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8년 09월 10일 16시 45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9월 10일 17시 34분 KST

스웨덴 극우정당은 '난민사태' 훨씬 전부터 급부상하고 있었다

극우정당들은 긴축과 경제위기로 소외된 '경제적 패배자들'을 공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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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이 극우 스웨덴민주당의 선거 포스터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14년 9월12일, 스톡홀름. 스웨덴민주당은 2014년 총선에서 처음으로 두자릿수 득표율을 찍었고, 9월9일 실시된 2018년 총선에서는 5%p 가까이 뛰어오른 17.6%를 기록했다.

9일 열린 스웨덴 총선에서 강경 반(反)이민 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이 크게 약진했다. 역사적으로 유럽에서도 진보주의의 보루였던 스웨덴이 극우로 크게 선회를 한 것으로 보일 수 있는 결과다.

스웨덴민주당 측은 지지율 상승의 원인이 스웨덴 같은 국가들에 외국인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세계 2차 대전 후 최대 규모인 200만명 이상의 난민이 유럽에 유입됐다.

그러나 새로운 연구에 의하면, 이 논리는 스웨덴민주당의 지지자들이 난민들의 행동에 대해 소셜미디어에 퍼뜨린 이야기들 만큼이나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5명의 경제학자들이 스웨덴민주당의 후보들과 투표자들에 대한 데이터에 근거해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스웨덴민주당의 약진은 스웨덴 정치인들의 정책 결정과 강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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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민주당 지지자들이 총선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2018년 9월9일, 스톡홀름.

 

전문가들은 이중으로 겹쳤던 위기를 지적한다. 2006년에 집권한 중도우파 정부는 복지국가로 유명한 스웨덴의 사회보장제도를 표적으로 삼아 실업 수당, 질병 수당, 장애급여를 깎고 감세를 실시했다. 이로 인해 크게 증가한 소득 불평등이 그대로 이어졌다. 2008년에 전세계 금융 위기가 찾아와 일자리가 크게 줄었고, 특히 노동시장에서 이미 불안정성이 커졌던 이들이 주로 타격을 받았다.

(중도좌파 정당 사회민주당이 ‘복지국가 재건’을 내걸어 2014년 정권을 탈환한 뒤에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1994년 재집권했던 사민당은 흑자재정을 추구하는 정책을 실시하며 사회복지 지출을 크게 줄인 장본인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주로 무역[국내보다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 노동자들]과 세계화 등 외부 충격의 각도에서 극우를 바라본다 … 우리 논문에서 읽을 수 있는 포인트는 긴축 정책의 영향이다.” 이 논문의 공저자 중 한 명인 요한나 리크네 스톡홀름대 교수의 말이다.

이 학자들이 주목한 사건들 이후 처음 열린 선거는 2010년이다. 이때 스웨덴민주당은 최초로 원내 진입이 가능한 정도의 표를 얻었다. 다음 선거에서는 득표율이 두 배 이상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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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유권자들이 기표소에서 투표를 하는 모습. 2018년 9월9일, 스톡홀름.

 

연구자들은 스웨덴민주당이 ‘아웃사이더들’의 늘어나는 고통을 공략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주로 교육 수준이 낮은 노동 계층의 남성이며, 고용 안정성이 낮고 정부 수당에 크게 의존하는 계층이다. 자신의 일자리가 아웃소싱 될 확률이 높거나 기술 변화 등으로 사라질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취약한 인사이더들’ 역시 스웨덴민주당에게 끌렸다고 한다.

스웨덴민주당의 후보 중에는 이러한 ‘상대적인 경제적 패배자들’ 집단들에 속한 이들이 스웨덴의 다른 정당들에 비해 많았다. 그 결과 이 두 집단과 스웨덴민주당은 강한 연관성을 형성하게 됐다. 외국인을 배척하는 스웨덴민주당은 네오 나치 세력들에 의해 1988년에 창당된 이래 그전까지는 주요 정치 세력에 끼지 못했다.

