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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팀의 팬이 된다는 것

ⓒadamkaz via Getty Images
ⓒhuffpost

이번에도 아시안게임 야구 금메달을 한국이 가져왔다. 많은 이들이 예측했던 결과였다. 수고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상당한 논란과 비난이 따랐으나, 굳이 여기서 한마디 더 보탤 필요는 없을 것이다.

프로야구 팬들은 국가대표전보다는 국내 리그에 더 관심을 갖는 것 같다(축구는 K리그보다 국가대표전이 더 많은 관심을 받는 경향이 있다. 이는 스포츠 웹툰 ‘풋볼 다이어리’를 참조하시라). 사실 나 역시 아시안게임 때문에 프로야구 리그가 중단된 것이 아쉬웠다. 무엇보다 롯데 자이언츠가 8월 들어 8승 3패로 상승세를 타고 있었단 말이다!

야구팬이 된 지 십 년도 되지 않은 나는 모순되는 두 가지 후회를 한다. 한국시리즈 우승 가능성이 이제 한국 축구팀의 월드컵 우승보다도 낮아 보이는 팀의 팬이 되지 말아야 했는데. 1990년대 초부터 롯데를 응원했다면 우승을 한 번은 볼 수 있었는데. 고백하자면 두 번째 후회가 더 크다.

내일(4일)부터 KBO 리그가 재개된다. 일정이 늦어져 한국시리즈가 11월에야 마무리된 적은 몇 번 있었으나, 1차전부터 11월에 열린 해는 지난번 아시안게임이 열렸던 2014년이 유일했다. 올해 한국시리즈도 어쩔 수 없이 늦어질 것이다. 올겨울 한파가 평년보다 일찍 찾아올 것이란 달갑지 않은 예측도 나오고 있다. 그렇게 보면 나의 팀 선택은 의외로 현명했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리 없으니 말이다. 야구가 11월에 끝나든 내년 1월에 끝나든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래, 내가 언제부터 우승을 기대하고 프로야구를 봤단 말인가. 김혼비의 책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의 한 대목을 빌리자면 그저 롯데 선수들이 ”뼈 한 조각, 인대 한 가닥 다치지 말고” 꾸준히 뛰어주기만 바랄 뿐이다. 그러나 몸을 날리는 허슬 플레이도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모순되는 두 가지 기대도 품어본다.

아시안게임에 별 관심 없는 척했지만 사실 야구 결승전은 나도 봤다. 응원하는 야구팀이 1위 하는 것을, 이럴 때 아니면 롯데 팬이 언제 보겠는가.

* 조선일보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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