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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 고위관료, '트럼프가 나라를 망치지 못하게 우리가 막고있다'

적나라한 내부고발이 나왔다.

  • 허완
  • 입력 2018.09.06 12:41
  • 수정 2018.09.10 17:59
ⓒKevin Lamarque / Reuters

그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딜레마는 그의 정부 내 많은 고위 공직자들이 안에서부터 그의 아젠다 중 일부와 그의 최악의 기질을 좌절시키기 위해 부지런히 일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안다. 나는 그 중 한 사람이다.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9월5일)

이것은 항명이고, 내부고발이며, 백악관이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혼돈에 빠져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언이다. 

익명의 미국 트럼프 정부 고위공직자가 뉴욕타임스(NYT)에 보낸 기고문이 파문을 낳고 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자질이 부족한 대통령이 이 나라를 망치지 못하도록 공직자들이 그의 지시를 거부해가며 최선을 다해 버티고 있다’는 내용이다. 

NYT는 ”필자의 요청에 따라” 이 트럼프 정부 고위관료가 보내온 글을 익명으로 게재하는 ”드문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필자의 신원은 알고 있지만, 공개된다면 그의 직책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익명으로 게재하는 게 ”중요한 시각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판단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전설적 기자‘로 추앙받는 밥 우드워드의 신간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 내 고위공직자들은 종종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지시를 거부하고 때로는 그의 위험천만한 계획을 좌절시키기 위해 ‘책상에서 서류를 없애버리는’ 행동들을 해왔다.

이번 기고문의 필자는 이를 ”투 트랙 대통령직(two-track presidency)”으로 규정했다.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이 글에는 적나라한 폭로가 가득하다. 

ⓒLeah Millis / Reuters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에 해를 끼치고 있다’ 

분명히 해두자면, 우리의 ‘저항(resistance)’은 좌파의 유명한 그것이 아니다. 우리는 정부가 성공하기를 바라고, 이 정부의 많은 정책들은 이미 미국을 더 안전하고 더 번창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첫 번째 임무는 이 국가에 있다고 믿으며, 어떤 의미에서 대통령은 계속해서 우리 공화국의 안정에 해로운 행동을 하고 있다.

그게 바로 트럼프 정부에 임명된 많은 공직자들이 그가 퇴임할 때까지 트럼프의 잘못된 충동을 좌절시키면서 우리의 민주주의 기관들을 수호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약속한 이유다.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9월5일)

필자는 ”문제의 뿌리는 대통령의 무도덕성(amorality)”이라고 진단했다. ”누구든 그와 일해본 사람이라면 그가 자신의 의사 결정을 이끌 그 어떤 식별할 수 있는 기본 원칙들에도 바탕을 두지 않는 인물이라는 것을 안다.” 

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통적인 보수 가치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내왔다고 지적하며 그의 충동은 보통 ”반(反)무역적이고 반(反)민주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 정부에 대한 거의 끊임없는 부정적 보도들이 짚어내지 못한 긍정적 부분도 있다”며 규제완화, 세금제도 개혁, 강력한 군사력 등을 꼽았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가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때문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성공들은 대통령의 리더십 때문이 아니라, 성급하고 적대적이고 옹졸하고 무력한 리더십에도 불구하고 이뤄진 것이다.” 

그는 ”백악관에서부터 정부부처 및 정부기관에 이르기까지” 고위공직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행동을 불신하고 있다고 전한 뒤, ”대부분은 그의 변덕으로부터 자신들의 기관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적었다. 

ⓒKevin Lamarque / Reuters

 

‘우리는 대통령의 잘못된 결정을 무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와의 회의는 주제를 벗어나고, 선로를 이탈한 곳에서 그는 반복적인 고함들로 교전을 시작하며, 그의 충동성은 섣부르고(half-baked) 잘 모르고(ill-informed) 가끔은 무모한(reckless), 되돌려져야만 하는 결정들로 이어진다.

″그가 1분 뒤에 생각을 바꿀지는 말 그대로 모르는 것이다.” 한 고위공직자는 오벌오피스(*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회의에서 대통령이 불과 지난주에 내렸던 중요한 정책 결정을 뒤집자 이에 몹시 화가난 채 최근 나에게 이렇게 불평했다.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9월5일)

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백악관 바깥으로 ”나쁜 결정들”이 나가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적었다. 트럼프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대통령의 결정을 무산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분명 항상 성공적인 건 아니다.”

그러면서 필자는 ”이 혼돈의 시기에 도움이 못되는 위안일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인들은 그 안에 어른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적었다. ”우리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가 그렇게 하지 않을 지라도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글을 쓴 고위공직자는 트럼프 정부의 러시아 관련 정책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영국 스파이 독살 시도 사건에 대한 응징으로 러시아 외교관들을 추방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기며 ”몇주 동안 고위 관료들에게” 불평을 늘어놓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의 국가안보팀은 더 잘 알고 있었다. 러시아에 책임을 묻기 위해 그런 조치는 반드시 취해져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이건 소위 딥 스테이트의 작품이 아니다. 이건 정상적인 정부의 작품이다.”  

ⓒLeah Millis / Reuters

 

‘대통령에 탄핵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목격했던 불안정에 따라 일찍이 내각 안에서는 대통령을 쫓아내는 복잡한 절차를 개시하게 될 수정헌법 제25조(대통령 탄핵 규정)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헌법적 위기를 촉발시키기를 원하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는 - 어떻게 끝이 나든 - 이 정부가 끝날 때까지 정부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다.

더 큰 우려는 트럼프가 대통령직에 무엇을 했느냐가 아니라, 그것보다는 한 국가로서 우리가 그에게 무슨 일을 하도록 허용했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고, 우리의 토론에서 정중함을 빼앗아가도록 방치했다.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9월5일

필자는 얼마전 별세한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언급하며 ”트럼프는 그처럼 존경스러운 사람들을 두려워할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그들을 존경해야 한다”고 적었다.

″모든 미국인들은 공통의 가치와 이 위대한 국가에 대한 애정을 통한 통합이라는 높은 목표를 가지고 그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고 부족주의의 덫에서 벗어나야 한다.” 

끝으로 그는 ”국가를 최우선에 놓기로 한 사람들에 의한 조용한 저항이 정부 안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모든 국민들”에 의해서만 진정한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며 ”단 하나, 바로 미국인들을 위한” 각자의 역할을 주문했다.

ⓒLeah Millis / Reuters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정부 고위 관계자’라는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느냐”며 의문을 제기한뒤, ”만약 이 익명의 겁쟁이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국가안보를 위해 뉴욕타임스는 그를 정부에 당장 넘겨야 한다”고 트윗에 적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소식통 두 명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 기고문을 반역이자 불충으로 간주하며 ”화산처럼” 분노했고 ”완전히 격분했다”고 전했다. WP는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 관계자가 국가안보 관련부처 또는 법무부 소속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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