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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라이프' 속 일이 실제로 벌어졌고, 환자는 뇌사에 빠졌다

"의사보다 더 많이 아는 것이 사실이다."

ⓒjacoblund via Getty Images

의료기기 영업사원 수술 참여(혹은 대리수술)는 꽤 흔한 일로 알려져 있다. 드라마 ‘라이프’에서도 김태산(문성근) 부원장이 의료기기 영업사원에게 대리수술을 시키다 적발돼 징계를 받는다.  

라포르시안이 2013년 한 의료기기업체 전직 영업사원과 나눈 대화에 이런 실태가 잘 드러나 있다.

″입사한 지 3일째 되던 날 주문한 제품을 납품하러 갔더니 의사가 함께 수술실에 들어갈 것을 요청했다. 의료기기 제품이 워낙 다양해 의사도 사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수술실에 동행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중략) 영업사원으로서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제품에 대한 정보는 의사보다 더 많이 아는 것이 사실이다. 보통 1년 이상 근무한 영업사원 중 상당수는 수술실에 들어가 의사를 보조하는 일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포르시안, 2013년 3월8일)

특히 정형외과에서 ‘오더리’ 문제가 심각하다. 오더리(Orderee)는 수술실에서 의사를 보조하는 인력을 지칭하는 의료계 은어다. 짧은 시간에 많은 환자를 수술해 돈을 벌려다 보니 오더리에게 아예 수술을 맡기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한 병원 관계자는 ”치료재료를 납품하는 영업사원들이 인공 관절을 넣고 척추 지지대를 박는 수술을 많이 하고 있다. 테크니션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워낙 많은 병원에 다니면서 수술 시범을 하다보니 의사보다 수술을 더 잘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부산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

영도경찰서는 의료기기 영업사원에게 대리수술을 시키고 환자가 뇌사상태에 빠지자 진료기록 등을 조작한 혐의(의료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상)로 정형외과 원장 A(46)씨와 의료기기 판매 영업사원 B(36)씨, 간호사 등 7명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5월10일 부산 영도구 자신이 운영하는 정형외과에서 의료기 판매사원인 B(36)씨와 간호사, 간호조무사에게 환자 C(44)씨의 어깨 수술을 대신하게 했다. 대리수술 이후 환자 C씨는 심장이 정지하며 뇌사판정을 받았다.

대리수술 정황은 고스란히 CCTV에 담겼다. 경찰이 확보한 CCTV를 보면 피해자가 수술장에 들어가기 10여분 전쯤인 오후 5시 32분쯤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수술장에 들어갔다. 의사는 수술 중간에 사복 차림으로 나타났다가 20분도 되지 않아 수술실을 떴다.

사고가 나자 병원 원무부장은 환자에게 수술 전 동의서를 받지 않은 사실을 숨기려고 환자의 서명을 위조해 동의서에 입력했다. 간호조무사는 진료기록을 조작했다.

영상을 보면 영업사원 B씨는 이전에도 해당 수술실을 9차례나 출입했다. 경찰은 추가 대리수술 여부를 확인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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