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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9월 04일 14시 44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9월 04일 14시 44분 KST

‘조중동’이 만든 가짜 호랑이

뉴스1
8월 17일 오후 서울 중구 고용노동부 서울고용노동청에서 구직자가 실업급여 상담을 받고 있다
huffpost

한자성어에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말이 있다. 세 사람이 말하면 없던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최근 고용난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는 보수언론 ‘조중동’의 주장이 바로 그런 격이다. 정말 호랑이가 있는지 따져보자.

우선, 논란의 발단이 된 취업자 수 증가 폭이 크게 줄어든 것은 취업자 수의 모수가 되는 경제활동인구의 증가가 크게 둔화됐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인구는 15~64살 인구 가운데 경제활동에 참여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인구를 말하며,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실업자와 취업자로 다시 나뉜다. 따라서 경제활동인구 증감에 따라 취업자 수가 늘고 줄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경제활동인구 증가 폭이 급감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경제활동인구를 모수로 하는 취업자 수 증가 폭도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월별로 20만~30만명씩 증가하다가 올해 취업자 수가 10만명 전후 수준, 심지어 지난달처럼 5천명 증가 수준에 그친 것도 대부분 이 때문이다. 30~40대 취업자 수가 줄고, 50~60대 취업자 수가 늘어나는 현상도 해당 연령대별 경제활동인구의 증감과 거의 일치한다. 이른바 ‘일자리판 인구절벽’ 현상일 뿐이다.

둘째,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일자리가 타격을 입었다면, 자영업자 가운데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폐업을 하거나 고용을 줄이는 반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늘어나고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줄어드는 추세가 2012년부터 계속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면 2018년 들어서라도 정반대 현상이 일어나야 하는데, 그런 흐름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중소상공인들은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하기 위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로 신고하던 사람들이 고용원이 있다고 신고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추세에 변화가 없는 것을 보면 최저임금으로 인한 영향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셋째, 산업별 취업자 수를 보자. 취업자 수 기준 3대 산업인 제조업,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의 취업자 수가 줄거나 정체하고 있다. 그런데 이 추세 역시 박근혜 정부 때부터 지속되고 있다. 이는 주로 고령화와 해운, 조선, 자동차 등 국내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 등에 따른 경기침체의 영향이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면 이들 산업의 취업자 수가 왜 박근혜 정부 시기 때부터 줄었겠는가.

넷째,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게 되는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취업자 수도 2011년 이후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최저임금 충격이 나타난 흔적이 거의 없다. 연령별 취업자 수 측면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이른바 ‘알바’ 일자리에 가장 많이 종사하는) 연령대인 20대와 60대의 고용이 늘어난 점도 조중동의 주장과 상반되는 현상이다.

다섯째, 가장 대표적인 일자리 지표인 실업률을 보자. 올해 7월의 실업률은 3.7%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다소 악화된 것은 맞다. 그런데 실업률의 계절성을 없애기 위해 12개월 이동평균을 사용한 추세를 보면, 2014년 이후부터 실업률이 점진적으로 오르는 추세의 연장선상에 있을 뿐이다. 오히려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더 가파르게 오른 것은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4~2015년경이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오히려 실업률 상승 폭이 둔화되고 있다.

이처럼 최근 고용난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침체 때문이지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는 증거는 사실상 없다. 그런데도 조중동은 엉뚱하게 최저임금 인상 탓으로 돌리며 개혁정책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다. 조중동의 왜곡보도로 만들어진 ‘가짜 호랑이’에 올바른 정책기조가 흔들려선 안 된다.

*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