, 주요 외교 포스트와 항구, 정보자산, 미국이 맺은 여러 조약과 무역협정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게 바로 70년 동안 평화를 유지해온 것들입니다.” 틸러슨이 말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트럼프를 ‘교육’하려던 측근들의 이 노력은 실패로 끝났다. 트럼프는 무역적자와 군사적 관계에 대한 설명을 ”다 헛소리”라고 일축했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대체 우리가 언제쯤 이길 것이냐?”고 물었으며, 이란이 핵합의를 준수하고 있다는 설명에는 ”너무 기득권층 같(은 얘기)다”라고 응수했다.

트럼프는 수입산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중국 ‘환율 조작국 지정’ 같은 자신의 관심사를 꺼내며 측근들을 다그치기 시작했다. 중국이 한 때는 환율을 조작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이 설명하자 트럼프는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주장해라. 그냥 해버려라. 선언해라.”

므누신은 미국 법에 따르면 특정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증거가 필요하므로 억지로 만들어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무역협정에 있어 미국이 ”뒤죽박죽이 되어 있다”며 ”우리가 그들에게 돈을 대주고 있다”고 말했다.

SAUL LOEB via Getty Images

 

자포자기한 듯 보이는 틸러슨은 의자에 기댄 채 ”이건 (내 책임이 아니라) 당신의 계획”이라고 읊조렸다. 이내 화제를 주한미군으로 옮긴 트럼프는 화를 내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한국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데 1년에 35억달러를 쓰고있다.” 

″씨X(f*****g) 그것들을 철수시켜라! (...) 나는 전혀 신경 안 쓴다(I don’t give a s**t)!” 트럼프가 사드에 대해 한 말이다.

그러자 콘이 나서 트럼프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한국이 비용 중 엄청나게 많은 부분을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과의 FTA가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우리는 세계에서 제일 좋은 (한국산) TV를 265달러에 살 수 있습니다. 덕분에 미국인들은 TV 구입에서 아낀 돈을 다른 미국 제품 구입에 씁니다.” 

그는 미군이 한국에서 철수하면 더 많은 해군 전단이 배치되어야 하고, 그렇게 되면 10배 넘는 비용이 든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요지부동이었다. “35억달러, 2만8000명의 군 병력이다. (...) 나는 그들이 왜 거기 있는지도 모르겠다. 전부 집으로 데려오자!”

″대통령님, 밤에 편하게 주무시려면 이 지역에 뭐가 있어야 되겠습니까?” 콘이 물었다.

″나는 XX(f*****g)아무것도 필요 없다. 그래도 나는 아기처럼 잘 잘 것이다.” 트럼프의 대답이다.

프리버스(당시 비서실장)이 회의 종료를 선언했다. 매티스는 완전히 기분이 상한 것처럼 보였다.

트럼프는 일어나 퇴장했다.

모든 공기가 틸러슨에게서 나오는 것처럼 보일 만큼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트럼프가 장성들을 공격하는 걸 견딜 수 없었다. 대통령은 미군이 마치 고용되기를 기다리는 용병군인 것처럼 말했다. 다른 나라들이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미군은 그곳에 가지 않을 것이라는 투였다. 마치 세계 평화 질서를 유지하는 것에 있어 미국의 국익은 없다는 것처럼, 미국을 움직이는 힘이 돈이라는 것처럼 (말했다).

″괜찮으십니까?” 콘이 그에게 물었다.

″그는 XX(f*****g) 멍청이다.” 틸러슨이 말했고, 모두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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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주한미군 가족 철수

2017년 12월초, 트럼프는 주한미군 가족들을 한국에서 철수시키겠다는 내용의 트윗을 작성하는 게 어떻겠냐고 백악관 측근들에게 물었다. 불과 며칠 전 북한은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또다시 발사했고, 긴장은 잔뜩 고조되어 있던 때였다.

한국에 주둔중인 미군의 가족들을 철수시킨다는 건 미국이 진지하게 북한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터였다. 12월4일, 맥매스터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가 트윗을 준비중이라는 말을 백악관으로부터 전해들었다. 이 소식은 국방부에도 전달됐고, 매티스 장관과 던포드 합참의장을 비롯한 군 지휘부는 충격에 빠졌다.

″미국 군 통수권자가 그런 선언을 트위터로 한다는 건 거의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우드워드는 이렇게 적었다. 결국 트윗은 전송되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는 몇개월 뒤 그레이엄 상원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레이엄은 11월 말 북한 ICBM 발사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주한미군 가족 철수를 주장한 터였다. 몇 달 사이 그의 생각은 변한 것처럼 보였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오랫동안 충분히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그레이엄이 말했다. ”그 결정을 내리면 뒤로 돌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게 하는 날에는 한국 주식시장과 일본 경제가 요동칠 겁니다. 그건 그만큼 더럽게(frigging) 큰 일입니다.”

