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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장관이 "시중에 돈이 너무 많아서 집값이 오른다"고 한 말을 아주 쉽게 설명해 봤다

  • 박세회
  • 입력 2018.09.03 23:05
  • 수정 2018.09.03 23:25
ⓒKBS/captured

3일 오후  KBS  뉴스에 출연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출연해 집값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앵커의 “8.2 대책, 8.27 대책 여러가지가 나왔는데 한번도 아파트 값이 내려간 적이 없었다”라며 ”정부는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김현미 장관은 이렇게 대답했다.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은, 시중에 돈이 너무 많습니다. 1100조 원이 되는 유동성이 흘러다니고 있는데 금리가 과거의 저금리 상태에서부터 전혀 변동이 없기 때문에 돈이 너무 많다는 것.”  KBS(9 월 3일)

지난 주에도 월급은 통장을 스치고만 지나갔는데, 시중에 돈이 많다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여기서 김현미 장관이 ’1100조 원이 되는 유동성‘이라고 한 것은 투자 처를 찾고 있는 유동성 자금 즉, ‘부동자금‘을 뜻한다. 유동과 부동이 같은 뜻이라니 헷갈릴 수 있는데, 후자의 ‘부동‘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여기서는 ‘부유하는 돈’(floating money)의 뜻이다. 

1100조원 부동자금의 항목들을 보면 어떤 돈인지 느낌이 올 것이다. 

- 현금 : 99조원

- 보통 예금 등의 요구불예금(은행에서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돈) : 231조원

- 수시 입출식저축성예금(적금을 생각하면 됨) : 532조원

- 그외 : 머니마켓펀드(MMF) 66조원, 양도성예금증서(CD) 26조원, 종합자산관리계좌(CMA) 44조원, 환매조건부채권(RP) 9조원 

현재 한국의 상황이 묘한 것은 은행이 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데도 사람들이 은행에서 돈을 빼서 소비하거나 다른 곳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리가 낮아도 은행이 좋아’라는 심리가 있다는 것. 이 돈들이 빨리 갈 곳을 찾아가야 할 텐데 갈 곳을 못 찾고 있어 문제다. 이런 현상을 전문가들은 ‘돈맥경화’라고 한다. 

물론 이 돈이 개인이 가진 것만을 뜻하는 건 아니다. 기업이 가진 유동성 자금도 부동자금에 들어간다. 문제는 기업이나 가게가 돈이 많으면 그 돈을 불릴 궁리를 해야 하는데 움직임이 없다는 것이다. 기업이 돈이 많으면 설비를 보수하고 공장을 짓고 채용을 늘려야 한다. 가게가 돈이 많이 있으면 소비를 하거나 친구가 하는 김밥천국에 투자라도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이 돈들이 멈췄다. 무엇을 하면서? 대출과 부동산을 물색하면서. 

서울경제가 지난 31일 소비 투자는 외면하면서 부동산 시장은 ”돈 풍년”이라고 말한 이유다. 

반면 부동산 시장은 ‘돈 풍년’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급등하고 거래량은 증가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대출규제에도 가계부채 증가율은 경제성장률을 웃돌고 있다. 유례없는 초저금리로 사업자대출과 신용대출까지 동원해 부동산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급등의 근본원인은 풍부한 유동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서울경제(8월 29일)  

‘저금리’ 상황이 이런 상태를 지속시키는 원인일 수 있다. 우리가 은행에 돈을 저금해도(빌려줘도) 은행이 이자를 조금만 줘서 저금리기도 하지만, 반대로 은행이 우리한테 돈을 빌려줘도 이자를 조금만 내도 되어서 저금리다. 서울경제에 따르면 한 금융시장 관계자는 “이들 단기자금이 저금리의 은행 주택담보 및 신용대출과 결합해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밝혔다고 하는데, 김현미 장관의 해석이 바로 이 해석일 가능성이 있다. 

한국에서 돈으로 돈을 버는 가장 쉬운 방법이 주식 아니면 부동산 두 길 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일 수도 있다. 박근혜 정부 막판 불안한 탄핵 정국을 거치며 주식시장에서 돈이 빠져 시중에 부동자금이 많아지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있는데, 김현미 장관의 ”(돈이 많은데) 과거의 저금리 상태에서부터 전혀 변동이 없기 때문에”라는 말은 이 과정을 뜻하는 것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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