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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8월 31일 19시 42분 KST

가산동 ‘대형 땅꺼짐’ 열흘전에 균열 확인해 구청에 알렸다

아파트 주민들이 열흘 전에 보냈다.

뉴스1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박정윤(75)씨는 새벽녘 갑자기 들려온 굉음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박씨는 그 소리가 “거대한 쇳덩이가 쏟아져 내리는 소리 같았다”고 했다. 다리가 불편해 집 밖을 거의 나가지 않는 박씨는 집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말 그대로 ‘기어서’ 아파트 밖을 나왔다. 바깥에 나와 아파트 주차장을 보니 가로 30m, 세로 10m, 깊이 6m의 거대한 구멍이 나 있었다. 31일 새벽 4시36분께 아파트 주차장 바닥이 큰 소리와 함께 주저앉은 것이다.

주민들은 전날(30일) 저녁부터 무너져내린 주차장 부근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고 입을 모았다. 주차장이 무너져내린 자리 바로 앞 동인 113동에 사는 홍아무개(75)씨는 “저녁부터 와지끈하는 소리가 주차장에서 났고 열두시쯤에는 그 소리에 잠에서 잠시 깨기도 했다”면서 “새벽에 아내가 난리가 났다며 깨워서 일어나보니 주차장이 완전히 주저앉아 있었다”고 말했다. 114동에 거주 중인 60대 주민 전아무개씨도 “어제 저녁부터 화물차에 무거운 짐을 싣는 것처럼 주차장에서 쿵쿵 소리가 들렸다”며 “불안해서 잠을 잘 못 이루고 있었는데 새벽 4시쯤에 기어코 바닥이 무너져 내렸다”고 말했다.

‘땅꺼짐’ 조짐은 며칠 전부터 발견됐다. 이 아파트의 한 주민은 이미 20일께 이번에 무너져 내린 주차장 바닥에 균열이 가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주민의 신고를 받은 21일,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금천구청에 인근에서 벌어지는 건설 공사 중단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주민들이 20일에 찍은 주차장 사진을 보면, 실제 주차장 바닥에 크고 작은 균열이 나 있다. 금천구에 폭우가 쏟아진 27일 이전부터 이미 붕괴의 조짐이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정황이다. 한 주민은 “붕괴의 원인은 폭우가 아니다. 폭우는 어차피 무너져 내릴 바닥에 최후의 충격을 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와 주민들은 지하 터파기 작업 중인 오피스텔 공사를 붕괴의 원인일 수 있다고 지목한다. 사고현장 인근에서는 올초부터 지하 3층, 지상 30층 규모의 오피스텔 공사가 진행 중이다. 현장에서 안전진단에 나선 동양미래대학 이수권 교수(건축학)는 “지하 터파기 공사를 위해 설치한 흙막이가 새벽에 내려앉으면서 도로와 아파트 쪽의 땅 꺼짐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조석현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도 “오피스텔의 터파기 현장에서 폭우로 약화된 흙막이가 내려앉으면서 주차장도 덩달아 내려앉은 것”이라며 “오피스텔 시공사 쪽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아파트 주민들은 해당 오피스텔 공사에서 발생한 소음과 분진 등으로 생활에 불편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땅꺼짐 현상이 발생한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10일 전인 21일 금천구청에 보낸 공문. 주민 제공.

한때 아파트 한 동이 5도 이상 기울었다고 알려지기도 했지만, 전문가 진단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이수권 교수는 “이 아파트는 땅에 기둥을 박아서 지지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토사 유출을 영향을 덜 받게 되어있다. 5도가량 기울지 않았다”며 “육안상 큰 위험요소는 없지만 계측을 통한 정밀 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구청 관계자도 “5도면 피사 사탑 이상으로 기울었다는 것인데 육안으로만 봐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붕괴된 주차장 바로 앞 동에서 사는 주민 200여명은 현재 아파트 앞에서 대기 중이다. 금천구청과 소방당국은 오후에 추가로 전문가 안전진단을 진행 후 주민들의 복귀가 힘들다고 판단되면 주민센터와 학교 등에 주민들을 머물게 할 예정이다.

금천구청 관계자는 “경로당과 동 주민센터, 인근 중학교를 임시 대피소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라고 말했다. 땅꺼짐 10일 전에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에 대한 조처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건축과로 와야 할 민원인데, 확인해보니 환경과로 제기가 됐다. 접수착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늦어진 이유가 무엇인지 철저하게 조사해서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