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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이 뉴욕타임스에 글 쓴 '익명의 고위공직자' 색출에 나섰다

측근들 사이에서는 ”잠복조직이 깨어났다”는 문자가 돌고 있다.

  • 허완
  • 입력 2018.09.06 15:33
  • 수정 2018.09.06 17:49
ⓒThe Washington Post via Getty Images

백악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저격’하는 칼럼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익명의 트럼프 정부 고위공직자’ 색출에 나섰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들의 보도를 보면, 이날 오후에 나온 NYT 칼럼은 하루종일 백악관을 충격과 혼돈에 빠뜨린 것으로 보인다.

WSJ는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백악관) 웨스트윙 내에서 고위공직자들은 오후 미팅을 취소하고 필자를 어떻게 밝혀낼 것인지를 두고 비공개 전략회의를 가졌다”고 전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기고문을 누가 작성했는지, 백악관 소속인지 아니면 정부부처 관계자인지에 대한 소문들을 추적할 것을 기자들에게 주문했다”고 WSJ는 덧붙였다.

WP도 ”측근들은 필자의 정체, 최소한 필자가 정부의 어느 부서에서 근무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기고문에 쓰인 언어 습관들을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WP에 ”대통령의 입장에서 문제는, 이게 너무 많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글을 썼을 법한 어느 한 사람을 콕 집어내기 어렵다는 것.

정부 안팎 측근들 사이에서는 ”잠복조직이 깨어났다”는 문구가 적인 문자메시지가 돌고 있다고 WP는 덧붙였다. 한 전직 백악관 관계자는 이를 ”호러무비와 같다”고 비유했다.

ⓒThe Washington Post via Getty Images

 

이날 NYT 칼럼은 트럼프 정부의 백악관이 어떻게 작동해왔는지에 대한 적나라한 폭로다. 전날 일부 내용이 미리 공개된 밥 우드워드 기자의 새책 ‘공포 : 백악관의 트럼프’에 나오는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 

우드워드는 이 책에서 트럼프 정부 관료들이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지시를 거부하고 때로는 그의 위험천만한 계획을 좌절시키기 위해 ‘책상에서 서류를 없애버리는’ 행동들을 해왔다고 적었다.

NYT 칼럼 필자의 표현대로라면, 이들이 바로 ”트럼프 정부 내부의 저항자들”인 셈이다. 

WSJ는 고위공직자를 비롯해 트럼프 임기 초기부터 대통령의 지시가 이행되는 걸 막아왔던 사람들이 정부 내에 있었다고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일례로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브 배넌은 부하직원들에게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내려온 지시를 무시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 무역정책이 실행되는 걸 지연시키곤 했다고 이 관계자들은 전했다.

ⓒMANDEL NGAN via Getty Images

 

트럼프 대통령을 꾸준히 비판해왔던 밥 코커 상원의원(공화당, 테네시)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NYT 기고문 내용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건 우리 모두가 첫날부터 예상했던 상황이다.” 코커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게 사실이라고 보며, 그게 바로 대통령 주변의 좋은 사람들이 자리를 지킬 것을 우리 모두가 권고하는 이유다. 나는 매티스 장군(국방장관)을 만날 때마다 그에게 감사를 표한다.” 

NYT는 사안의 중대성과 ”분명하고 명확한” 필자의 신원 등을 고려해 ”대단히 예외적으로” 기고문을 익명으로 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피니언면 에디터 제임스 다오는 이 글이 지난주에 제3의 중개인을 통해 NYT에 접수됐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필자가 익명으로 하기를 원했다는 건 분명했지만 우리는 글을 읽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았으며, 우리는 그가 밝힌 신원이 맞다는 것을 확신했다.”

제임스 베넷 NYT 에디터는 ”이것은 발행할 만한 중요한 관점이라고 우리는 생각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익명으로 글을 발행하지 않는 쪽을 선호하며, 거의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남은 질문은, 우리는 이 글이 예외를 적용할 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매우 그렇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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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백악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