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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9월 11일 11시 58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9월 11일 11시 58분 KST

출산주도성장, 아이를 낳으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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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ffpost

무슨무슨 주도 성장이란 말이 난무하더니 드디어 출산주도성장까지 등장했다. 자유한국당의 김성태 원내대표가 신생아에게 출산장려금 2000만원을 포함하여 국가가 총 1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하자고 말했다. 일찍이 한 대선후보가 출산수당 3000만원 공약을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이에 대해 돈만 주면 아기를 낳을 것이거나 여성과 출산을 성장의 도구로 생각하는 시각이 틀렸다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인구증가율이 장기적 경제성장률에 중요하니 인구주도성장이라 말했으면 좀 나았을까.

그러나 올해 출산율이 1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듯 인구감소의 충격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정부도 2006년 이후 작년까지 보육 중심으로 저출산 관련 예산을 약 126조원이나 지출했고, 신생아 1명당 저출산 예산도 급속히 늘어났다. 올해 저출산 예산은 약 31조원이고 신생아 1명당 95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출산율은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물론 이 예산에는 출산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부분도 많으며 정책이 효과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결혼한 여성의 출산율은 2000년 1.7에 비해 2016년 2.2로 꽤 높아졌다. 그럼에도 출산율이 하락한 것은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2015년 현재 30대의 미혼율이 남성 약 44%, 여성 약 28%로 매우 높으며, 50살까지 결혼을 하지 않는 생애미혼율도 급속히 높아져 남성 11%, 여성 5%에 달한다.

청년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는 가치관의 변화도 있겠지만 역시 경제적인 문제가 클 것이다. 임금소득 하위 10%의 20~30대 남성노동자들이 상위 10%에 비해 12배나 더 결혼 확률이 낮을 정도로 심각한 결혼 격차는 불평등을 그대로 반영한다. 먹고살기 힘들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면 사랑이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동안 전체 출산 중에서도 고소득층 비중은 계속 높아지고 저소득층 비중은 낮아지고 있다. 비혼가정의 출산율이 매우 높은 서구와는 다른 한국이니, 누군가의 공약처럼 출산장려금 이전에 결혼장려금부터 지급해야 할까.

근본적으로는 출산율 제고를 위해 일자리, 보육, 주거 등 젊은이들의 삶의 불안과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여성의 권익 신장도 필요할 것이다. 정부의 새로운 저출산 대책도 2040세대 삶의 질 개선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우리보다 일찍 인구감소를 겪고 있는 일본의 깨달음도 비슷하다. 일본의 ‘1억 총활약 계획’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 해소와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으로 청년들의 삶의 안정을 꾀하여 출산율을 높이려는 노력을 펴고 있다.

청년들의 삶과 결혼, 출산을 위해 정부의 복지지출은 더욱 늘려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은 아동수당, 보육 서비스 지원 등을 합친 국내총생산 대비 가족 관련 정부지출이 선진국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여 선진국 중 꼴찌 수준이다.

그렇다면 여당도 아이에게 1억원을 주자는 제안을 비웃기만 할 것이 아니라 그 문제의식은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낫지 않을까. 현금을 주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으며 나아가 복지예산을 더 늘리고 증세도 이야기하자며 말이다.

참, 따지고 보면 출산주도성장은 야당이 그렇게 비판하는 세금주도성장의 하나다. 그러니 이참에 야당도 불평등을 개선하고 출산율도 높이기 위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전향적으로 지지하기 바란다. 세금은 원래 그런 데 쓰라고 걷는 것 아닌가.

*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