″내가 더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나?” 트럼프가 물었다.

″대통령님, 전쟁을 시작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이걸 시작조차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레이엄이 말했다.

Jonathan Ernst / Reuters

 

5.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동맹

2018년 1월19일, 상황실에서 국가안보회의(NSC)가 열렸다. 맥매스터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이 마련한 이 회의에서는 한국 관련 문제가 논의됐다. 여러번 반복됐던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을 자극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측근들이 설명하는 자리였다. 

이에 앞서 여러 차례 이뤄진 전화통화에서 트럼프는 문재인 대통령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한미 FTA가 불공정하다며 폐기를 통보하겠다고 위협했고, 한국과의 무역적자와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그대로 두지 않겠다고 불평했다. 무역과 안보 문제를 분리해서 다루겠다고 했고, 더이상 당신들에게 ‘공짜로’ 돈을 주지 않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무역과 안보 이슈는 서로 얽혀있다고 답했고,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를 ”달래는” 중이었다. 문 대통령은 미국이 한국의 중요한 동맹이자 파트너 중 하나이고,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오해가 있는 것 같으니 오해를 풀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목소리를 더 높였다. 사드 비용을 내야 한다고 말했고, 왜 미국의 사드 시스템을 거기에 배치해야 하냐고 물었으며, ”한미 FTA와 한국, 그리고 한국의 새 지도자를 헐뜯었다”고 우드워드는 적었다. 켈리 비서실장, 맥매스터,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 매티스 국방장관은 대통령이 미국의 적국들보다 한국을 향해 더 분노를 표출하는 걸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

백악관과 국가안보팀의 고위 관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대통령을 무슨 말을 할지, 어떤 일을 벌일지 몰랐다. 한미 관계는 중요한 것이고, 특히 그 시점에서는 더 그랬다. 그들은 이걸 중단시켜야만 했다. 문 대통령이 더 이상 못참겠다고 하는 지경까지 가기 전에 무언가 조치가 취해져야만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1월19일 회의는 바로 그런 맥락에서 마련된 자리였다. 그러나 트럼프는 거듭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엄청난 군 병력을 한반도에 유지함으로써 우리가 대체 얻는 게 뭔가?” 매티스와 던포드는 똑같은 설명을 반복해야만 했다. 

매티스에게서는 군사적·정보 역량에 대한 (트럼프의) 폄하에 질렸다는 기색이 읽혔다. 그리고 그것들의 중요성을 도무지 이해하려 들지 않는 트럼프에 대해서도.

매티스는 ‘침착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는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이렇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매티스는 이어 주한미군은 미국 본토를 미리 방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이와 같은 병력과 정보수집 역량이 없다면 전쟁 가능성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군사적 자산들 없이 전쟁이 벌어진다면 ”유일한 옵션은 핵 밖에 남지 않게 된다”고도 했다. 다른 어떤 방식으로도 ”똑같은 수준의 전쟁 억지력을 확보하지는 못한다”고, ”그리고 이처럼 비용을 절감해가며 해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과의 합의는 역대 최대의 국가안보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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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우리는 한국, 중국, 다른 나라들과의 무역에서 돈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트럼프가 반박했다. ”나는 그것보다는 우리나라에 돈을 쓰고 싶다.” 미국이 무역 불균형으로 다른 국가들을 지원해주고 있다는 얘기였다.

″다른 나라들은, 우리를 위해 안보 같은 것들에 합의한 나라들은 오직 그들이 우리에게서 엄청 많은 돈을 빼먹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다.” 트럼프가 말을 이었다. 그들은 우리를 강탈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매티스 ”최전방에 배치된 군 병력은 가장 적은 비용으로 우리 국가안보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이며, 철수는 우리에 대한 동맹국들의 신뢰를 잃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던포드도 끼어들어 같은 논리를 댔지만 트럼프는 ”우리는 비용 분담을 하지 않는 매우 부유한 나라를 위해 엄청난 돈을 지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던포드가 다시 강조했다. ”한국에 배치된 우리 군은 대략 20억달러의 비용이 듭니다. 한국은 그 중에서 8억달러 이상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우리가 멍청하지만 않았더라도 부자가 됐을 거다.”

대통령이 자리를 떴다. 지휘관들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대한 격한 분노가 있었다. 왜 우리가 이런 일을 계속해야 하지? 그는 대체 언제쯤 배울 건가? 그들은 이런 식의 대화를 하고 있고, 그 이유를 정당화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특히 격한 분노와 공포를 느낀 매티스는 가까운 측근에게 대통령이 “5~6학년”처럼 행동하고 그와 같은 수준의 이해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