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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경질설에 휩싸였다. 우려스러운 신호다.

백악관의 '어른'으로 불려왔다.

  • 허완
  • 입력 2018.09.06 18:22
ⓒPool via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5~6학년생”에 비유했다고 폭로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경질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만약 사실이라면, 한반도 비핵화를 비롯한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로시 로긴은 5일 게재한 칼럼에서 ”백악관 내 관계자들이 매티스를 누구로 교체할 것인지를 두고 적극적으로 논의해왔다”고 적었다. 그는 이같은 움직임이 ‘전설적 기자’ 밥 우드워드의 적나라한 폭로가 담긴 새책의 일부 내용이 공개되기 전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WP는 우드워드의 책에 두 사람의 갈등이 언급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멀어질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미국 외교정책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던 매티스 장군의 역할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 : 백악관의 트럼프’에는 매티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했다는 말들이 담겨 있다. 이에 따르면, 매티스는 주한미군 주둔 필요성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가리켜 “5~6학년생처럼 행동하고, 그와 같은 수준의 이해력을 가지고 있다”고 측근들에게 불평했다.

매티스 장관은 시리아 대통령을 ‘죽여버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즉각 그렇게 하겠다”고 답한 뒤, 전화를 끊자마자 한 고위 관계자에게 ”우리는 (대통령이 말한 것들 중) 어느 것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우드워드는 책에 적었다.

매티스 장관은 이 책의 내용이 공개되자 ”풍부한 상상력의 결과”라는 입장을 냈다. ”선출된 군 최고통수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을 멸시하는 행동을 자신이 했다는 이야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

ⓒFrancois Lenoir / Reuters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게 백악관 안팎의 관측이다.

WP는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자 중 하나로부터 나온 보도는 최근 몇달동안 워싱턴 안팎에서 제기되어 왔던 의문에 시급함을 더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그를 억제하고 있다고 알려진 국방부 수장을 얼마나 더 용납할 수 있을까?”

로긴은 ”대통령은 항상 그를 존중했다. 그러나 이제 그는 매티스가 뒤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의문을 품을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다”는 백악관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이 관계는 나빠질 수밖에 없다. 빠르게.” 

2년 가까이 자리를 지켜온 매티스 장관은 구설수에 휘말린 적이 거의 없었다.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이 트럼프 장관을 ”멍청이”로 불렀다는 의혹에 휩싸였던 것과도 다르고, TV 출연도 거의 하지 않았으며, 정치적 논란들과도 거리가 멀었다. 

ⓒThe Washington Post via Getty Images

 

그러나 그가 트럼프 정부 백악관의 중심을 잡는 ‘어른’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은 여러 증언과 사건들로 직·간접적으로 드러난 바 있다. 북한을 비롯한 여러 외교안보 이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럽고 돌발적인 발언을 수습했던 사례도 많다. 

일례로 지난해 가을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두려워해야 할 것”이라며 북한을 위협했을 때, 매티스 장관은 훨씬 정제된 언어로 외교적 해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쟁의 비극은 충분히 잘 알려져 있다. 파멸이 될 것이라는 것 말고 다른 묘사는 필요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나 ”완전한 파괴”로 북한을 위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외교적 수단으로 이것이 해결되기를 바란다.” 매티스 장관이 지난해 9월에 했던 말이다.

올해 초에는 북핵 문제 해결을 놓고 백악관과 국방부의 견해차가 커지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더 많은 대북 군사옵션을 가져오지 않는 국방부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

ⓒNICHOLAS KAMM via Getty Images

 

그밖에도 매티스 장관은 지난해 미국이 이란핵합의를 파기하지 말아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이견을 드러냈고, 샬러츠빌 사태 때는 트럼프 대통령의 부적절한 대응과는 달리 ”상호 이해와 존중”을 강조했다.

밥 코커 상원의원(공화당, 테네시)은 지난해 10월 ”틸러슨 국무장관, 매티스 국방장관,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같은 이들이 우리나라를 대혼란으로부터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악관 내부의 혼돈에 대한 폭로가 연일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코커 상원의원은 5일 거듭 매티스 장관을 언급했다. ”이건 우리 모두가 첫날부터 예상했던 상황이다. (...) 나는 매티스 장군(국방장관)을 만날 때마다 그에게 감사를 표한다.”

WP는 매티스 장관 경질설에 유럽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는 다르게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는 매티스 장관이 물러난다면, 한국 정부로서도 꽤나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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