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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업자 때문에 기숙사 인원 줄이겠다는 대구의 한 학교 때문에 학생들이 화났다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현상

  • 박세회
  • 입력 2018.09.03 21:03
  • 수정 2018.09.03 21:08
ⓒFacebook/captured

″고마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

입에 담기에도 식상한 이 말이 사투리까지 똑 떨어지게 어울리는 상황이 있다. 임대업자들을 위시한 지역사회의 압력 때문에 학교와 학생들이 기숙사를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일이 또 벌어졌다.

경북대 학생들이 신축 기숙사의 수용인원을 두고 지역 주민들에게 굴복한 학교 측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경북대는 지난해 7월부터 교내에 8511m² 터에 민간투자사업 방식으로 2차 생활관을 짓고 있다. 지상 14층, 지하 1층, 전체면적 2만2388m² 규모로 총 608실에 학생 1209명을 수용할 계획이었다.

임대업자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올해 4월부터 본교 부근 원룸 소유주로 구성된 경북대 기숙사건립반대대책위원회(이하 반 대위)가 나서 공사장의 차량 진입로를 막는 등의 실력행사로 3개월가량 공사를 못 하게 막았다.

동아일보의 보도를 보면 반대위 측은 ”원룸 건물주들이 대부분 60~70대 노년층으로 자취생들의 월세를 받아 생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숙사가 생기면 생계유지가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학교 측은 이들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신축 기숙사에서 100명을 줄이고 기존 기숙사 4인실을 2인실로 바꿔 232명을 줄이는 등의 안을 내놨다. 반대위는 원안에서 총 332명이 줄어드는 이 안에 동의했다. 그게 지난 21일이다. 

총학생회의 부재로 단과대 학생회장들이 모여 구성한 중앙운영위원회는 ‘원안 사수’를 외치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갈등의 양상을 알리고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는 등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싸우는 중이다. 

운영위 측이 올린 자료를 보면 재학생 2만2000여 명인 경북대의 기숙사 수용 인원은 총 4100여 명이다. 현재 수용률은 18% 수준이며 합의안대로 기숙사를 지어도 수용률은 22% 정도여서 교육부의 권고 기준 25%에 미치지 못한다. 원거리 통학생은 1만1천600여명 기숙사 경쟁률이 1.65대 1에 달하는 실정이라 ‘늘려도 모자랄 판에 줄인다’는 비판을 피할 수가 없다. 

대구 지역의 원룸 월세 평균은 289,200원(부동산 앱 ‘다방’ 조사)인 반면 기숙사 생활관의 주거비는 한달에 13만9천원 꼴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 그래서 현재 경북대에 붙어있는 대자보에는 이런 말이 붙어있다.

″고마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

한양대학교, 건국대학교 등 대학의 기숙사 건립은 매번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주민들이 압력을 행사하게 되면 지자체는 기숙사 건립에 필요한 심의를 보류한다. 

기숙사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 부칙 제15조에 따라 도시계획시설로 분류된다. 도시계획시설을 지으려면 국토계획법 제88조에 따라 시의원과 공무원, 외부전문가가 포함된 시의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고 구에서 건축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양대는 이를 위해 지난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했지만, 올 6월 ‘심의 보류’가 결정됐다. 이 같은 결정에는 원룸을 운영하는 주민들의 반발이 영향을 끼쳤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일보(2017년 8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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