“자신의 처지가 다른 이들에 비해 점점 나빠진다면,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에 비해 당신의 소득이 제자리이거나 심지어 매년 줄어든다면… 사람들은 세금과 재정지출 정책을 이해하려 들기보다는 이민자들이 자원을 가져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리크네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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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연설 집회에 참석한 스웨덴민주당 지지자들의 모습. 2018년 9월8일, 스톡홀름.

 

그 후 스웨덴의 경제 성장 속도는 유럽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었다. ‘인사이더’인 스웨덴인들의 형편은 점점 나아졌다. 그러나 불평등은 커져만 갔고, 스웨덴민주당의 지지율도 함께 올랐다. 스웨덴의 중도좌파와 중도우파 정당들은 2006년의 감세를 재검토하려 들지 않았고 다른 재분배 정책을 확대하는 데도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스웨덴의 주요 진보 정당인 사회민주당의 사회복지 지출 계획조차 ‘아웃사이더’들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보편적 혜택에 초점을 두고 있다.

경제적 변화에 이어 이런 무감각해 보이는 태도를 보인 것이 많은 유권자들이 스웨덴 기성 정당에 대한 신뢰를 잃고 조롱을 보내게 된 이유다. 이들은 이민자 환영 정책을 일반적으로 찬성하는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스웨덴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이 외국인들을 겨냥한 것 만큼이나(혹은 그 이상으로) 스웨덴 자국의 엘리트들과 맞서는 방법이라고 본다고 이 논문은 주장한다. 외국인들을 표적으로 하는 거친 레토릭도 중요하지만, 그게 유권자들의 인종적 반감 때문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유권자들은 이민 제한에 초점을 맞추는 스웨덴민주당에 빠져들면서도, 2000년대 중반의 감세정책을 되돌리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그 대신, 감세가 좋다는 보수적 논리를 받아들였으며, 이민자가 적으면 복지 국가가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논문의 저자들은 스웨덴민주당을 향한 이같은 유권자 집단의 지지가 이민자에 대한 직접적 노출이나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의 인구변화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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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민주당 지지자들이 당대표 임미 오케손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지지자들이 내건 플래카드에는 '함께, 스웨덴은 배울 것이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2018년 8월31일, 란스크로나.

 

어디선가 들어본 얘기 같은가? 경제가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평등은 커진 다른 선진국들에서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발견할 수 있다. 올해 나온 또다른 연구에 의하면, 영국에서는 정치적으로 강제된 긴축과 브렉시트를 지지하고 이민을 공격했던 정당에 대한 지지 사이에 관련성이 발견됐다. 핀란드는 이민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았음에도 고통스러운 정부 재정지출 삭감(복지 예산 축소 등) 이후 극우 정당의 지지도가 올라갔다.

스웨덴민주당을 비롯한 반(反)이민 정당의 인기와 행동에는 경제적 불안 이외의 요소들도 크게 작용한다.

“우리 논문이 100% 설명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리크네의 말이다.

그러나 이 논문은 스웨덴 국내외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기존 정치인들과 강경 우파의 성장을 경계하는 이들이 무엇을 이해하고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를 이 논문이 잘 짚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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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스웨덴민주당 대표 임미 오케손이 선거 연설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8년 9월8일, 스톡홀름. 

 

미드스웨덴대학교의 니클라스 볼린은 허프포스트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 논문이 이민에 대한 반발이 늘어난 것과 극우 지지 증가를 직접적으로 연결시킨 다른 연구와 크게 다름을 지적하며 “그들의 결론이 흥미로웠으며 직관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정당들이 반 기득권을 표방하며 이민 등의 이슈에 대해 엘리트와는 다른 시각을 드러내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이런 정당들을 지지하는 것인지, 아니면 경제적 불안정이 외국인에 대한 반감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인지는 여전히 핵심 질문으로 남아있다.

“한 가지 그럴듯한 가설은 경제적으로 사정이 좋지 않은 유권자들이 반이민 메시지를 더 잘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볼린의 설명이다.

스웨덴민주당이 새로 얻은 권력으로 무엇을 할지, 지지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보면 그 답이 어느 정도는 보일 듯하다.

 

* 이 글은 허프포스트US의 Austerity And 2008’s Crash Boosted Sweden’s Far Right Long Before The Refugee Crisi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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