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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예산안, 과연 ‘슈퍼예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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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8월 28일 2019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예산안을 새 회계 연도 90일 전까지 제출해야 한다는 ‘10월 2일 이전 규정’이 헌법상 원칙이지만, 2012년 국회법 개정 이후 120일 전 제출이 일상화되었기 때문이다. 국회가 예산안을 얼마나 열심히 심의하는가는 차치하더라도 예산안 심의 기간이 더 많이 확보되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2019년 예산안을 둘러싼 상반된 시각

2018년 예산 대비 9.7% 증가한 2019년 예산안은 재정 확대를 주장해온 시민단체들에서는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주장하는 보수언론이나 학자들은 ‘슈퍼예산’이라고 칭하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확장적 재정운용의 방향성을 보여준 점에서는 환영하지만 동시에 우려도 표명하고 있다. 확장적이라는 표현이 다소 무색한 규모이기 때문이다. 이번 예산안의 중기 재정지출계획을 보면 2020년 7.3%, 2021년 6.2%, 2022년 5.9%로 지출 증가율이 내려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마디로 앞으로는 재정의 지출증가 규모가 매우 낮아진다는 것이고, 정권 말기 재정의 규모는 경제성장규모를 겨우 넘어설 정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전년 계획과 비교해 연평균 증가율이 상향조정되었지만(5.8%→7.3%) 이 정도의 재정 확장으로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에는 이 정도의 재정지출도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이른바 슈퍼예산론이 있다. 정부는 작아야 하고 따라서 제정지출이 조금만 늘어도 문제라고 보는 시각에서는 이 수준의 증가도 우려할 만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재정의 방만한 운영을 경계하기 위해 이러한 시각이 존재할 필요성는 있다. 문제는 1998년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예산이 감액된 적이 없다는 객관적 사실이다.

‘슈퍼예산안’이라는 과장된 허구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세수확대와 함께 재정의 증가는 필연적이다. 한마디로 슈퍼예산은 ‘과장된’ 표현이다. 대표적으로 채무증가에 대한 과잉우려가 있다. 2018년 본예산 국가채무는 708.2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39.5%였고 추경 때에는 초과세수로 일부 국채를 갚아 700.5조원으로 38.6%로 감소했다. 이번 2019년 예산안의 경우 741조원으로 39.4%를 계획하고 있다. 전년도 당초 예산보다도 GDP 대비 0.1% 감소했다. 따라서 국가채무는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올해와 내년이 작년보다 훨씬 많은 초과세수가 예상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국가채무는 더욱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확장재정으로 국가 재정건전성이 우려된다는 지적은 잘못된 기준에 의한 것이거나 적자재정을 지나치게 우려한 기우일 수 있다. 아니면 매우 정파적으로 프레임을 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보수정권에서 부채 비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는 사실은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재정수지가 28.5조원 적자(GDP 대비 1.6%)에서 33.4조원 적자(GDP 대비 1.8%)가 된 것은 분명히 악화되는 지표이다. 하지만 유럽연합이 제시한 재정건전성의 기준이 ‘재정적자가 GDP의 3% 이내’ ‘국가채무가 GDP의 60% 이내’인 점을 고려한다면 아직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더구나 한국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이명박정부가 사회보험을 제외한 재정수지인 관리재정수지를 43.2%까지 적자를 보면서 재정을 확대해 위기를 극복한 전례도 있다. 이는 OECD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였다.

중장기적으로 일자리, 혁신성장, 저출산 대응, 소득분배 개선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향후 5년간 재정지출을 확장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의지는 바람직해 보인다. 이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적어도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므로 적자 재정정책을 지속할 필요성이 충분하다. 이를 통해 GDP 대비 2~3% 적자 재정을 운영한다고 해도 2022년의 국가채무는 올해와 비교해 2%p 정도 증가하는 40% 초반 수준이며, 이는 OECD국가 평균(약 110%)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으로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는다.

여전히 부족한 복지예산

복지 분야 예산은 전년 대비 17.6조원 증가하였다고 하나,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고 국정과제 달성에도 미치지 못하는 편성이다. 144조원에서 159조원으로 14조원(12.1%)의 증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 3.8조원,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과 기초노령연금 2.3조원, 아동수당 1.2조원등 일부 항목의 증가분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외에 사회서비스 등 다양한 곳에서 노력은 했지만 아직 매우 부족한 재정지출 상황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정부 공약과 국정과제에서 제시했던 사회서비스 공공인프라 확충을 위한 사회서비스 공단은 사회서비스원으로 명칭을 바꾸었으며 집권 3년차임에도 시범사업 4곳의 예산이 편성되었을 뿐이다.

국공립 어린이집 450개소 확충 예산은 작년과 동일한 수준이나, 국정과제에서 2022년까지 국공립 어린이집을 아동 수 대비 40%까지 확대하겠다고 한 목표치에는 미치지 못한다.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예산 또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의 주거지원 정책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보인다. 전반적으로 복지 확대를 위한 공공인프라 확충이나 좋은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 등의 측면에서 미흡하다.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도 이어질 듯한데, 중기재정계획을 보면 2019년을 정점으로 이후 복지예산 지출증가율을 서서히 감소시켜 2022년에는 9.1%까지 낮춰 잡고 있다. 한마디로 복지재정의 대폭 확장계획은 없는 셈이다.

예산안, 관성을 깨는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한편 국방예산은 8.2%, 약 3.5조원 증가한 46.7조원으로 2008년 이후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방위력개선비는 13.7% 증가한 15.4조원으로 국방비 중 무려 32.9%를 차지했다. 정부는 2006년 방위사업청 개청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라고 자랑스럽게 발표했다. 지난 1년 동안 한반도 정세가 큰 전환을 맞이한 것에 비춰보면, 정부의 국방 예산도 과거의 정책을 답습할 것이 아니라 복지확충, 평화구축 비용으로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2019년 예산안은 기존 재정정책과 다른 방향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여러 구조적 문제는 단년도 예산의 확장적 편성만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정을 충분하게 제대로 쓰는 것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꼭 필요함을 정부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아픈 것을 참다가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아끼기만 하다가는 타이밍을 놓쳐서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 수 있다. 점증주의가 극대화된 한국의 예산을 보면 미래가 불안하다. 불안감을 희망으로 바꾸는 좀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 창비주간논평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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